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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logue129

자동차 변천사 10년 만에 차를 바꿨다. 칫솔 바꾸듯 쉬운 결정은 아니었는데 그럼에도 실행에 옮기게 된 건 아이들 때문이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두 딸들도 커가면서 가족에서 친구로, 그들의 준거 집단이 바뀔 것이고 그렇게 되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말인즉, 아이들과 함께 놀러 다닐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돈을 더 모아서 사겠다는 이유로 나중에 차를 산들 아이들은 이미 가족보다 친구를 찾기 시작했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생각이 이쯤에 미치자 바로 차 예약을 걸었고, 그게 작년 4월 17일이었으니 근 10개월 만에 차를 받게 된 것이다. 학생과 백수 때는 물론이고 2005년에 취업을 하고도 근 1년 간은 차 없이 생활했다. 회사 근처에 자취방을 구했기 때문에 차의 필.. 2024. 2. 18.
제우회 신년 모임 현재 우리 회사는 격주로 4.5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둘째 넷째 주 금요일에는 4시간만 근무하고 퇴근하라는 건데, 수 년째 계속되고 있는 임금 동결에 따른 나름의 임금 보존책이라 하겠다. 2주마다 금요일에 일찍 퇴근하는 것 외에는 딱히 이 제도의 덕을 본 게 없었는데, 지난 금요일에는 정말 요긴하게 잘 사용했다. 고등학교 동창 모임의 신년회가 그날이었는데, 4.5일제 덕분에 여유롭게 올라갈 수 있었다. 사실, 그동안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 많이 참석하지 못했다. 친구들 대부분이 서울이나 그 근교에 살고 있다 보니 모임 역시 서울에서 자주 하게 되는데, 충주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시간이 쉬이 나지 않았다. 금요일 오후 2시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했고 약속 장소인 강남에 도착하니 4시가 조금 넘.. 2024. 1. 28.
점심 후 산책 일찍 점심을 먹고 오랜만에 산책을 나섰다. 건물 하나 없는 대로변을 지날 때는 칼바람에 얼굴 살점이 떨어져 나갈 듯했지만, 역경을 이겨내고 돌아오니 '그래도 나가길 잘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충주에 있을 때는 매일이다시피 점심 식사 후 호암지를 돌았다. 회사 바로 앞이라 가까웠고 약 40분에 걸쳐 한 바퀴를 돌면 3Km가 조금 넘는 거리를 걷게 되는데 적당히 땀도 나서 사뭇 운동한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 호암지를 돌 때면 눈이 즐거웠다. 산책로도 훌륭할뿐더러 멋진 나무들로 조경이 잘 돼 있어서 꾸준히 돌다 보면 연둣빛 새순이 올라오고, 단풍잎이 시나브로 붉어지는 등 계절이 바뀌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은 청주로 출근하게 되면서 더이상 호암지의 사계를 즐길 수 없게 됐지만, 선배를.. 2024. 1. 22.
과유불급 시작은 좋았다. 매끼 밥상 차리는 것도 일일뿐더러 특별히 새해 첫날이고 하니 동네 식당에서 외식을 하자고 아내에게 제안했다. 거절할 이유가 없는 아내는 흔쾌히 동의했고 몇 번 기웃거렸지만 매번 자리가 없어서 포기했던 동네 식당을 찾았다.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다소 이른 시간이라 다행히 식당은 한산했다. 이 가게의 주메뉴는 돼지김치구이인데, 우리 같은 가족 손님에 대한 배려인지 (어울리진 않지만) 돈까스도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먹기 딱 좋았다. 2024년도 잘 살아보자며 소주와 맥주도 시켰다. 소주 한 병에 맥주 세 병이면 소맥 한 세트가 완성되는데, 항상 마지막 맥주병이 바닥날 때쯤이면 서로 눈치를 보며 고민하게 된다. 그 고민은 다음과 같다. 1. 여기서 끝낸다 2. 한 세트(소주 1병 + 맥주 3.. 2024. 1. 2.
