전체 글729 글루미 2025 그 어느 해보다도 우울하게 새해를 맞이했다. 작년 12월 3일, 개념 없는 대통령의 위헌적 계엄 선포와 군홧발의 무자비한 침탈 속에서 극적으로 성사된 국회의 계엄해제, 대통령 탄핵안은 가결되었고 그럼에도 내란수괴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려는 세력들의 작태를 보며 깊은 분노 속에서 지내는 요즘이다. 이런 와중에 너무나 안타까운 제주항공 참사가 있었고 한 번의 술자리였지만 대화를 나누며 교감했던 동료의 안타까운 죽음은 지금도 깊은 슬픔으로 자리잡고 있다. 2025년을 맞이하는 송구영신예배에서는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차디찬 공항 바닥에서 새해를 맞이할 유가족을 위해 기도했다.역사는 정반합으로 발전한다지만 지금의 상황은 너무나 불의하고 반헌법적이며 비상식적이다. 분노의 크기만큼 무력감이 밀려온다. 과연 세상은.. 2025. 1. 6. 1년 묵은 약속 “나중에 촬영 다 끝나면 이거 나한테 줄 수 있나유?”2023년 10월쯤이었다. 한창 시루섬 다큐를 촬영하던 때였고 그날은 당시 시루섬 주민이었던 어르신 댁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긴 질문과 답이 오간 후, 어르신은 인터뷰에 사용한 시루섬 사진을 가리키며 이처럼 말씀하셨다. 옛 고향 모습이 담긴 사진을 처음 봤을뿐더러 물속에 잠겨버린 고향의 모습을 선명한 항공사진으로 접하니 너무 반갑고 그립다며 조심스럽게 부탁하셨다. “약속할게요, 어르신. 촬영 다 끝나면 꼭 가져다 드릴게요.”손가락을 걸진 않았지만 꼭 그러리라 맘속 깊이 다짐했다. 이날 이후로도 촬영은 계속됐고 편집과 후반 작업으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낸 끝에 올 1월과 8월, 두 번에 걸쳐 방송을 마쳤다.그렇게 방송을 낸 후 또다른 일상이 계속되었지만.. 2024. 12. 18. 충주 <행복 담는 국수집>, 국수와 석쇠불고기의 환상 조합 충주의 중앙탑공원 주변은 관광지답게 식당들이 많다. 특히 치킨과 막국수의 독특한 조합을 자랑하는 막국수집이 많고 유명하기도 한데, 이에 버금가는 특별한 조합의 식당이 있다. 이름만 들어도 행복해지는, ‘행복 담는 국수집’이다. 이곳은 잔치국수와 석쇠불고기의 조합이다. https://naver.me/Gcjnroed 행복담는국수집 : 네이버방문자리뷰 690 · 블로그리뷰 162m.place.naver.com 식당 앞을 지나칠 때마다 건물 외경이 주는 푸근함이 인상적이라 ‘언젠간 꼭 가 봐야지’ 했던 곳인데, 3년 전 이맘때 처음 발을 들였다. 그때의 감격은 유튜브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https://youtu.be/mD5GTplZQDc?si=ygB31Go8-X_RQsHR지난 주말, 오랜만에 외식.. 2024. 12. 2. 이적, 김동률의 <카니발>을 아시나요? 비슷한 연배라면 알겠지만 1997년, 가수 이적과 김동률은 '카니발'이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했다. 아쉽게도 동명의 앨범 한 장만을 남기고 활동을 종료했지만 앨범 속 명곡들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97학번인 나는 대학 생활의 시작을 카니발과 함께했다. 거 왜 어떤 노래를 들으면 특정 시절의 장면과 풍경들이 떠오르는 경험, 대부분이 있을 거다. 나에겐 카니발의 노래들이 그렇다. 아마도 스무 살의 시작, 그리고 처음으로 고향과 부모님을 떠나 낯선 공간에 터를 잡으며 느꼈을 설렘과 긴장감이 함께해서가 아닐까. 카니발의 노래와 떠오르는 장면들을 몇 개 이야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 그땐 그랬지이제 겨우 스무 살밖에 안 된 나이였지만, 이 노래를 들으며 중고등 시절을 추억하곤 했다.. 2024. 11. 26. 충주 <대청마루>, 김치찌개 맛집 아내가 김치찌개를 매우 좋아한다. 그런 아내 덕분에 알게 된 김치찌개 맛집, 대청마루. https://naver.me/FqSHSsqh 대청마루 : 네이버방문자리뷰 93 · 블로그리뷰 35m.place.naver.com 이곳은 제육볶음과 생갈비 짜글이로도 유명하지만 우리는 김치찌개를 먹기 위해 찾는다. 입구에서부터 연륜과 포스가 느껴진다. 정확한 메뉴명은 김치전골인데, 익숙한 대로 김치찌개라 부른다. 찌개 2인분을 주문하고 조금 있으면 맛깔스러운 기본 반찬이 나온다. 주인아주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는 반찬은 정갈하고 맛 또한 좋아서 이것만으로도 밥 한 공기 뚝딱 해 치울 수 있다. 