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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logue129

휴업과 반지 오늘은 무급휴업의 첫날이다. 이미 기사화되어 많이들 알고 있겠지만, 7월부터 우리 회사는 무급휴업을 시행한다. 한 달의 근무일수 중 의무적으로 5일을 쉬고, 급여의 21%를 삭감하는 것이다. 회사의 재정상태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노사가 합의한 고육지책이다.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정책 사업의 지원을 받아 한시적(6개월)으로 진행하는 것인데, 6개월 후에 다시금 원상 복귀될 수 있을지는 지금으로선 장담할 수 없다. 물건 살 때의 20% 할인은 그로 인한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듯했는데(싼 것만 사니 그럴 수밖에...), 월급의 20% 삭감은 군가 가사처럼 '천지가 진동하고 지각이 무너지는' 듯한, 가계를 뒤흔드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취업규칙 상 투잡 및 겸업이 불가능한 우리로서는 시쳇말로 '존버'하는.. 2020. 7. 3.
8개월만의 집들이 일부러 작정을 하고 그런 건 아니었지만 지난 주말, 이사한 지 8개월 만에 집들이를 했다. 핑계를 대자면, 지난해 9월 말에 이사하고 몇 번의 집들이를 했는데, 청주에서 근무하는 동료들과는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았고, 그렇게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렸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 집들이는 내 의지로 성사됐다기보다는, 청주로 근무지를 옮긴 동기 녀석이 이번에 이사를 했는데, 우리가 집들이를 해야 본인 집들이도 할 것이 아니냐는, 피할 수 없는(피할 생각은 없었다) 논리를 들이댔고 그 후로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토요일 오후 4시 즈음, 초인종이 울리며 그들의 도착을 알렸다. 우리는 덕담을 주고받았고, 모름지기 집들이니 만큼 이곳저곳을 보여주며 공간에 대한 설명을 곁들였다. 그리곤 자연.. 2020. 6. 30.
관심과 행동 테라스가 있는 1층으로 이사 오면서 시작한 텃밭의 첫 수확물이 나왔다. 오이 하나와 고추 세 개. 개수는 얼마 안되지만 이것의 의미와 가치는 개수에 비할 바가 아니다. 성찬식을 집도하듯 경건한 마음으로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고 칼로 오이의 껍질을 벗긴다. 손놀림의 실수로 껍질과 함께 두꺼운 오이의 몸통이 함께 잘려나갈 때면, 안타까움에 외마디 비명이 새어 나왔다. 그렇게 저녁상(을 가장한 술상)이 완성되었다. 한주를 마감하는 금요일이면, 일주일간 고생한 나에게 소주 한 잔 건내고 싶어진다(는 말로 오늘의 음주를 정당화한다). 소주 한 잔과 아내의 동태탕은 환상의 궁합이었고, 국물 안주가 지겨워질 때 즈음에는 오이를 쌈장에 찍어 씹으면 아삭하고 시원한 식감이 술맛, 아니 입맛을 돋웠다. 또한 엄마가 준 모.. 2020. 6. 21.
시간 참... 나이 먹으면 아침잠이 없어진다고들 하는데, 요즘 내가 그렇다. 매일 아침 그런 것은 아니고, 아이들 재울 때 같이 잠든 다음날은 어김없이 새벽 4시 전후로 눈이 떠진다(10시 전에 잤으니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럴 때면 이불속 온기가 사라질세라, 더욱 이불 깊숙이 몸을 쑤셔 넣고 핸드폰을 만지며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잠들곤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렇게 흘려보내는 시간들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 특히, 주말이면 새벽 6시부터 3시간씩 자전거 라이딩을 한다는 회사 선배의 이야기는 더 큰 자극으로 다가왔고, 이 시간에 '(그것이 무엇이든) 뭔가를 해야겠다' 다짐을 하게 되었다. 이런 의지의 실천으로 지난 주말에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새벽 6시에 충주 남산에 올랐다. 평소 점심 먹고 나서 호암지를 한 바.. 2020. 5. 1.