새벽 6시 13분 대전행 첫 기차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새벽, 충북선 첫 기차에 몸을 실었다. 오늘 출장을 가야 하는데 배차에 문제가 생긴 나머지 서로 다른 두 개의 출장을 한 차로 움직이게 되었고 시간을 맞추다 보니 충주에서 첫 기차를 타고 청주역에 도착하면 픽업해 움직이기로 한 것이다. 말이 6시 기차지, 이 기차를 타기 위해선 4시 반부터 준비해야 했다. 새벽에 일어나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전날의 숙면 때문인지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는 긴장 탓인지 시간이 갈수록 정신이 맑아졌다. 한참을 잠과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잠이 드는 참변이 발생하고 말았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충주역에 도착했을 때는 사뭇 놀랐다.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역사와 플랫폼에서 새벽 첫차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2023. 12. 11.
천 원짜리 샤프 좀 지난 일이긴 한데, 지난달 말에 생일이 있었다. 젊을 때야 사람들과 시끌벅적한 술판을 벌이며 시간을 보냈을 테지만 대략 마흔을 넘긴 시점부터인 것 같다. 가족과 조촐하게 생일을 보내기 시작한 게 말이다. 예전만큼 어울릴 이들이 많지 않은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왁자지껄 흥겹게 보다는 조용하고 의미 있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도 사실이다. 매 년 생일이면 아이들은 정성스럽게 쓴 편지로 선물을 대신했다. 근데 올해는 처음으로 큰 딸이 편지와 함께 물건을 선물로 내밀었다. 샤프... 생일 며칠 전부터 선물로 받고 싶은 게 뭐냐 묻길래 처음에는 '집'이라고 했다가 혼났고, 현실적인 물건을 찾던 중 '샤프'가 생각났다. 나중에 동네 문방구에 가보니 내가 받은 선물과 같은 샤프 밑에 '1,000원'이라는.. 2023. 11. 4.
보름만의 음주 돌아가신 할머니의 주름처럼 깊이 파이고 갈라진 메마른 논에 수문을 열고 첫물을 들이는 기분과 비슷할 거다. 보름 만에 목구멍으로 술을 넘기는 느낌 말이다.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식도를 통과한 소맥이 장기의 어느 부위를 지나고 있는지 정확히 느낄 수 있었다. '그래 이 맛이었지…' 빈 속으로 넘기는 소맥은 짜릿했다. 어제부로 헬리코박터 2차 제균 치료가 끝났고 때마침 아내가 월급날이라며 저녁을 산다기에 오랜만에 고깃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큰 딸아이는 나를 닮아서 대패삼겹살을 좋아하는데 요즘은 그 정도가 심해진 나머지 집착에 가까워졌다. 딸의 고집에 못 이겨 외식할 때마다 대패삼겹살을 먹어대다 보니 이제는 그 좋아하던 대패삼겹살을 증오할 지경에 이르렀다(그럼에도 우리는 오늘도 대패삼겹살집에 앉아있다). 보.. 2023. 9. 21.
축! 2023년 충주시 온라인 홍보 유공자 선정!! 제목 그대로다. 오늘 오후 퇴근 셔틀 안에서 2023년 충주시 온라인 홍보 유공자에 선정되었다는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받았다. 이거 참, 꾸준히 아이들 성장 과정을 기록하다 보니 이런 순간도 오는구나 싶다. 전후 관계를 설명하면, 지난 6월 말경 충주시 공식 인스타그램에 피드가 하나 올라왔다. 개인 SNS를 통해 충주를 알린 사람들 중에 신청을 받아 충주시 홍보 유공자를 선정한다는 내용이었다. 즉, 선정된 후 서포터즈처럼 홍보활동을 해 나가는 게 아니라, 특정 기간 동안 SNS를 통해 충주를 많이 알린 사람들에게 '고맙고 앞으로도 많이 홍보해 달라'는 의미로 진행하는 이벤트인 것이다. 피드를 보자마자 생각난 것이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기록하고 있는 본인의 유튜브 채널이었고, 수줍게 메시지로 신청 의사와 링.. 2023. 8. 14.