이 중 가장 애정하는 반찬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고추무침(이름이 맞나?)이다. 이건 그야말로 밥도둑이다. 아내도 이 반.. 2024. 11. 25. 충주 <유명한 수제비와 향촌 칡냉면> 해장의 끝판왕, 낙지국밥 유명한 수제비와 향촌 칡냉면(이하, 유명한 수제비)은 긴 간판의 이름처럼 수제비와 냉면으로 유명하지만, 예로부터 술 좀 먹는다 하는 저잣거리 고수들이 이곳에서 반드시 먹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수제비도 냉면도 아니요, '낙지국밥'이었다. https://naver.me/x35DOu6H 유명한수제비와향촌칡냉면 : 네이버방문자리뷰 12 · 블로그리뷰 10m.place.naver.com 이틀 전 부서 회식에서 마신 술의 숙취가 두 밤을 자고 일어나도 가시질 않았다. 이는 분명 중년의 나이가 되어가며 간의 해독 능력이 저하되었기 때문일 거라 생각하니 문득 서글퍼졌다. 휴가를 낸 금요일, 점심으로 뭘 먹어야 지친 속을 달래 줄까 고민하는데, 불현듯 유명한 수제비가 생각났다.충주에서 근무하던 시절, 과음한 .. 2024. 11. 24. 환절기, 장례식장 나는 지금 전남 광양으로 향하는 스타렉스 안에서 선잠을 자다가 휴게소에 들른 후 정신이 말똥말똥해진 나머지, 핸드폰을 꺼내 들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오늘 아침, 청주 사옥에 도착하자마자 ‘띠리링’ 알림이 울렸다. 후배 피디의 시부 상을 전하는 회사 문자였다. 불과 일주일 사이에 세 분의 부고를 접한다. 첫 부고는 태안으로 2박 3일 캠핑을 갔던 첫날 저녁에 받았다. 친한 대학 동기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다음 날 아침, 가족들을 캠핑장에 두고 전남 구례로 향했고 해거름녘에야 캠핑장으로 돌아왔다. 두 번째 부고는, 제대하고 복학 전까지 마트 알바를 했는데 그때 정육 코너를 담당하던 형님의 부친상이었다. 알바를 그만두면서 연락이 끊겼다가 취직을 하고 촬영 현장에서 우연히 만나면서 다시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2024. 10. 28. 사람이 가려움 때문에 죽을 수 있겠구나 아내에게 어깨 안마를 받고 있었다. 나이 불문 월요일은 피곤한 날이다. 특히 금요일부터 2박 3일로 캠핑을 다녀온 후라 더욱 그랬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텐트를 치며 고생한 남편이 안쓰러웠는지, 아내는 (평소와 다르게) 군소리 없이 어깨를 주물러줬다. 앓는 소리와 함께 안마를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머리가 가려웠다. 흰머리 날 때 머리가 가렵다는 말이 있던데, '이제 나도 멋진 백발의 중년이 되는 건가?' 하며 긁적이는데, 어라? 이건 좀 심한데? 가려움은 순식간에 머리에서 얼굴로, 얼굴에서 상체로 번져갔다. 지르텍을 먹었는데도 호전이 없어 찬물로 샤워를 했다. 샤워기 밑에 있을 때는 다소 완화되는 것 같더니 물기를 닦으면 다시 재발했고 설상가상으로 긁은 부위에 두드러기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르텍을 하나.. 2024. 10. 22. [youtube] 2024 제주 여행 아무리 비를 몰고 다닌다고 해도 바다 건너 제주도까지 따라올 줄은 몰랐다… https://youtu.be/BYY4e1PO0uk?si=nLl691REyjaM1Qgt 2024. 10. 21. 오늘부터 1일~☝️ 평소와 다른 아침의 첫날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특별할 것 없는 날들의 연속인데 다를 게 뭐가 있겠냐마는, 억지로 만든 틀린그림찾기의 이해할 수 없는 정답처럼 작은 차이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새벽 운동이다. 단지에 있는 헬스장을 5년째 못 본 척 지나치다가 월요일 퇴근길에 관리사무소에 들러 등록했다. 5년이 채 안 된 아파트의 헬스장이라 기구도 새것과 다름없었고 구성 또한 여느 헬스장 못지않다(고 생각한다). 한 달에 만 원이면 이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그동안 개 닭 보듯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거다. 새벽 5시 반.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먼저 떠졌다. 반드시 운동을 가겠다는 굳은 의지가 잠자는 육신을 알어서 깨웠나 보다. 