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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45

20년만에 돌려준 졸업 앨범 환절기라 그런지 지난 주말에만 지인 두 명의 아버님이 유명을 달리하셨다. 조문을 위해 금요일 밤에는 영월로, 일요일 오후에는 의정부로 향했다. 장례식장을 찾을 때면 몇몇 친한 사람과 연락해서 시간을 맞추기 마련인데 영월에 갈 때도 그랬다. 나야 충주에 있으니 가깝지만 친구 녀석은 서울에서 출발하는지라 누구와 어떻게 올 지가 궁금해 물었더니 일본학과 A 후배와 함께 온다고 했다. 예상치 못했던 A의 이름을 듣는 순간!!! 파블로프의 개가 종소리에 침흘리듯, 그녀의 이름은 나로 하여금 ‘대학 졸업 앨범'을 떠오르게 했다. 2003년도 졸업 앨범이었으니까 같은 해이거나 2004년 초중반 정도였을 거다. 그녀에게 졸업 앨범을 빌렸을 때가 말이다. 당시 20대 중후반의 나는 오지랖이 넓은 사내였다. 누군가 요청해.. 2023. 10. 24.
1차 제균 치료 실패 석 달만에 충주의료원을 찾았다. 의료진분들의 성스러운 직장을 이리 말하는 건 죄송한 일이지만, 최대한 출입을 삼가고 싶은 곳이 병원인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발걸음을 옮긴 건 3달 전에 실시한 헬리코박터 1차 제균 치료 결과를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진료 때문이긴 하지만 한주의 정점인 수요일에 휴가를 내고 회사라는 공간을 벗어날 수 있었으니 마냥 싫다고만은 못 하겠다(못한 일들은 나중 문제다). 간호사 선생님은 흰색과 파란색이 섞인 작은 캡슐약과 물을 건네며 헬리코박터균이 죽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약이라는 설명을 더했다. 약을 삼키고 10분이 지난 후 이번에는 3분간 테스트 키트를 불어야 했다. 그리고 테스트 키트는 분석하는 곳(?)으로 보내졌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려서 지루할 줄 .. 2023. 9. 6.
9월이라니...... 그새 해가 많이 짧아졌다. 셔틀을 타고 충주에 도착하는 저녁 7시 즈음이면 (조금 과장해서) 여전히 해가 중천이었는데, 어제는 가로등이 켜져 있어서 깜짝 놀랐다. 날이 흐린 탓도 있었지만 ‘아, 이렇게 또 40대의 한 계절이 가는구나’ 하는 서글픈 마음은 감출 수 없었다. 9월이 시작되니 이젠 정말 올해도 석 달밖에 남지 않았다. 기분 탓인지 유독 2023년은 빨리 가는 것 같다. 익숙지 않아서 번번이 ‘2022년’으로 오타는 내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시간이 빠르게 느껴진 데는 심리적 요인도 작용했을 텐데, 연초부터 준비한 제작지원사업의 지난한 과정과 12월까지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부담이 큰 역할을 했다(여전히 내 목덜미를 짓누르고 있다). 시간은 점점 12월로 수렴하는데 여전히 구체적인 내용.. 2023. 9. 5.
여주 <마조렐 글램핑 리조트> 하... 이거 참... 작성 중이던 장문의 글이 한순간의 실수로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다. 마조렐 글램핑을 찾게 된 이유와 숙소를 잡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이곳의 느낌과 이번 휴가의 의미를 가감 없이 정리했는데 잘못된 마우스 조작과 엉뚱한 클릭으로 인해 세상에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아... 애재라... 커서는 글자 하나 없는, 새하얀 바탕 위의 제목 칸에서 깜박이고 있었고 넋 나간 나는 깜박이는 커서를 눈만 껌벅이며 쳐다보고 있다.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글을 쓸 의욕을 상실했다.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게 이런 기분일 거다. 그래도 기록은 남겨야겠기에 개조식으로나마 주말을 정리한다. 1. 엄마의 알바와 아빠의 일 때문에 방학 때 휴가를 못 가 아이들에게 미안한 상황 2. 둘째의 생일도 잊고 있었던.. 2023. 8. 6.