2023년 여름휴가와 Oldies but Goodies 수요일부터 3일 동안 연차 휴가를 냈다. 실질적인 올해의 여름휴가인 것인데, 가족과의 여행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고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보냈다. 지난주부터 시작한 아내의 단기 알바로 인해 주중에 놀러 가는 건 기대조차 할 수 없었고 오히려 방학에 들어간 아이들을 돌봐야 했다. 또한 이때다 싶게 고장난 에어컨 덕분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무료함을 달랠 수 있었다(아직도 진행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 본격적인 휴가가 시작되기 전 날, 오랜만에 친한 형과 함께 조촐한 전야제를 가졌다. 불과 2주 전에 봤음에도 오랜만이라고 하는 건, 그때는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형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족발과 보쌈 세트를 사이에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았다. .. 2023. 7. 30.
섬집 아기 다른 집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집 아이들은 유독 엄마와 끈끈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 관계가 얼마나 견고한지 아빠는 언감생심 끼어들 틈이 없다. 나름 한다곤 했지만 그럼에도 어린 시절 아빠와 교감이 (엄마에 비해) 많지 않았던 탓일 거다. 애들은 어려서부터 엄마 껌딱지였고 지금도 그렇다. 아내가 친구라도 만날라 치면 아이들이 잠든 틈을 타 신경을 곤두세우고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했다. 둘 중 하나라도 깨는 사단이 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안 해 버릇해서 그런 거라고, 자꾸 해 봐야 아이들도 엄마와 분리 정서를 만들어 간다고들 이야기하는데 아내는 마음이 여려서 아이를 두고 매몰차게 나가지 못한다. 물론 남편에 대한 불신이 결정적 이유일 것이다. 이를 극복하고자 엄마들은 빼고 아빠 셋.. 2023. 4. 29.
라면 예찬 지난 토요일 아침에는 오랜만에 아이들에게 라면을 끓여줬다. 여느 아이들이 그렇듯 우리 애들도 평소에 라면 노래를 불렀고 여느 부모가 그렇듯 우리 역시 라면에는 야박했다. 그렇지만 주말만큼은 치팅데이!! 찬장에서 라면 2개를 꺼냈다. 진라면과 튀김우동라면 같은 라면을 끓여주면 좋을 텐데 두 녀석의 식성이 너무 다르다. 한 아이는 언니랍시고 (순한 맛이긴 하지만) 진라면을 먹고 다른 한 아이는 아직 라면을 매워해서 튀김 우동을 먹는다. 어쩔 수 없이 두 개의 냄비에 두 개의 라면을 따로 끓여야 한다. 이 둘은 식성뿐만 아니라 먹성도 다르다. 게걸스럽게 먹어대는 큰 딸과 면가닥을 세고 앉아있는 둘째를 보고 있노라면 어쩜 이리 다를 수가 있나 싶다. 아이들이 먹는 걸 확인하고는 남은 두 종류의 라면을 한 곳으로.. 2023. 4. 21.
퇴사와 이직 ※ 금연 D+245 ※ 지천명 D-1,360 언제나 그렇듯 오늘 아침도 셔틀에 몸을 싣고 청주로 출근하는 중이었다. 이틀 전인 월요일에는 과학 콘서트 녹화를 마치고 몇몇 사람들과 간단하게 한 잔 한다는 것이 (예상대로) 간단하게 끝나지 않았고 결국 막차를 놓쳐 모텔에서 자야 했다. 그날의 피로는 오늘까지도 이어졌다. 이제 숙취는 기본적으로 이틀 이상 가는 게 당연한 나이가 되어버렸다. 조금이라도 피로에서 벗어나고자 셔틀 차량의 반동에 맞춰 고개를 흔들며 쪽잠을 자고 있는데 단톡방의 알림이 울렸다. 단톡방에 있는 형의 회사에 신입 사원이 입사 예정인데 우리 회사에서 2~3년 일한 친구라고 한다. 그러면서 아는 사람이냐고 묻고 있었다. 글쎄... 작년 말에 11명의 명퇴가 있었지만 그중에 2~3년 연차의 직.. 2023. 4. 12.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잠실의 추억 2001년 말인지 2002년 초인지는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잠실의 날씨는 화창했고 정장 차림의 서울 시티즌들은 뭐가 그리 바쁜지 잰걸음으로 정신없이 내 앞을 오가는데, 그 모습이 역동적이면서도 애처로웠다. 2001년 6월에 제대한 나는 군인과 민간인 사이 그 어디 즈음에 있으면서 재사회화의 과정을 겪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누군가와 어깨라도 부딪힐라치면 '죄송합니다' 보다 '병장! 강창묵!', 관등 성명이 먼저 튀어나왔고, 말을 못 들었을 땐 '예? 뭐라고요?'라고 되묻지 못하고 '잘 못 들었습니다!'를 외쳤다. 그렇게 실수하고 고쳐 가며 복학 전까지 고향인 제천의 한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4, 5개월 간의 알바를 끝내고 쉬면서 복학을 준비할 때쯤 고등학교 동창에게서 전화가 왔다. 녀석은 제대 후.. 2023. 4. 7.