[Vlog] 두 딸 극장 #2. 괄약근의 노래 같은 성별의 아이 둘을 키우다 보면 비슷한 듯 다른 모습에 가끔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이 맞나' 싶을 때가 있다(물론 틀림없는 같은 부모의 딸들이다). 큰 딸은 부끄러움 많고 다소 소심한 아이라면, 둘째는 '삼신할매의 실수로 성별이 바뀌었나' 의심을 하게 되는 순간이 많다. 각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딸들이기에 두 배로 사랑스럽다. 2020. 4. 27.
봄비 아침부터 날이 끄물끄물하더니, 오후가 되자 본격적으로 빗방물이 떨어진다. 아마도 올해 들어 제대로 느끼는 봄비인 것 같다. 할 일을 핑계로 테라스에 돗자리를 깔고 노트북을 가지고 나와 자리를 폈다. 왠지 이 빗소리가 큰 영감을 가져와서 막혀있는 문제들을 풀어갈 아이디어를 던져 줄 것 같았(지만 오히려 집중을 방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런 공간이 있음에 감사하며 집안의 화분들을 내어놓고 오랜만에 비를 맞힌다. 비가 떨어지기 시작할 때의 흙냄새가 좋다.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 이파리가 떨어지는 빗방울과 이를 머금고 있는 이파리를 보고 있자니 '다시 살아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느낌이 거짓이 아닌 것은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가지는 더 길어지며 굵어질 것이고, 이파리는 더 넓게 자라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2020. 4. 19.
금요일의 연차 보통 주말이면 뭉그적거리며 늦잠을 즐기기 마련인데 웬일로 아침 일찍 일어나 노트북부터 켜는 것을 보니, 아마도 어제 하루 휴가의 효과인가 보다. 요즘 아이들이 (코로나 19 때문에)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상황이라 휴가를 낸들 쉴 수 없다는 걸 잘 알지만, 그냥 냈다. 돌이켜보면 어제 하루는 나름 알차게 보냈다. 전날 대패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한 덕에 적당한 늦잠을 즐겼고, 오랜만에 마스크로 무장하고 마트에도 다녀왔다. 신난 아이들은 말이 엄청 많아졌고, 먹잇감을 찾느라 눈동자는 쉴 틈 없이 스캔을 해댔다. 장 보고 오는 길에는 기름을 넣었는데, 요즘은 한 번 가득 주유하면 한 달은 가는 것 같다. GS 칼텍스에서 카카오 체크카드로 6만 원 이상 주유하면 3,000원이 현금으로 캐시백 된다. 그래서 (마케.. 2020. 3. 28.
금성제면소와 비봉산 케이블카 오늘 새벽 U-20 월드컵 준우승의 역사적 순간을 함께하고 잠들었더니, 아침에 눈뜨기가 힘들었다. 잠을 못 자 피곤한 건 어디까지나 내 사정이고, 아이들이 '아버지가 어젯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셨으니, 오늘은 아버지를 좀 쉬게 해 드리자'라는 생각을 가질 리 만무하다. 그렇다. 오늘도 아내와 머리를 맞대고 육하원칙에 맞춰가며 할 일을 정하고 있었다. 집에만 있기에는 날씨가 너무 좋은 일요일이었다. ​ 많은 경우의 수가 있었지만 우리는 이번에 청풍에 생긴 케이블카를 타러 가는 것으로 정했다. 그리고 금성면에 위치한 라멘집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지나가면서 몇 번 봤는데 언제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인 금성제면소이다. ​예상은 했지만 대기 명단에 이름을 적고 기다려야 했다. 식당 앞마당에서 뛰어놀던 큰 딸.. 2019. 6. 16.