2023년 여름휴가와 Oldies but Goodies 수요일부터 3일 동안 연차 휴가를 냈다. 실질적인 올해의 여름휴가인 것인데, 가족과의 여행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고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보냈다. 지난주부터 시작한 아내의 단기 알바로 인해 주중에 놀러 가는 건 기대조차 할 수 없었고 오히려 방학에 들어간 아이들을 돌봐야 했다. 또한 이때다 싶게 고장난 에어컨 덕분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무료함을 달랠 수 있었다(아직도 진행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 본격적인 휴가가 시작되기 전 날, 오랜만에 친한 형과 함께 조촐한 전야제를 가졌다. 불과 2주 전에 봤음에도 오랜만이라고 하는 건, 그때는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형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족발과 보쌈 세트를 사이에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았다. .. 2023. 7. 30.
금전수의 끈질긴 생명력 집안에 식물을 많이 키워서 쾌적하고 자연친화적인 공간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어찌된 영문인지 아무리 애정을 줘도 키우는 족족 죽어 버리기 일쑤다. 속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집안에 있는 식물이라고는 거실의 금전수가 유일. 4년 전 이곳으로 이사 올 때 누군가 번창하라며 선물한 건데, 미안하게도 그가 누군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희한한 건 우리집을 거쳐간 다른 식물들과 달리 이 녀석은 불사조, 아니 불사식(?)이라도 되는지, 죽었구나 싶으면 새싹이 돋고, 잎이 시들고 가지가 늘어져서 '이젠 정말 끝이구나' 싶으면 다시금 새순이 올라온다. 이렇게 죽다 살다를 반복하다 보니 여느 금전수처럼 잎이 풍성하지 못하고 볼품없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버릴 수 없는 건, 최근에도 이별을 준비했는데 어김.. 2023. 7. 9.
제균치료 오늘은 제균치료 8일 차다. '갑자기 웬 제균치료냐?'며 궁금해할 사람은 없겠지만 굳이 친절하게 설명하자면, 지난주 수요일 건강검진 결과에 대한 상담을 받으러 충주의료원을 찾았다. 다들 그렇겠지만 나 역시 검진 결과를 들으러 갈 때면 성적표를 받으러 가는 수험생처럼 긴장되고 두렵다. 가정의학과 선생님은 나의 몸 상태를 상세히 설명해 주었는데, 콜레스테롤 수치가 기준 이상으로 올랐고, 요산 수치도 여전히 높았으며 술도 안 마셨는데 감마gpt까지 정상 범위를 넘어섰다. 이 중 가장 크고 중요한 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발견된 것이다. 선생님은 위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는 헬리코박터균을 없애기 위해 제균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제균치료라는 말에 잔뜩 겁을 먹었는데 다행히 약을 통한 치료란다. 하지만 .. 2023. 7. 6.
20대 주거 변천사 며칠 전 친절한 페이스북은 12년 전 오늘의 기록이라며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예성세경아파트 103동에 살 때의 사진이었다. 나름 열심히 청소를 했고 그걸 자랑하고 싶어서 올린 사진 같은데, 이불 대신 자리를 지키고 있는 축 처진 침낭과 커버를 잃어버린 덕에 (쓸데없이) 스릴 만점이었던 선풍기의 모습이 애처롭다. 정주 여건이 쾌적하다고 할 순 없었지만 그럼에도... 아니, 어쩌면 그랬기에 저 공간에서 소중하고 다이나믹한 추억을 쌓을 수 있었는지 모른다.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몇 번의 이사를 하기 마련인데 돌이켜 보면 스무 살에 서울 생활을 시작한 후 결혼 전까지의 이사 과정이 흥미롭다. 믿고 있던 충북학사(당시는 개포동에 있었다)에서 떨어지면서 부랴부랴 친구 따라 외대 앞에 하숙집을 잡았고 그 공간에 .. 2023. 6. 30.
