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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제균치료

by Kang.P 2023.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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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균치료 8일 차다. '갑자기 웬 제균치료냐?'며 궁금해할 사람은 없겠지만 굳이 친절하게 설명하자면, 지난주 수요일 건강검진 결과에 대한 상담을 받으러 충주의료원을 찾았다. 
 
다들 그렇겠지만 나 역시 검진 결과를 들으러 갈 때면 성적표를 받으러 가는 수험생처럼 긴장되고 두렵다. 

가정의학과 선생님은 나의 몸 상태를 상세히 설명해 주었는데, 콜레스테롤 수치가 기준 이상으로 올랐고, 요산 수치도 여전히 높았으며 술도 안 마셨는데 감마gpt까지 정상 범위를 넘어섰다.

이 중 가장 크고 중요한 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발견된 것이다. 선생님은 위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는 헬리코박터균을 없애기 위해 제균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제균치료라는 말에 잔뜩 겁을 먹었는데 다행히 약을 통한 치료란다.
 
하지만 중요한 금지 조항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금주였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러나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열흘 치 제균치료 약을 받아서 집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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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부터 약을 먹기 시작하면 열흘 간 술을 마실 수 없겠구나...'.
슬픈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다.
 
그래서....
 
 
 
 
 
 
 
 
 
그날 바로, 그러니까 제균치료를 시작하기 전날에 술을 마셔버렸다.

약을 먹으면서 술을 마시면 안 된다고 했지, 복용하기 전부터 금주하라는 이야기는 없었지 않은가. 어쭙잖은 자기 합리화를 통해 술자리를 만든 것이다.  

가족에겐 외식이라는 말로 포장했다.


고깃집에서 소맥을 마셨다. 내일부터 못 마신다는 생각 때문인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회사 모습은 쓸쓸했고 저길 두고 왕복 3시간을 출퇴근하고 있는 나는 씁쓸했다.


2차로 노래방에 갔다. 
 

아빠를 닮은 건지 아이들도 노래방을 좋아한다.


그리고는 기억을 잃었다. 
 
호된 신고식을 치른 후 제균치료에 들어갔고 오늘로 8일 차에 이른 것이다. 제균치료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약을 통해 장 속 유해균을 싸악 죽이는 과정이고 덕분에 배변활동도 원활해졌다. 또한 8일 동안 술을 안 마셨더니 푸석했던 피부도 돌아오는 것 같고 아침에 일어날 때도 상쾌하다. 
 
이참에 (담배도 끊었는데) 술도 끊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뇌리를 스쳤지만 강하게 고개를 저으며 쓸데없는 생각을 휘발시켰다.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전에 없던 것들이 생기고, 정상이던 수치들도 자꾸 올라간다. 관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될 나이가 된 것이다. 많이 살지는 않았지만 살아보니 건강이 제일이더라. 
 
부디, 모두 건강한 오늘을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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