솔직히 말하면, 화요일 아침부터 운동을 시작하는 게 원래 계획.. 2024. 10. 17. [제주 여행] #.3 비자림 국수집과 스누피 가든 이번 제주 여행은 비와 함께 했다. 때 아닌 가을장마가 우리의 동반자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첫날 저녁 식사도 맛집을 찾아다니는 건 언감생심, 숙소 가는 길에 적당한 곳에서 해결해야 했다. 그렇게 찾아간 곳이 비자림 국수집. 숙소와 지척이고 브레이크 타임도 없어서 어중간한 시간에 도착한 우리에게 안성맞춤이었다. https://naver.me/x0aUUCd2 비자림국수집 : 네이버방문자리뷰 836 · 블로그리뷰 216m.place.naver.com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데 운 좋게도 이 집, 맛집이었다. 식당 분위기도 운치 있을뿐더러 음식도 맛있었다. 깊은 맛의 사골 육수가 매력적이었던 고기국수는 물론이고 매콤 달달한 비빔국수의 양념장도 훌륭했으며, 돔베고기는 입에서 녹.. 2024. 10. 14. <한양시래기명태조림 충주점>, 시래기와 명태조림의 환상 조합 큰 딸이 태어나고 당시 연수동에 있던 소아과에 다닐 때 처음 발을 들였으니 최소 10년은 넘었을 거다. 요즘처럼 요식업의 흥망성쇠가 격심한 시기에 1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건 그만큼 맛은 보장한다는 게 아니겠는가. https://naver.me/Fmgf46ik 한양시래기명태조림 충주점 : 네이버방문자리뷰 514 · 블로그리뷰 38m.place.naver.com 일요일 오전, 오랜만에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뭘 먹을까를 고민하는데 번뜩 이곳이 떠올랐다. 아이들이 좋다고 환호성을 쳤으니 더 이상의 고민은 사치였다.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여전히 식당 안쪽에는 놀이방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이 공간 덕분에 잠시나마 아내와 맘 편하게 밥 먹을 수 있었던 그때 그 시절이 떠올라 잠깐 울컥했다. 시래기.. 2024. 10. 8. 16일간의 때늦은 여름휴가 2005년 입사 이후 2주가 넘는 기간을 휴가로 보낸 건 19년 만에 처음이었다. 휴가 낸 건 6.5일에 지나지 않는데 주말과 추석 연휴가 맞물리면서 16일이라는 긴 휴가로 거듭났다. 휴가를 내며 살짝 눈치가 보였으나 생각해 보니 이건 엄연히 애들 방학 때 제대로 된 휴가 한 번 못 가며 치열하게 일했던 지난 여름의 보상이자 권리였다. 맘을 편하게 먹기로 했다. 휴가 동안에는 급박한 결정이 필요한 사안이 아니면 회사 단톡방은 무시했고 회사와 단절을 시도했다(물론 쉽진 않았다). 이번 휴가는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왔던 일들을 실행에 옮기는 게 핵심 목표였다.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오랜만에 고향 친구들과 만나 회포를 풀었고 양가 부모님과 동생네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으며 갑작스럽게 부친상을 당한, .. 2024. 10. 3. [제주 여행] #.2 여행의 거점, 비자곶펜션 비자림점 이번 제주 여행의 숙소는 일찌감치 한 달 전부터 예약해 뒀다. 한림에 위치한 켄싱턴리조트인데, 일정을 함께할 선배 형네 회사의 회원권으로 구할 수 있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50여만 원으로 3박이 가능하다고 하니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여행 날짜가 다가오고 손놓고 있던 일정을 고민하다 보니 숙소의 위치가 애매했다. 둘러볼 곳이 대부분 제주 동부 지역인데, 굳이 한림에 숙소를 잡고 매일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운전하며 오갈 필요가 없었다. 형도 이 의견에 동의했고 입실 며칠 전까지는 취소 수수료도 없다고 하니 숙소를 다시 찾아봤다. 그렇게 몇 개의 숙소를 단톡방에 공유하고는 추석 연휴를 맞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연휴 동안 찜해 놓은 숙소들을 누군가 먼저 예약해 버렸다. 다시 급하게 두 개 정도의.. 2024. 9. 27. [제주 여행] #.1 가을장마 가을장마가 시작되었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폭염과 열대야 속에서 추석 연휴를 보냈는데, 연휴가 끝나자마자 가을장마란다. 