혈압약과 의리(?) 지난 한 주를 돌아보면 반가웠지만 힘들었고 기뻤으나 피곤한 시간들이었다. 일주일 전 속초 여행에서 근 이십 년 만에 만났던 대학 후배를 이번 주에 충주에서 다시 만났다. 기분 좋게 한 잔 하며 해후를 즐겼고 어김없이 다음 날에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또한 방문진의 지역방송발전지원사업의 결과 발표도 주중에 있었는데 최종 합격의 기쁨도 잠시 '이제 이것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걱정이 커졌다. 금요일에는 충주를 시작으로 청주 - 보은 - 단양 - 충주에 이르는 대장정도 있었으니 돌이켜 보면 여러모로 고된 한 주였다. 그래서 이번 주말은 특별한 이벤트 없이 휴식과 정비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가장 먼저 몇 개 남지 않은 혈압약을 다시 타 와야 했다. 주중에는 청주로 출퇴근하느라 시간을 낼 수 없어서 주.. 2023. 6. 4.
김광석 노래를 잘 부르게 된(?) 후배 ※ 금연 D+236 ※ 지천명 D-1,369 "만나야 할 사람은, 언젠가 꼭 만난다고 들었어요." 좋아하는 영화 , 아니 아니 에서 전도연의 대사다. 이 말이 사실인 건지 얼마 전, 수년째 연락 두절됐던 후배 녀석에게서 전화가 왔고, 지난주 금요일에는 둘이 얼굴 맞대고 앉았다. 시간이 녀석만 비껴갔나보다. 세월이 무색할 만큼 하나도 변한 게 없었다. 못 본 사이 녀석은 직장에서 관리자 위치에 올라 있었으며 노동조합 활동도 열심히 하는, (전과 비교 불가할 정도로) 매우 안정적이고 올바른 삶을 살고 있었다. 오후 5시. 술 먹기엔 다소 이른 시간이었지만 막차로나 갈 법한 맥줏집에 들어가 소주를 시켰다. 아, 금요일 오후 5시부터 술을 마실 수 있었던 이유는 휴가를 냈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수, 목 이틀 .. 2023. 4. 3.
[youtube] 새해 맞이 이층 침대 분리하기 이사 오면서 이층 침대를 사 줬는데 몇 번 자더니 무섭다고 해서 결국 안방에서 네 명이 같이 자고 있었다. 새해도 맞이한 겸 아이들 침실을 바꿔주기로 결정!! 섣불리 덤볐는데 보통 일이 아니었다... 거의 이사 수준.... 힘들었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니, 그걸로 됐다. https://youtu.be/saVKB-OSjTY 2023. 1. 24.
섞기의 미학 ※ 금연 D+149 ※ 지천명 D-1,456 2023년의 시작과 함께 매주 수요일 퇴근은 늦어질 예정이다. 생방송 때문에 그런 건데, 이번 주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퇴근이 늦다 보니 셔틀을 탈 수 없어서 기차나 버스로 충주로 넘어가야 한다. 두 대중교통은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 터미널이 걸어서 10분 거리라 버스 타기는 좋은데 버스비가 만 원이 넘고 충주까지 근 2시간이 걸린다(서울 가는 시간보다 길다). 반면 기차는 오천 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과 1시간이면 충분히 충주에 도착할 수 있어서 선호하는 편인데, 문제는 역이 너무 외진 곳이 있다는 것이다. 택시 타고 역까지 이동하는 비용까지 더하면 결국 버스보다 비싼 꼴이 된다. 그래서 지난 수요일에도 고민하며 버스와 기차.. 2023. 1. 6.
