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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싸이월드의 부활을 기다리며...

by Kang.P 2021.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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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3월 중에 웹서비스를 재개한다고 했던 싸이월드가 모바일 서비스도 함께 시작하는 쪽으로 계획을 수정하면서 시점을 5월로 미뤘다. 2달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싸이월드와 다시 만난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반갑고 흥분된다. 

 

 

출처 : KBS 뉴스

 

연령 대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에게 싸이월드는 대학시절을 시작으로 졸업과 백수 생활, 취업 그리고 충주에서 시작된 제2의 인생까지, 모든 순간을 관통하는 기록의 총아다. 또한 도토리를 모아서 산 배경음악에는 순간의 감정들, 설렘과 무기력함, 희망과 좌절, 행복과 분노 등 그 시절의 오감이 녹아있다.

 

이런 싸이월드를 지금의 SNS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이 뭐냐 묻는다면 '불친절'이라 하겠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모두 내가 팔로잉하는 사람들의 피드들을 친절하게 모아 타임라인에 정리해 준다. 일일이 찾아갈 필요 없이 스크롤만 하면 쉽게 그들의 소식, 감정 상태, 관심거리 등을 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싸이월드에서는 친구의 소식을 접하려면 우선 '파도'를 타야한다. 일명 일촌파도타기. 그렇게 파도를 타고 상대방의 싸이월드에 입성하면 또다시 다이어리, 사진첩, 게시판 등 폴더를 하나하나 클릭하고 들어가야만 비로소 그 친구의 일상과 생각들을 접할 수 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번거로운 구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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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SNS를 할 때면 쏟아지는 글과 광고, AI가 추천해 주는 여러 피드들이 뒤섞여서 피로감을 느낄 때가 있다. 어쩔 수 없이 혹은 큰 고민 없이 수락한 친구들이 쏟아내는 (나는 관심이 1도 없는) 잡동사니 글들로 타임라인이 가득 채워져 불편할 때가 있다는 말이다. 주변에는 이런 피로도 때문에 SNS 활동을 접거나 새로운 계정을 만들어 소규모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현상과 비교하면 싸이월드는 관계 형성(일촌맺기)에서 파생되는 피로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일일이 찾아가야 하는 수고로움이 성가실 수 있지만 어쩌면 싸이월드는 이를 통해서, 관계를 형성,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노력과 적극성이 필요하다는 가르침을 주려고 한 건 아니었을까(라고 혼자 생각해 봤다).

 

그런 싸이월드가 5월이면 돌아온단다.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변화가 없다고 해도 나는 만족한다. 

 

어서 돌아오라. 싸이월드여...

싸이월드에 아로새겨진 20대의 추억들이여...

 

지금도 미니룸 속 지하철 역에서 허리 숙여 토하고 있을 미니미가 사무치게 보고 싶은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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