왜... 하필이면... 이때, 가을장마가... 내일 제주에 간다. 일이 많았던 탓에, 정작 아이들 방학 때는 갈 수 없었던 여름휴가를 9월 하순에서야 가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간절하게 준비한 여름휴가인데, 가을장마란다... 질투라도 하는 건지, 장마 기간도 우리의 제주 여행 기간과 오묘하게 겹친다. 야속하다. 내일 오전 11시 반에 청주공항에서 제주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제시간에 비행기가 뜰 수나 있을지 의문이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고, 모름지기 여행 일정은 꼬여야 제맛'이라며 긍정 회로를 돌리고 싶지만, 그러기엔 이날만 바라보며 참고 인내한 지난날들이 억울하.. 2024. 9. 20. [youtube] 가족사진 가수 김진호 씨가 작사 작곡하고 직접 부른이라는 노래를처음 접했을 때부터 이 노래를 바탕으로 꼭 영상을 만들고 싶었는데이번 추석 명절에 고향집 간 김에옛 앨범을 뒤적이며 사진 찍어만들어 봤다. 아버지의 일생을 생각하며 만든 영상... https://youtu.be/92XaGXrNRfI?si=wiDMW9ofM-xhaQpu 2024. 9. 18. <명순네 포차> 제천 로컬 맛집 다들 떠난 고향을 홀로 지키며 나름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친구가 있는 건 축복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녀석을 따라다니다 보면 고향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로컬 맛집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소동의 골목 한 켠에 위치한 역시 친구가 아니었다면 분명 모르고 지나쳤을 곳이다. https://naver.me/5nb4EzXb 명순네포차 : 네이버방문자리뷰 15m.place.naver.com 용두동 행복복지센터를 마주하고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오래된 식당임을 느낄 수 있는 내부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벽에는 정식 메뉴판과 더불어, 여름 한철에만 가능해 보이는 음식들의 이름과 가격이 A4용지에 쓰여져 메뉴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올갱이와 ‘올갱이 삶은 물’ 이 식당은 올갱이가.. 2024. 9. 14. <아로이아로이> 충주 태국 쌀국수 맛집 오랜만에 아내와 점심에 쌀국수를 함께 했다. 우리는 쌀국수가 먹고 싶을 때면 항상 찾는 식당이 있었으니, 바로 집 근처에 있는 태국음식점 다. https://naver.me/Fa3ezuWo 아로이아로이 : 네이버방문자리뷰 210 · 블로그리뷰 139m.place.naver.com 아파트 상가 건물에 위치한 그리 크지 않은 식당인데, 점심시간 사람들이 몰릴 때면 입구 옆 의자에 앉아 기다리기 일쑤다. 다행히 우리는 다소 이른 시간에 찾은지라 웨이팅 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소고기 쌀국수를 주문했다. 사모님은 아직 출근을 안 하셨는지 사장님 혼자 주문을 받으며 조리하고 계셨다. 이곳은 사장님이 하루 50인 분의 육수만 준비하기 때문에 재료 소진 시 일찍 문을 닫는다. 주.. 2024. 9. 3. 양보다 질 "오늘 저녁 먹고 둘째 자전거 연습시키는 거 어때?" 퇴근 셔틀을 타면서 아내에게 카톡을 보냈다. 애 둘과 치고받으며 하루를 불태웠을 아내로서는 거부할 이유가 없겠다 생각했는데, 역시나 답장이 왔다. "ㅇㅇ" (자음 두 개만으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한글은 위대하다.) 저녁을 먹고는 자전거를 끌고 집을 나섰다. 사실 둘째는 몇 달 전 두발자전거 타기에 성공했다. 그 후 꾸준히 연습을 했어야 했는데 아쉽게도 그날 이후로 함께 자전거를 타러 나가질 못했고, 배우다 만 상태로 시간이 흐르다 보니 아이는 전보다 자전거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져 있었다. 그럼에도 몸은 기억했다. 화려하게 혼자 탈 정도는 아니었지만, 몇 번 타다 보니 연습을 멈췄던 그때의 몸놀림이 나왔다. 중간중간 몰래 손을 놓았고 그래서 넘어지.. 2024. 9. 2. 마침내 끝... 시원섭섭함. 