2023년의 첫 기록 ※ 금연 D+145 ※ 지천명 D-1,460 2023년 새해가 밝고 하루가 지났다. 올해는 계묘년, 토끼의 해라고 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띠는 음력으로 따지는 것이기에 아직 계묘년이라 할 수는 없다(띠의 기준이 입춘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확실한 건 양력 1월 1일은 아니라는 거다). 하지만 뭐 큰 상관은 없다. 우리는 얼마 안 가 '올해가 무슨 띠인지' 금방 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새해를 경건한 마음으로 맞이하고 싶었으나 갑작스럽게 친구 가족과 모임이 잡히는 바람에 (길이 막힌 나머지 1시간 50분이면 갈 거리를) 4시간 넘게 달려 경기도 시흥으로 갔고, 그곳에서 아이는 아이들대로 신나고 어른은 또 어른대로 뜻깊은 1박 2일을 보내고 왔다. 오랜만에 친구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좋은 자리였지만 그날 .. 2023. 1. 2.
나는 단지 로또를 사고 싶었을 뿐이었다. 지갑을 뒤적이다 로또 한 장을 발견했다. 이게 뭐지 싶어 기억을 더듬어 보니, 지난 대부도 여행 때 로또를 샀었고 5천 원짜리에 당첨되었던 게 생각났다(그날 같이 산 선배 형은 5만 원과 5천 원에 당첨됐다). 때마침 명절 앞두고 일찍 충주로 넘어와 몇몇 분께 명절 인사를 드린 후라 기분 좋게 '로또나 한 번 할까' 하며 로또 판매점을 향했다. 자주 가는 로또 판매점 앞에 차를 세우고 가게 문을 여는데, 어라? 잠겨있네? 양손으로 햇빛을 가리고 안을 들여다보니, 어서 너의 행운을 잡으라는 듯 두툼한 로또 용지 다발과 OMR용 사인펜들이 손짓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이 잠겨있으니 도리가 없었다. 오래 기다릴 마음은 없었기에, '다음에 하지 뭐.' 하며 몸을 돌렸는데 옆 가게 평상에 앉아계시던 어르신 두 분이.. 2022. 9. 9.
대기번호 1088번 정확히 한 시간이 지났고 25명이었던 대기 인원은 10명으로 줄었다. 1시간 동안 15명이 줄어든 것이니 1명 당 4분이 소요된 셈인데 기다리다 포기하고 자리를 뜬 이들을 감안하면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이 오랜 기다림은 월요일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은행을 찾은 내 탓이다. OTP의 만기일이 다가와서 오랜만에 은행을 찾은 건데, 아무리 스마트폰으로 대부분의 금융 업무를 볼 수 있다고 해도 은행이라는 공간은 여전히 사람들로 분주했다. 잠깐 일 보고 들어갈 요량이었지만 대기 시간만 한 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다. 기다리며 보내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뭐 읽을 거 없나 폰을 뒤지다가 오래전 친구가 선물해 준 e북이 눈에 들어왔다. 김재완 작가의 ‘나 아직 안 죽었다’라는 제목의 에세이인데 40페.. 2021. 8. 24.
[책] 어린이라는 세계 사실 이 책은 처제가 아내에게 선물한 건데, 아내는 며칠 들고 다니는가 싶더니 언제부턴가 같은 자리에 방치하기 시작했다. 몇 번을 지나다가 호기심에 집어 들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는데 오늘 마지막 장을 덮었다. 작가인 김소영 선생님은 어린이책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다가 지금은 어린이 독서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독서교실을 운영하며 겪은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느낌과 의견을 더한 에세이다 보니 사례가 구체적이고 이해가 쉬웠다. 책을 읽어 가며 든 느낌은 (이런 표현은 처음 써보는 것 같아 다소 쑥스럽지만) 몽글몽글했다. 진심으로 어린이를 대하는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고, 사소한 일상 속 작가의 성찰과 만날 때면 예상치 못한 깨닮음에 무릎을 쳤다. 어린이에게 '착하다'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착한 마.. 2021. 6. 23.
