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무급휴업의 첫날이다. 이미 기사화되어 많이들 알고 있겠지만, 7월부터 우리 회사는 무급휴업을 시행한다. 한 달의 근무일수 중 의무적으로 5일을 쉬고, 급여의 21%를 삭감하는 것이다. 회사의 재정상태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노사가 합의한 고육지책이다.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정책 사업의 지원을 받아 한시적(6개월)으로 진행하는 것인데, 6개월 후에 다시금 원상 복귀될 수 있을지는 지금으로선 장담할 수 없다.
물건 살 때의 20% 할인은 그로 인한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듯했는데(싼 것만 사니 그럴 수밖에...), 월급의 20% 삭감은 군가 가사처럼 '천지가 진동하고 지각이 무너지는' 듯한, 가계를 뒤흔드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취업규칙 상 투잡 및 겸업이 불가능한 우리로서는 시쳇말로 '존버'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오늘,
사랑하는
두 딸아이들의
......
돌반지를 팔았다.
당장의 생활비 부족 때문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팔아 현금화할 거라면 금 시세 등을 고려했을 때 지금이 적기라 생각했다. 오전에 아이들 어린이집에 보내고(앞서 이야기했듯이 나는 오늘 무급휴업이라 회사에 '못'간다) 아내와 함께 금은방에 갔다. 두 딸의 돌반지와 팔찌 등 십여 개의 금붙이를 '팔겠다'며 내밀었다.
마치 "어이쿠, 요즘 많이들 힘든가 보구먼"하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주인아저씨는 반지를 하나씩 저울에 올려 무게를 적어갔다. 이때 문득, '아!!! 아이들 손가락에 반지 끼우고 마지막 기념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 둘걸,,,'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렇다고 반지를 낚아채며 "죄송합니다만, 딸아이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고 다시 돌아오겠소"하며 뛰쳐나가기엔, 홀로 남겨진 아내가 난처할 것 같았다.
대신, 금액 확인을 마친 주인아저씨가 반지를 쓸어 담으려는 그 때, 입대하는 아들 마지막 손 잡아보는 엄마의 심정으로 말했다.
"사장님... 인간적으로, 마지막 사진 한 번만 찍을게요..."
두 딸아이의 돌반지는 그렇게 우리 손을 떠났다. 만감이 교차했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고, 우린 오랜만에 단 둘이 밖에서 점심을 먹었다. 아내가 좋아하는 '다래 떡볶이'에서 먼저 익은 라면과 당면을 건지고 있자니, 금 판 돈이 입금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월급이 줄었지만, 그렇다고 이 돈을 생활비로 쓸 생각은 없다. 전부터 고민해 온 물건을 살 것이고, 그 물건에는 '두 딸아이의 돌반지를 팔아 산 것이며, 이것을 통해 계획한 목표를 이룰 것이다'는 문구를 새겨넣을 생각이다.
장롱 깊숙이 박혀있어 그 존재조차 잊고 있던 돌반지인데, 막상 손을 떠나고 나니 그 허한 마음 달랠 길이 없어, 오늘 저녁은 대패삼겹살에 소맥이다(기-승-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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