김광석 노래를 잘 부르게 된(?) 후배 ※ 금연 D+236 ※ 지천명 D-1,369 "만나야 할 사람은, 언젠가 꼭 만난다고 들었어요." 좋아하는 영화 , 아니 아니 에서 전도연의 대사다. 이 말이 사실인 건지 얼마 전, 수년째 연락 두절됐던 후배 녀석에게서 전화가 왔고, 지난주 금요일에는 둘이 얼굴 맞대고 앉았다. 시간이 녀석만 비껴갔나보다. 세월이 무색할 만큼 하나도 변한 게 없었다. 못 본 사이 녀석은 직장에서 관리자 위치에 올라 있었으며 노동조합 활동도 열심히 하는, (전과 비교 불가할 정도로) 매우 안정적이고 올바른 삶을 살고 있었다. 오후 5시. 술 먹기엔 다소 이른 시간이었지만 막차로나 갈 법한 맥줏집에 들어가 소주를 시켰다. 아, 금요일 오후 5시부터 술을 마실 수 있었던 이유는 휴가를 냈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수, 목 이틀 .. 2023. 4. 3.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 ※ 금연 D+222 ※ 지천명 D-1,383 계절을 불문하고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은 다른 요일의 배 이상으로 출근하기가 힘들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청주로 가는 셔틀 차량에 오르자마자 기절하듯 잠들었고, 차량의 흔들림에 목 부러진 인형처럼 연신 헤드뱅잉 하면서 왔더니 도착해서는 목이 뻐근했다. 오늘따라 월요일의 피곤함이 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지난 토요일에 서울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상경해서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 술잔을 기울였으니 그날의 분위기는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강변역에서 친구를 만나 을지로로 이동했는데 매번 밤에 올라오다가 낮의 서울과 만나니 뭔가 설렜다.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정말 오랜만에 영풍문고에 들렀다. 세상에는 많은 책들이 있고 그 책을 지은 많.. 2023. 3. 20.
나만 빼놓고 서울 여행... ※ 금연 D+179 ※ 지천명 D-1,426 나는 지금 호암동에 위치한 충청북도중원교육문화원의 도서관 창가 자리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지난번 글에서도 언급했던 기획안 작성 때문에 나온 것인데, 미세먼지는 좋지 않지만 따뜻한 햇살이 내리비치는 창밖 풍경에 마음을 뺏긴 나머지 당최 일이 진행이 되질 않아 블로그를 열었다(고 핑계를 댄다. 항상 이런 식이다). 사실 오늘 아내와 아이들이 2박 3일 일정으로 서울 여행을 떠났다. 서울 여행이라는 말이 좀 웃기긴 한데 실제로 서울로 여행을 간 것이니 틀린 말도 아니고 딱히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도 않는다. 12시 20분 버스를 타고 올라가는 가족들을 터미널에 내려주고 도서관으로 온 것이다. 아이들은 서울 올라가는 내내 한숨도 안 자고 끊임없이 떠들었다고 한다.. 2023. 2. 5.