[책] 아무튼, 싸이월드 각별하지만 남세스럽고 애틋하지만 오글대는 그것. 어딘가에 안전하게 간직하고 싶지만 '굳이'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지는 않은 그것. 항상 그 자리에 있어주기를 바라지만 '딱히' 자주 들여다보고 싶지는 않은 그것. 그래도 절대로 사라지지만은 않으면 좋겠는 그것. 나의 이십대, 나의 청춘. (14page.) 아무튼 시리즈는 출판사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가 함께 펴내는, 한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시리즈다. '아무튼, 싸이월드'는 이 시리즈 중 마흔두 번째 이야기. 책의 저자인 박선희 작가는 광화문에서 일간지 기자로 일하고 있다고만 나와 있었는데, 검색을 통해 기자협회보 기사를 보니 동아일보 기자였다. 신문사의 논조는 나와 맞지 않지만, 작가가 써 내려간 싸이월드의 추억과 사연들에는 탄성을 지르며 공.. 2021. 6. 18.
책 선물 얼마 전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본인이 재밌게 읽은 책인데 나도 좋아할 것 같다며 책 한 권 보낼 테니 주소를 알려달라며 카톡창에서 보채고 있었다. '뭘 그런 걸 다~허허허' 하며 주소를 보내고는 잊고 있었는데, 서점의 불찰로 2주가 지나서야 택배가 도착했다. 책을 선물 받은 건 정말 오랜만이다. 택배를 뜯어보니, 와... 이건 단순히 책이라고 하기엔 포장도 화려했고 연필, 포스트잇 등 다양한 것들이 포함된 종합구성물이었다. 사실 책을 받고는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오랜만에 장모님이 애들을 봐주신 덕에 아내와 외식하며 마신 소맥 때문인지, 이리 정성스럽게 포장하여 책을 보낸 친구 녀석의 마음이 너무 고맙고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서점에서 작업해 보낸 거란 건 나중에 알았다). 아무튼, 싸이월드.. 2021. 6. 12.
싸이월드의 부활을 기다리며... 당초 3월 중에 웹서비스를 재개한다고 했던 싸이월드가 모바일 서비스도 함께 시작하는 쪽으로 계획을 수정하면서 시점을 5월로 미뤘다. 2달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싸이월드와 다시 만난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반갑고 흥분된다. 연령 대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에게 싸이월드는 대학시절을 시작으로 졸업과 백수 생활, 취업 그리고 충주에서 시작된 제2의 인생까지, 모든 순간을 관통하는 기록의 총아다. 또한 도토리를 모아서 산 배경음악에는 순간의 감정들, 설렘과 무기력함, 희망과 좌절, 행복과 분노 등 그 시절의 오감이 녹아있다. 이런 싸이월드를 지금의 SNS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이 뭐냐 묻는다면 '불친절'이라 하겠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모두 내가 팔로잉하는 사람들의 피드들을 친절하게 모.. 2021. 2. 26.
휴업과 선물 "저녁 먹은 거 설거지하면 선물 줄게." 어제 저녁, 비염이 심해져 코를 휴지로 막고 소파에 드러누워 있던 아내가 말했다. "내가 언제 선물 줘야만 설거지했냐? 뭔데, 선물이?" "설거지나 하고 이야기해." 뭔진 모르겠지만 그깟 선물 따위 때문에 설거지를 한다는 건 자본의 노예로 전락하는 것과 다름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한 채 수세미로 접시를 문질렀다. 저녁을 간단하게 먹었더니 설거짓거리가 많지 않았다. 설거지를 마치고 '자, 이제 약속대로 선물을 내놔라'는 표정으로 아내를 응시하고 있자니, 이 사람이 밀땅을 시작했다. 선물 때문에 설거지를 한 게 아니니 주든 말든 상관없다는 쿨한 자세를 취하고 싶었지만, 이미 몸은 앙탈을 부리고 있었다. 결국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아이들 색칠놀이 할 것을 뽑아준 .. 2020. 10. 15.