아버지의 편지 갑자기 엄마가 집주소를 물어볼 때 좀 이상하다 싶었다. 왜 그러냐는 질문에 ‘아니 뭐 그냥...’ 얼버무리시며 정확한 이유를 이야기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아내는 “그렇게 눈치가 없냐”며(사실은 ‘인간아’로 시작하는 좀더 심한 문장을 구사했다.) “아버님이 편지 보내시려나 보다”라고 예측했다. 듣고 보니 요즘 아빠가 교회에서 하는 아버지 학교에 다니신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생각났다. 그러곤 잊고 있었는데, 지난 금요일에 퇴근하고 보니 정말 편지가 도착해 있었다. 아내의 예상대로 아버지가 보낸 편지였다. 봉투를 뜯고 편지를 읽어 내려가다가 그만 펑펑 울고 말았다. 사실 그날 직장 동료들과 술자리가 있었다. 술 취하면 평소의 50배 이상 감성적인 상태가 되는 것은 비단 나만 가지고 있는 질병 같은 것은 아닐.. 2019. 6. 10.
시기의 중요성 아저씨처럼 (사실 아저씨다.) 키홀더를 허리띠에 차고 다닌 게 문제였다. 그러던 중 뾰족한 부분이 운전석 가죽시트를 찢어버렸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타고 다녔으나, 찢어진 부위가 점점 벌어지고 나서야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방법을 구상하던 중, 파이프가 깨져서 물이 새는 것도 한 번에 붙여버리는 테이프 광고가 홈쇼핑에서 나왔고, 저거다 싶어 바로 호갱이 되었다. 확실히 일반 전기 테이프와는 달랐지만, 여름철 뜨거운 실내 온도에 접착 성분이 녹아내려 끈적해지기 일쑤였다. 여기저기 알아보다 충주의 복원업체를 알아내 찾아갔는데 복원은 할 수 있지만, 마찰이 많은 위치라 언제까지 붙어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솔직담백하게 이야기해 줬다. 조언 고마웠고 좀 더 생각해 보겠다며.. 2019. 5. 30.
어린이날 선물 가정의 달인 5월의 첫 관문(?)인 어린이날이다. 어린이날을 가족과 함께 보내기 위해, 어제(토요일이었다.)는 평일보다 더 가혹한 강도의 노동을 치러야 했다. 그 노력 덕에 오늘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만 대체휴무일인 내일도 어김없이 출근해야 한)다. 어린이날인 오늘 아침, 그동안 쌓인 피로 탓인지 늦잠을 자버렸다. 채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며 시계를 보니 12시가 넘은 시간. 이미 하루의 반이 지났지만, 우리의 목적지는 명확했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며칠 전부터 큰 딸에게 어린이날 받고 싶은 선물이 뭔지 수차례 물었고, 그때마다 아이의 답은 확고했다. 어린아이가 이렇게까지 확고할 수 있나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고, 넌지시 다른 경우의 수를 제시해 봐도 녀석은 목인석심(木人石心)이었다. 그.. 2019. 5. 5.
케이크가 뭐길래 '띠리링~' 오랜만에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저녁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카톡이 왔다. '통화할 수 있을 때ㅜ 전화 주셈~' 아내였다. 저녁 먹고 간다고 말해 놓은 상태고 특별한 일이 없었던 상황이라,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가 싶어 바로 전화했다. 전화받은 아내에게 무슨 일 있냐 묻자, 바로 큰 딸을 바꿔줬다. "아빠, 케이크 사다 줘~" 급한 일은 다름 아닌, 케이크였다. 사실 어제 케이크를 사주기로 약속했었다. 그러나 텃밭에 첫 모종을 심고 왔더니 피곤했는지 낮잠이 길어져서 사 오질 못했다. 그리곤 잊고 있었는데, 큰 딸은 그 약속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차 싶었다. 식사자리로 돌아가 잠시 자리를 지키다가, 딸아이에게 케이크를 사다 줘야 한다며 먼저 일어났다. 제과점에 들러 아이들.. 2019. 5. 2.