언뜻 식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심정을 가장 적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말로 이만한 게 없다. 작년 5월부터 시작된 여정이 어젯밤에 2부 방송이 전파를 타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사실 아직 정산과 기타, 손은 많이 가지만 티는 안 나는 일들이 남아있지만,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작업은 끝이 났다. 어딜 가든 꼬리표마냥 따라붙었던 시루섬을, 때론 동격처럼 느껴지기도 했던 그 섬을 마침내 내려놓으려니 묘한 감정이 든다. 그 감정을 단어로 치환하면 '시원섭섭함'이다. 어젯밤. 알 수 없는 이유로 몇 주째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TV 때문에 처갓집에 가서 본방을 사수해야 했다(물론 1부 때도 그랬다). 방송을 다 보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제 정말 끝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2024. 8. 30. 크라잉넛 며칠 전 오랜만에 크라잉넛 형님들의 유튜브 라이브 공연을 봤다. 코로나19가 한창 극성을 부리던 시절, 공연할 무대가 사라지자 형님들은 주기적으로 유튜브에서 라이브 공연을 해 왔다. 다시금 일상이 회복되고 나서는 왕성한 오프라인 공연과 방송 활동을 이어갔는데, 정말 오랜만에 유튜브 라이브 공연을 한 것이다. 이날의 유튜브 라이브는 신곡 발매 기념 공연이었다. 손바닥만한 핸드폰으로 라이브를 보면서 연신 '이 형님들 역시 대단하다!'며 탄성을 질러댔다. 올해로 29년 차 밴드. 명실상부 조선 펑크의 선구자임에도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작은 라이브 공연장에서 캔맥주를 마시고 관객과 호흡하며 열정(노익장?)을 발산했다. 이 정도 연차의 중견밴드가 카메라를 설치할 공간조차 없는, 그래서 위층에서 내려 찍을 수밖에.. 2024. 6. 28. [youtube] 에버랜드! 금요일 밤의 열기 속으로~ 지난주 금요일, 처음으로 에버랜드에서 폐장시간까지 놀았다. 나름 눈치작전에 성공했다고 생각했는데, 밤이 되니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 야간 퍼레이드와 불꽃놀이는 말 그대로 장관~ 애들도 어른도 즐거웠던 시간의 기록... https://youtu.be/UTAYzBC667E?si=k2YyZkPwfvPyMHPy 2024. 6. 20. [책] 해방의 봄 / 은유 겨우내 편집실 의자에 걸려있던 경량 조끼를 퇴근길에 집어 들었다. 목련이 자태를 뽐낼 때부터 집에 가져가야지 했는데 이제야 실천에 옮긴다. 그냥 뒀다가 돌아오는 겨울에 슬며시 다시 입을까도 생각했지만, 이대로 두 계절을 더 보내면 마치 이 공간과 그 속의 나만 세상과 괴리되어 멈춰 버린 듯한 기분이 들 것 같았다. 때가 되면 치워야 하는 것이 비단 계절옷만은 아니다. 감정도 그렇다. 깨끗이 세탁 후 잘 정리해 넣어두어야 다시금 필요한 계절이 왔을 때 뽀송뽀송한 상태로 꺼내 입을 수 있는 계절 의류처럼, 내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감정들 역시 잘 추스르고 정리해 둬야 언젠가 또다시 불쑥 튀어나왔을 때 성숙하게 대처할 수 있다. 그러려면 많은 감정들을 체화해야 하는데 사실 그게 쉽지 않다. 좋은 감정이야 언.. 2024. 6. 6. 동서울행 버스 김창완 선생님의 신간 를 몇 장 넘기다가 도로 넣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아서 다 읽어버릴 요량이었는데, 선생님의 따뜻하고 포근한 문체를 담아내기엔 지금 내 맘이 녹록지 못한 탓이다. 글을 이해하는 게 아니라 글자만 읽는 느낌이랄까. 출발하기 전에 기사님은 중부고속도로가 막혀서 경부고속도로로 가겠다며 바뀐 경로와 이유를 설명해 줬다. 내일이 석가탄신일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나 보다. 나 또한 그중 하나지만 말이다. 베트남에서 살고 있는 대학 선배 형이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다. 내일이 휴일이고 하니 지인들은 부담 없는 오늘로 날을 잡았고 나도 꼭 함께하고 싶었다. 미안한 말이지만, 그만큼 형이 간절히 보고 싶었다기보다 쳇바퀴처럼 회사, 집을 오가는 일상의 궤도에서 이탈하고 싶은 욕구가 더 컸다. 일.. 2024. 5. 14. 이전 1 2 3 4 ··· 3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