휴업과 밀리터리 버거 롯데리아에서 밀리터리 버거가 나온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무릎을 탁 쳤다. 대한민국 보통의 남성들은 반드시 겪어야 하는 군대, 그리고 그곳에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무조건) 일주일에 한 번씩 먹어야 했던 군대리아... 맛을 떠나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버거가 나온다면 한 번쯤은 사 먹지 않을까? 한편에서는 남성 위주의 군대 문화이고, 지금도 변함없이 열악한 군대의 식문화를, 과거라는 이유로 낭만으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던데, 햄버거 가게의 (언제 단품 될지 모를) 신메뉴에 심오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진 않다. 생전 처음으로 11번가에서 밀리터리 버거 사전 구매 쿠폰을 샀다. 6,400원 하는 것을 4,300원에 살 수 있으니 30%가 넘는 할인 아닌가. 일찌감치 추석 전에 쿠폰 2장을 .. 2020. 10. 8.
[Vlog] 탄금대 산책 코로나19로 어린이집도 휴원에 들어가면서 갈 곳 잃은 아이들이 요즘 많이 불쌍하다. 그래서 (평일이기도 하여) 큰맘 먹고 탄금대로 산책을 다녀왔다. 예상대로 사람이 거의 없었고, 더운 감도 없지 않았지만 숲에서 나오는 바람으로 그 더워를 식히기 충분했다. https://youtu.be/ccaes-8jsPI 사실 오늘이 큰 딸 생일인데, 생일에 하루종일 집에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외출을 강행했다. 우리 딸 생일 축하해~ 부디 지금처럼 밝고 건강하게, 용기 있지만 상대방을 배려할 줄도 아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사랑한다~ https://youtu.be/xb5JTycqc90 2020. 8. 31.
휴업과 고장난 에어컨, 그리고 크라잉넛 나는 지금, 집에 있는 모든 선풍기를 틀어 놓은 채 이 글을 쓰고 있다. 유래 없는 52일간의 긴 장마 후 폭염특보가 내려진 상황에서 (젠장) 에어컨이 고장 났다. '옛날에는 선풍기 한 대로 긴 여름을 나지 않았던가' 하며 쿨하게 받아들이려 했는데, 나는 옛날 사람이 아니다,,, 특히 이번 주는 월, 화 연달아 휴업인지라 이틀을 집에 있어보니, 이제야 아내와 아이들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었다(회사는 에어컨이 빵빵하다). 이미 몇 번에 걸쳐 여러 명의 AS기사님들이 다녀갔으나, 희한하게도 이들이 올 때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 문제없이 작동되었고 어쩌다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럴 때면 '증상은 있으나 원인은 모르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답이 돌아왔다(정말 그랬다. 같은 증상의 다른 집도 배선 뜯고.. 2020. 8. 26.
휴업과 등산 오늘은 월요일. 금요일부터 시작해 2박 3일의 음주가무(?)와 숙취에 비례하는 크기의 월요병과 싸워가며 힘차게 한 주를 시작했, 어야 하지만, 오늘 역시 나는 휴업이다. 4일째 놀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의 소비로 가성비 높은 즐거움을 추구하다 보니, 대부분의 일과를 집에서 보내게 된다. 어제도 노브랜드 피자와 치킨, 꼬치어묵으로 저녁 술상, 아니 밥상을 차렸다. 오늘은 아내와 충주 남산에 오르기로 했다. 나도 오랜만이지만, 아내에게 등산이란 '왜?'라는 의문사와 동격인 단어로서, 그 필요성과 이유를 전혀 못 느끼는 행위다. 같은 이유로 연애 포함 9년을 만나면서 산이라고는 제천 용두산에 다녀온 것이 전부인 그녀다. 그런 아내가 선뜻 등산에 동의한 것은, 아마도 요즘 주문처럼 입에 달고 사는 '살 빼야지'.. 2020.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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