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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2021년~2025년

불면증

by KangP_ 2025.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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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왔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이 두 쪽 나며 뚝 떨어진 건 아니고 서서히 안개처럼 다가와 몇 달 전부터 나의 밤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하도 잠을 못 자다 보니 '요즘 너무 편한 삶을 살고 있는 건가' 물어도 해 봤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일상이 녹록지 못했다.  
 
불을 끄고 누워 30분 내에 승부를 못 보면 정신이 점점 또렷해지기 시작한다. 억지로라도 잠을 청하기 위해 핸드폰으로 수면 음악을 틀어 놓기도 하고, 아이들을 재우기 위해 듣던 수면 동화를 듣기도 하지만 소용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쉬이 잠 못 드는 건 침대맡에서 충전 중인, 수면 음악이 흘러나오는 핸드폰 때문이다. 조금만 잠이 안 와도 핸드폰을 집어 들고 이것저것 뒤적거린다. 그리곤 다시 잠을 청하는 건데, 핸드폰을 집는 순간 수면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결국 처음 침대에 누웠던 상황으로 다시 되돌아간다. 이런 과정이 새벽까지 무한 반복된다.
 
저녁을 먹으며 간단하게 반주를 겸한 날은 그나마 잠들기가 수월하다. 많이 마시는 게 아니니 다음날 숙취로 고생할 일도 없다. 하지만 잠 좀 잘 자 보겠다고 매일 저녁 술잔을 기울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도 거의 하루건너 하루 꼴로 음주를 하며 간의 눈치를 보는 상황인데 줄이면 줄였지 늘려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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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핸드폰도 핸드폰이지만 불면의 가장 큰 원인은 잡념이다. 그리고 잡념의 기저에는 불안이 똬리를 틀고 있다. 작게는 오늘 계획대로 처리하지 못한 일들에 대한 것부터,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특히 요즘에는 나라 걱정까지.

 

걱정해서 걱정이 없어진다면 걱정이 없겠다는 우스갯소리처럼, 막연한 불안을 없애기 위해선 쓸데없는 걱정보다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생산적이다. 하여 요즘은 그 '무엇'에 대한 고민이 한창이다. 

거창한 무엇보다 소소한 행위의 반복이 만드는 위대한 루틴의 힘을 믿는다. 작은 노력일지라도 이것이 하루하루 쌓이면 어느 순간,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자랑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작은 몇 가지를 매일같이 반복하고 있긴 하지만, 좀더 많은 구체적인 무언가가 절실하다. 

 

그것을 찾아내고 실천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면 불면증 역시 시나브로 사라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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