4,000개의 메일 정리 ※ 금연 D+177 ※ 지천명 D-1,428 발단은 구글드라이브의 용량 부족이었다. 개인적으로 1년 단위로 결제하며 구글드라이브 100기가를 유료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달인가 프로그램 출품을 해야 했는데 구글드라이브에 올려서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45분짜리 열두 편을 올리고 나니 드라이브 사용량이 92%로 늘었고 추가 결제를 하여 용량을 늘리라는 협박, 아니 경고 메시지가 떴다. 당장 지울 수 없는 상황이라 최대한 드라이브 사용량이 늘지 않게 쓰고 있었는데 오늘 보니 Gmail이 용량을 꽤 많이 차지하고 있었다. 구글드라이브 용량 확보를 위해 예정에 없던 메일을 정리하게 되었고 4,000개가 넘는 메일을 2시간 넘게 정리해서 800 대로 줄였다. 일괄적으로 지운 게 아니라 메일 제목을 보며 살려.. 2023. 2. 3.
아로이아로이 소고기 쌀국수 금연 D+5개월 12일 지천명 D-1,439 설날 연휴를 하루 앞둔 금요일에는 휴가를 냈다. 명절 준비할 것도 있고 웬만한 일들은 해 놓은 상태라 왕복 3시간을 허비하며 청주로 향하고 싶지 않았다. 휴가를 내고는 기분 좋게 장을 보고 오랜만에 아내와 점심 외식을 할 계획이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전날 아내는 명절을 앞두고 친구들을 만났다. 결혼과 육아, 직장생활 등의 이유로 각자 생활에 바쁘던 친구들이 오랜만에 시간을 맞춘 것이니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아이들도 엄마를 찾지 않고 아빠와 함께 잠들었으니 금상첨화, 이는 분명 하늘이 주신 기회였던 것이다. 다음날 아침, 아내는 멀쩡한 듯했지만 아이들이 등교와 등원을 마치자 바로 방전되어 버렸다. 엄마의 정신력이란 이런 거다. 장 보는 건 둘째치고 아내의 .. 2023. 1. 23.
아내와의 외식 (feat. 79대포 @ 충주 호암동) ※ 금연 D+5개월 5일 ※ 지천명 D-1,446 언제나 그렇듯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이면 예약이라도 해놓은 것처럼 피곤하다. 전날 과음을 하든 꿀 같은 휴식 시간을 갖든 피곤함에는 차이가 없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회사라는 공간을 떠나지 않는 한 월요병은 벗어날 수 없는 멍에 같은 거다. 출근해서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만지다가 사진첩에 들어왔는데 음식 사진들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순간 지난 토요일 밤의 일들이 떠올랐다. (딸의 성화에 못 이기신) 장모님이 아이들을 봐주신 덕분에 오랜만에 아내와 둘이 오붓하게 한잔하러 나갈 수 있었다. 가끔 네 식구가 함께 고깃집에 간 적은 있지만 술집을 같이 가는 건 영 불편해서 못 가고 있었는데, 장모님이 그 길을 열어주신 거다(항상 감사합니다, .. 2023. 1. 16.
후배 결혼식에서의 단상 ※ 금연 D+151 ※ 지천명 D-1,454 요즘 미세먼지가 심상치 않다. 어제는 올겨울 최악의 미세먼지라는 소식이 뉴스를 도배했고 그에 따른 비상저감조치도 실행됐다. 이런 최악의 미세먼지에는 집에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지만 어제는 어쩔 수 없이 집밖을 나서야 했다. 후배의 결혼식 때문이었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에, 지금은 퇴직하신 국장님의 딸 결혼식도 있었다. 두 결혼식은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있었으니,,, 그렇다. 이 둘이 결혼하는 것이다(사람의 인연이란 그런 거다). 오랜만에 뵙는 국장님과 사모님은 다소 상기된 듯 보였다. 장녀가 결혼한다는 사실 때문인지, 많은 하객들을 응대하느라 정신이 없어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기분이 좋으신 것만큼은 확실했다. 엄마를 꼭 닮은 신부는 신.. 2023. 1. 8.
