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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금요일의 연차

by Kang.P 2020.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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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주말이면 뭉그적거리며 늦잠을 즐기기 마련인데 웬일로 아침 일찍 일어나 노트북부터 켜는 것을 보니, 아마도 어제 하루 휴가의 효과인가 보다. 요즘 아이들이 (코로나 19 때문에)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상황이라 휴가를 낸들 쉴 수 없다는 걸 잘 알지만, 그냥 냈다. 

돌이켜보면 어제 하루는 나름 알차게 보냈다. 전날 대패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한 덕에 적당한 늦잠을 즐겼고,

오랜만에 마스크로 무장하고 마트에도 다녀왔다. 신난 아이들은 말이 엄청 많아졌고, 먹잇감을 찾느라 눈동자는 쉴 틈 없이 스캔을 해댔다. 장 보고 오는 길에는 기름을 넣었는데, 요즘은 한 번 가득 주유하면 한 달은 가는 것 같다. GS 칼텍스에서 카카오 체크카드로 6만 원 이상 주유하면 3,000원이 현금으로 캐시백 된다. 그래서 (마케팅의 상술대로) GS 칼텍스를 이용하는 편인데 어제도 그랬다. 그런데, 아뿔싸... 기름값이 리터 당 1,149원까지 떨어지면서 가득 주유를 해도 60,000원을 넘지 않는 (56,000원) 사태가 발생했다. 3,000원 캐시백을 못 받는 것이 억울해 주먹을 불끈 쥐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기름값이 떨어져서 56,000원으로 가득 채운 것이, (만땅이 아닐 수도 있는) 60,000원 넣고 3,000원 캐시백 받는 것(60,000-3,000=57,000)보다 더 이익이다. 괜히 억울해했다. 

오후에 친한 동생에게서 연락이 와서 집 근처 커피숍에서 오랜만에 얼굴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입사하면서 알게 된 동생인데, 지금은 낚시 관련 방송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낚시전문 PD다('우인명'이라고). 충주라는 지역이 만들어 준 소중한 인연이다. 돌이켜 보면 젊은 나이에 함께 술도 많이 먹었고, 추억도 많이 공유했다. 이젠 좋은 사람 만나 가정 꾸리고 안정적인 삶을 살았으면 좋겠는데,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고, 억지로 강요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마흔세 살이 강요한다고 마흔두 살이 '네네'하며 말 들을 나이도 아니다).

봄의 기운이 느껴지면서 테라스에 조그맣게 텃밭을 만들 요량으로 이것저것 주문을 했는데 문 앞에 도착해 있었다.

뜯어보니 전날 주문한 흙과 마사토였는데, 정작 미리 시켜놓은 화분은 아직 도착을 안 했다. 앱으로 찾아봐도 상품 준비중에 묶어있는 상황. 아쉬운 대로 아이들과 워밍업 한다는 생각하며, 놀고 있는 화분에 아내 친구가 준 상추 모종을 심었다. 흙을 부어주고 물을 주며 재미있어하는 아이들을 보며, 얼른 제대로 된 텃밭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1층 테라스 세대로 이사 온 것은 아이들 때문이다. 물론 아파트와 주택의 장점을 살린 구조가 매력적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아래층 신경 쓰지 않고 뛰어놀게 하고, 테라스 공간을 활용해 여러 가지를 해 주고 싶었다. 그리고 참 잘한 결정이었다. 이렇게 넘치는 에너지를 분출하지 못했으면 어쨌을까 싶을 정도니 말이다. 고마운 건 코로나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상황이지만 둘이 어느 때보다 잘 노는 부분이다(물론 항상 평화롭지만은 않다. 전시 상황도 존재한다).

둘을 보고 있으면 '언제 이렇게 컸나' 싶은 생각에 깜짝깜짝 놀란다. 같은 세월을 맞을 찐데, 내가 늙는 건 모르겠고 애들 크는 것만 빠르게 느껴지니, 원. 나중에 지금 이 순간을 그리워할 나를 위해 좀 더 열심히 사진과 영상을 찍어둬야겠다. 

지금 이 시간, 안방에서는 엄마가 둘째 혼내는 소리가 들린다. 자는 엄마를 또 찼나 보다. 둘째 녀석은 새벽마다 울고, 발로 엄마를 걷어차곤 해서 혼나는 소리를 잠결에 듣곤 한다(아이들과 엄마는 침대에서, 나는 바닥에서 잔다). 그 덕에 아내의 수면 질이 좋지 않아 아침이면 항상 피곤해 한다. 한 명이라도 나랑 같이 자면 아내가 편할 텐데, 어찌된 영문인지 둘 다 나랑 자는 것을 싫어한다. 같이 누워있기는 하는데 잘 때가 되면 난 가라고 하고 엄마 옆으로 간다. 진지하게 아빠가 싫은 거냐 물어보면 또 그렇지는 않단다. 아마도 어릴 때 엄마랑 붙어서 자는 게 익숙해져서 그런가 보다. 얼른 6개월 째 놀고 있는 애들방 2층 침대에서 자야 엄마도 좀 편히 잘텐데 말이다...

글로 하루를 시작하니, 뭔가 되게 열심히 사는 것 같고 보람차고 그렇다. 이런 시간을 많이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과연 네가 몇 번이나?' 하는 물음과 함께 잠시 떠났던 현실의 자아로 돌아왔다. 남은 주말도 잘 지내보자, 우리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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