안녕, 넷플릭스 지난 1월 중순, 오랜만에 상경하여 대학시절 사람들을 만났다. 취업과 함께 충주라는 지역으로 내려왔고, 이곳에서 결혼하고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예전처럼 사람들 만나러 자주 올라갈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날의 자리는 소중했다(여보 고마워). 오랜만이다 보니 할 말도, 듣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왔다는 성수동의 작은 족발집에 모인 우리는, 10대 소녀처럼 까르르 웃어대며 술잔을 주고받았다. 넷플리스를 접한 것도 이 자리에서다. 물론 기사 등을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정확히 어떤 시스템이고 어떤 콘텐츠들이 올라와 있는지는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친구 녀석의 설명을 들으니 가히 충격이었다. 특히 영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수용자(관람자)의 선택에 따라 다른 결말을 가져온다는 인터랙티브 .. 2019. 3. 18.
마흔 둘의 얼굴 설 연휴가 끝난지 일주일이 지났다. 양가 어르신께 인사드리고, 갑작스럽게 친구 장인 어르신이 돌아가셔서 조문하고 오니 5일의 연휴는 사라지고 없었다. 역시 아이들이 있으니 명절 분위기가 활기차고 웃음이 떠나지 않더라. 오랜만에 집이 사람들로 북적대니, 아버지 어머니도 무척 좋아하셨다(물론 그만큼 지금은 헛헛하실 테지만 말이다). 이처럼 명절에 친척들을 만날 때면 든든하면서도 한편으론 평소 신경 쓰고 챙기지 못하는 내 모습에 미안하기도 하다. 남는 건 가족이고 친척인데 말이다. 사회생활이 바쁘겠지만, 좀 더 가족에게 신경을 써야겠다 다짐하며 충주로 넘어왔다. 이런 다짐과 아울러 얼마 전부터 머릿속을 맴도는 말이 있다. '나이 마흔이 넘으면 누구나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저런 말은 누가 한 걸까 .. 2019. 2. 17.
고장난 보일러는 돌아가지 않았다 지금은 잘 돌아가고 있지만 지난 일요일, 보일러가 고장 났다. 그날 아침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장도 보고 푸드코트에서 점심도 먹을 겸 마트를 찾았고, 약 2시간 후 돌아왔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어디선가 미세하게 벨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이렇게 전화를 안 받나' 생각하며 현관으로 향하는데 소리가 점점 선명해진다. 우리 집 보일러 컨트롤러에서 나는 소리였다. 이 증상은 처음이 아니었다. 이사 오던 날, 도시가스를 연결하고 보일러를 켜자 똑같은 증상이 나타났었다. 다행히 몇 번 껐다 켜니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이번에는 소용없었다. 방은 점점 식어갔고 고민은 늘어갔다. AS센터에 점검 서비스를 신청했다. 상담 직원은 접수는 되었다고 알려줬다. 그러나 오후 3시가 넘은 시간이라 오늘 점검하러 갈 수 .. 2019. 1. 11.
2018년 최강 한파 속 이사 2018년 12월 28일은 올 겨울 최강 한파가 들이닥친 날임과 동시에 우리 집 이삿날이었다. 이삿짐센터에 이미 선금을 지불하고 계약을 해 놓은 상태라, 날씨가 춥다는 이유로 날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포장이사를 경험한 적이 없으신 부모님은 수시로 전화하셔서, 추운데 이사하느라 고생이 많다고 하시는데, 사실 이삿날의 한파로 가장 고생인 사람은 이삿짐을 포장하고 나르시는 분들이다. 이삿짐센터에서는 총 5분이 오셨다. 밑에서 사다리차를 조정하는 분과 짐을 받아 싣는 분, 집 안에는 세 분이 짐을 꾸리셨다. 그중 키가 큰 30대 후반 정도 돼 보이는 이가 담당자 같았고,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분이 함께 짐을 싸서 옮기셨다. 체구가 작으셨는데, 힘이 엄청나셨다. 거든다고 섣불리 달려들었다가 꼼짝도 않.. 2018. 12. 31.
