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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시간 참...

by Kang.P 2020.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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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으면 아침잠이 없어진다고들 하는데, 요즘 내가 그렇다. 매일 아침 그런 것은 아니고, 아이들 재울 때 같이 잠든 다음날은 어김없이 새벽 4시 전후로 눈이 떠진다(10시 전에 잤으니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럴 때면 이불속 온기가 사라질세라, 더욱 이불 깊숙이 몸을 쑤셔 넣고 핸드폰을 만지며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잠들곤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렇게 흘려보내는 시간들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 특히, 주말이면 새벽 6시부터 3시간씩 자전거 라이딩을 한다는 회사 선배의 이야기는 더 큰 자극으로 다가왔고, 이 시간에 '(그것이 무엇이든) 뭔가를 해야겠다' 다짐을 하게 되었다. 이런 의지의 실천으로 지난 주말에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새벽 6시에 충주 남산에 올랐다. 

 

 

 

평소 점심 먹고 나서 호암지를 한 바퀴씩 도는 편인데, 평지를 걷는 것과 산을 오르는 것은 호흡뿐 아니라 쓰는 근육부터 달랐다. 오랜만에 오른 남산은 힘들었다. 그럼에도 하산할 때 느끼는 상쾌함은 두말할 나위 없이 좋다. 집에 돌아오니 오전 7시. 평소 같으면 (새벽에 깼다가 다시 잠든 후)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을 시간인데, 이 시간에 이미 무언가 하나를 끝마쳤다는 생각에 뿌듯했고, 일찍 일어나는 새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과 노동절, 어린이날에 이르는 연휴의 둘째 날이다. 연휴 첫날인 어제는 고향집을 찾아 부모님께 식사를 대접하고 어버이날 용돈도 미리 드리고 왔다. 손녀들 커가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시는 두 분과 그런 두 분, 어느새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아버지와 엄마를 보고 있노라니 묘한 감정이 든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시간이란 이름의 세월이 아닐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허투루 쓰지 말아야겠다는, 금연 선언처럼 큰맘 먹지만 지키기는 쉽지 않은, 그런 다짐을 해본다. 

 

어제 일찍 잔 탓에 오늘도 새벽에 눈이 떠졌다. 또 남산을 오를까, 회사 선배처럼 자전거로 크게 한 바퀴 돌아볼까, 여러 가지 고민을 했지만 결국, 무언가 하긴 하는데 가장 몸은 편한, 책 읽기로 정했다(벌써부터 이러니 큰 일이다). 그리고 동이 터오자 어제 아버지한테 받아온 고추 모종을 옮겨 심었다. 4개밖에 안 되지만 우리 네 식구 먹기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시간은 모종에 꽃을 피게 할 것이고, 꽃이 지고 나면 그곳엔 고추가 열릴 것이다. 연휴가 끝나기 전에 모종 가게에 들러 방울토마토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사 와서 심을 생각이다. 모종이 자라 열매를 맺고 그것을 수확할 때 즈음의 시간이 되면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사람이 한결같아야 한다지만, 그래도 내면적으론 지금보다 눈곱만큼이라도 성숙한 (혹은 숙성된) 모습으로 고추를 딸 수 있도록 노력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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