섞기의 미학 ※ 금연 D+149 ※ 지천명 D-1,456 2023년의 시작과 함께 매주 수요일 퇴근은 늦어질 예정이다. 생방송 때문에 그런 건데, 이번 주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퇴근이 늦다 보니 셔틀을 탈 수 없어서 기차나 버스로 충주로 넘어가야 한다. 두 대중교통은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 터미널이 걸어서 10분 거리라 버스 타기는 좋은데 버스비가 만 원이 넘고 충주까지 근 2시간이 걸린다(서울 가는 시간보다 길다). 반면 기차는 오천 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과 1시간이면 충분히 충주에 도착할 수 있어서 선호하는 편인데, 문제는 역이 너무 외진 곳이 있다는 것이다. 택시 타고 역까지 이동하는 비용까지 더하면 결국 버스보다 비싼 꼴이 된다. 그래서 지난 수요일에도 고민하며 버스와 기차.. 2023. 1. 6.
2023년의 첫 기록 ※ 금연 D+145 ※ 지천명 D-1,460 2023년 새해가 밝고 하루가 지났다. 올해는 계묘년, 토끼의 해라고 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띠는 음력으로 따지는 것이기에 아직 계묘년이라 할 수는 없다(띠의 기준이 입춘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확실한 건 양력 1월 1일은 아니라는 거다). 하지만 뭐 큰 상관은 없다. 우리는 얼마 안 가 '올해가 무슨 띠인지' 금방 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새해를 경건한 마음으로 맞이하고 싶었으나 갑작스럽게 친구 가족과 모임이 잡히는 바람에 (길이 막힌 나머지 1시간 50분이면 갈 거리를) 4시간 넘게 달려 경기도 시흥으로 갔고, 그곳에서 아이는 아이들대로 신나고 어른은 또 어른대로 뜻깊은 1박 2일을 보내고 왔다. 오랜만에 친구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좋은 자리였지만 그날 .. 2023. 1. 2.
턱걸이와 한의원 ※ 금연 D+106 ※ 지천명 D-1,499 회사 근처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왔다. 지금도 부항을 뜬 왼쪽 어깨가 욱신거린다.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한의원 진료를 받는 것이라 모든 것이 낯설었다. 특히 '어디가 아파서 왔냐'는 질문 하나 없이 다짜고짜 맥부터 짚고는 나의 몸상태에 대해 설명하는 한의사 선생님의 (돌발?) 행동에 적잖이 놀랐고, 그 내용에 틀림이 없음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용한 점집에 앉아 있는 줄 알았다. 이곳에 온 연유는 이렇다. 대부분 금연자가 그렇듯 담배를 끊고 나니 몸무게가 3~4Kg 정도 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잡다한 군것질을 하지는 않았지만 밥 먹는 양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금연으로 인한 헛헛함을 탄수화물로 보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체중도 줄이고 근육도 키울 요량으.. 2022. 11. 24.
무너진 일상의 회복을 위한 노력 D-1747 어제(일요일)는 아침 잠의 유혹을 뿌리치고 일어나 오랜만에 호암지를 한 바퀴 돌았다. 코로나 확진과 자가격리 이후 일상의 루틴이 무너졌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3Km 이상 걷던 것도, 퇴근 후 어설프게나마 이루어졌던 홈트도, 잠깐이지만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을 두드리던 일상도 모두 사라졌다. 아침 일찍 호암지로 나선 것은 무너진 일상의 복구를 위한 나름의 노력이었다. 잔뜩 흐린 날씨였지만 그래서 더 새벽 느낌이 들어 좋았다. 어느새 생강나무는 노오란 꽃을 피우며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었고 이른 아침임에도 사람들의 복장은 한결 가벼웠다. 뛰다 걷다를 반복하며 적당히 맺히는 땀방울이 좋았고 서너 마리 오리들의 고즈넉한 유영은 가던 걸음을 멈추게 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평온함이다. 그렇게 호암지를 .. 2022.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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