크리스마스 이브 작년에도 그랬던 것 같은데, 올해는 작년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찾아볼래야 찾을 수가 없다. 나이 먹은 탓인지, 음원 저작권 때문에 거리에서 케럴을 쉽게 들을 수 없는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퐁당퐁당 휴일에 낀, 평일 정도의 기분이다. 더욱이 오늘 휴가를 내고 4일간의 연휴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서 회사에 사람들도 적고 휑하다. 할 일이 아무리 많아도 사람은 분위기를 타기 마련이다. 지금 내가 그렇다. 이번 주는 내일도 휴일이고, 금요일에는 이사 때문에 휴가를 낸 상태라, 일 할 수 있는 날이 3일밖에 없음에도 혼자 캐럴 틀어놓고 억지로 크리스마스이브의 기분을 느끼려 발악(?)을 하고 있다. 그러던 중 편집실에 앉아있는 FD 동생이 보이길래 같이 나가서 점심(낙지수제비)을 먹고.. 2018. 12. 24.
염증 염증이라는 게 이렇게 무서운 것인 줄 전에는 미처 몰랐다. 며칠 전,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오른쪽 무릎이 약간 찌릿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혹시 몰라 멘소래담을 바르고 출근했다. 찌릿한 정도였던 무릎 통증이 걷기 힘들 정도로 발전하는 데는 채 반나절이 걸리지 않았다. 점심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았을 때는 차에서 내리는 것이 고통스러울 정도의 통증이 찾아왔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넘어진 적도 없으며 다리를 삐끗한 적도 없다. 통증을 느끼기 이틀 전, 오랜만에 운동하겠다고 바이크 머신 30분 탄 것이 걸렸지만, 하루를 건너뛰고 통증이 온다는 건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유야 어찌 되었던 지금 중요한 것은 빨리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 것이다. 하지만 오후에 잡혀있는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당장 .. 2018. 9. 8.
파마 지난 토요일. 어김없이 출근했다. 조국 해방의 의미를 되새기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어야 할 광복절에도 역시 출근 도장을 찍었다. 평일에 일 안 하고 휴일 출근해서 시간외 수당 챙기려는 것 아니냐 따진다면, 너무 억울하고 속상하다. 요즘 나름 워라밸을 추구하며 업무는 되도록 일과 중에 끝내고, 퇴근 후와 주말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 중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휴일에 출근할 수 밖에 없는 건... 일이 많다. 요즘 3가지 업무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주말에 홀로 출근해서 복도 좌우로 늘어선, 마치 벌집처럼 생긴 작은 방들 중 가장 끝에 위치한 방에 불을 켠다. 그렇게 앉아서 일을 하고 있다보니 문득, 국민학교 시절 (난 초등학생이 아니고 국민학생이었다) 텅 빈 교실에 혼자 남아 나머지 공.. 2018. 8. 20.
자동차 정기검사 자동차 정기검사를 받았다. 2014년에 차를 구입하고 어느덧 4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첫 정기검사를 받으라는 통지서가 온 것이다. 헛걸음할 수도 있겠다 싶어 전화를 걸어 검사 가능 여부를 물었다. 할 수 있단다. 자동차등록증과 면허증을 챙겨서 지정된 검사소로 갔다. 2만 원이 조금 넘는 검사비를 내고 접수를 마쳤다. 약 15분 정도 기다리니 내 차례다. 차를 인계하고 대기실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모니터를 통해 검사 과정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4년 전. 결혼을 한 달 앞두고 지금의 차를 뽑았다. 전에 타던 뉴코란도는 소형 화물이라 2명 밖에 탈 수 없다. 결혼하고 가족이 늘면 바꿔야 할 텐데, 그때 바꾸는 이 큰돈 대출받을 때 지르자는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또 다른 코란도와 만났다. 이 녀석과 많은 .. 2018. 8. 7.
