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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2021년~2025년

추석과 유튜브

by KangP_ 2025.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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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긴 추석 연휴가 끝났다. 일찌감치 이번 명절에는 고향 찾지 말고 가족끼리 여행 다녀오라는 아버지의 명이 있었기에, 명절 전 미리 부모님을 찾아뵙고 우리 가족은 전라도 여행을 떠났다. 4박 5일 동안 순천, 여수, 보성, 담양, 군산을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남은 연휴 내내 여행하면서 촬영한 영상을 편집하며 보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출근 전까지 4편의 여행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 위해 기를 쓰고 편집했다. 사람 웃기는 게 직업인 개그맨들도 정작 집에서는 말이 없다던데, 촬영하고 편집하는 게 업인 나는 왜 억척스럽게 집에서까지 편집프로그램을 붙잡고 진땀을 빼고 있는 걸까?

참고로 나는 유튜버가 아니다. 유튜브 채널을 운용하고 있으니 유튜버가 맞지 않냐, 물을 수도 있겠지만 돈을 벌 목적으로 유튜브를 운영하는 전문 유튜버가 아니라는 말이다.

유튜브를 하는 이유는 오롯이 아이들의 성장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다. 큰딸이 엄마 뱃속에서 꼬물댈 때부터였으니 햇수로 11년이 넘었다. 첫 뒤집기의 순간, 오물오물 ‘아빠’를 내뱉던 순간, 동생과 첫 만남의 순간, 몸집보다 큰 가방을 메고 어린이집 첫 등원하던 순간 등 유튜브에는 두 딸들의 순간순간이 켜켜이 쌓여있다.

일로 여겼다면 이렇게 오래도록 해 오지 못했을 거다. 딸들에게 줄 평생에 걸친 선물이라 생각했기에 가능했다. 그렇게 약 400여 개의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가 있다.

가끔씩 지난 영상 속 아이들의 모습을 찾아보곤 하는데, 흐뭇한 웃음을 짓다가도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흘러나 싶은 생각에 뭉클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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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최근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영상에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은 담겨 있지만, 그 시기를 함께한 아빠의 모습은 없지 않은가. 나 역시 유수 같은 세월 속에 속절없이 늙어 갈 텐데, 그 시기의 젊은 아빠, 엄마의 모습 역시 아이들에겐 소중한 추억이지 않겠나. 성장해 가는 아이들과 그만큼 나이 들어가는 부모의 모습을 함께 기록하는 게 가치 있는 영상이라 생각됐다.  

그때부터 프레임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때로는 유튜버처럼 팔을 길게 뻗고 카메라를 돌려 나 자신을 찍으며 멘트를 날리기도 했다. 손발이 오그라들고 말투가 이상해졌다. 풋내기 배우의 어설픈 연기 같았지만 나중을 위해 감내하기로 했다(다행히 지금은 좀 나아졌다).  

언제까지 아이들의 성장 기록을 유튜브에 남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사춘기가 되고 더 이상 아이들이 영상 찍는 것을 원치 않을 때가 온다면 아마도 그때까지가 될 것 같다. 그렇게 되면 평생에 걸친 아빠의 선물도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예쁘게 포장해서 미래의 두 딸에게 전달할 것이다.

기록은 소중하다.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ADDxaC8emHuSpBbbdaukmzX4fNWJA8jU&si=EazLnoUlAeLIs-j3

[2025 전라도 여행]

www.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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