장모님 찬스 토요일인 어제는 아침부터 분주했다. 미루고 미뤄왔던 산부인과 진료를 받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 둘째 낳고 바로 받았어야 할 산후 검사를 10개월이나 지나서 받으러 간다. 그동안 애 둘에 치이다 보니 아내는 병원 갈 엄두를 못 냈고, 나 역시 시간 될 때 휴가 내서 같이 가자고 말만 한 게, 해를 넘기고 6월 중순까지 온 것이다. 오전 10시 즈음 병원에 도착했는데, 이미 사람들이 많았다. 1시간 넘게 기다렸다가 진료를 받았고, 검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한 번 더 산부인과를 찾아야 한단다. 그렇게 토요일 오전을 보내고, 오후에는 아내와 단 둘이 차에 올랐다. 오랜만에 영화 보며 데이트하기 위해서다. 모든 것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산부인과 가는 길에 최근 완공된 씨네큐 영화관을 지났다. "아~ 극.. 2018. 6. 17.
투정인 듯, 투정 아닌, 투정 같은 투덜 물리적인 업무량이 많은 것인지, 업무를 대하는 내 태도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요즘 일이 많다고 느낀다. 아니다. 늘 해오고 있는 고유 업무와 더불어 다른 일을 함께하고 있으니, 태도의 문제로 치부할 수는 없다. 일이 많은 것이다. 그래서 바쁜 것이다. 예전처럼 혼자 살고 있다면 일 많은 것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 어차피 퇴근하고 집에 가 봤자 딱히 할 일도 없고, 남들 쉴 때 일하면서 성취의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나에게는 아빠와의 교감이 필요한 4살, 2살 된 딸아이들과, 육아로 지친 하루에 대해 하소연할 대상이 필요한 아내가 있기 때문이다. 야근으로 받는 시간 외 수당보다, (매일 같이 야근이지만 시간 외 수당은 언감생심인 분들께.. 2018. 5. 23.
가족 무릇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사실은 지난 주말에 친구 가족과 속초로 놀러 가려 했으나 다시 생각해 보니, 이때 고향 집에 못 가면 5월 말에나 시간이 날 것 같았다.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주말 일정을 바꿔 제천 고향집에 다녀왔다. 제천 할아버지네 집에 가서 가장 덕 본 건 이 녀석... 어린이날이라고 할머니가 콩순이 장난감을 사 주셨다. 오랜만에 보는 손녀딸들이 마냥 이쁘기만한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렇게 아이들을 이뻐하시는 사이, 나 또한 오랜만에 만난 동생과 함께 집안 일을 도왔다. 테라스가 나무다 보니, 매년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 줘야 썩지 않고 오래 유지가 가능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칠을 해줘야 했는데, 두 형제가 함께 내려오는 이 날이 딱이었던 것이다. 나보다도 올라가서 칠하느라 동생이 고생.. 2018. 5. 7.
괴산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큰 딸아이 어린이집 보내놓고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대도 벌써 오전 11시가 넘었다. 오후 4시까지는 돌아와야 했기에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어린이집 하원 시간이 오후 4시,,,) 오늘 우리는 은행나무길로 유명한 괴산의 문광저수지에 갈 것이다. 각자 재미있는 피케팅 사진을 올리는 것이 오늘의 파업 미션이었고, 미션 수행 겸 드라이브 겸 출사 겸 해서 괴산으로 향했다. 괴산의 문광저수지는 충북에서 출사지로 유명한 곳이다. 특히 이른 아침, 저수지에서 피어나는 푸르스름한 물안개와 노오란 은행잎의 조화는 말그대로 환상적이다. 사실 나도 들어서나 알고 있었지, 직접 시간을 내 찾아간 적은 없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겸사겸사 찾았다. 아쉽게도 이삼일 전에만 찾았더라도 장관을 구경할 수 있었을 것 같았다. 오늘은.. 2017.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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