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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김광석 노래를 잘 부르게 된(?) 후배

by Kang.P 2023.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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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연  D+236

※ 지천명 D-1,369

 

"만나야 할 사람은,

 언젠가 꼭 만난다고 들었어요."

 

좋아하는 영화 <접촉>, 아니 아니 <접속>에서 전도연의 대사다. 이 말이 사실인 건지 얼마 전, 수년째 연락 두절됐던 후배 녀석에게서 전화가 왔고, 지난주 금요일에는 둘이 얼굴 맞대고 앉았다.

 

시간이 녀석만 비껴갔나보다. 세월이 무색할 만큼 하나도 변한 게 없었다. 못 본 사이 녀석은 직장에서 관리자 위치에 올라 있었으며 노동조합 활동도 열심히 하는, (전과 비교 불가할 정도로) 매우 안정적이고 올바른 삶을 살고 있었다. 

 

오후 5시.

술 먹기엔 다소 이른 시간이었지만 막차로나 갈 법한 맥줏집에 들어가 소주를 시켰다. 아, 금요일 오후 5시부터 술을 마실 수 있었던 이유는 휴가를 냈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수, 목 이틀 연짱 회식자리가 있었고 지친 몸을 추스르고 개인 정비도 할 겸 연차를 썼다.

 

 

술잔을 부딪치며 많은 이야기를 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녀석은 연락을 끊게 된 사연을 설명했고 나는 들으며 중간중간 추임새를 넣을 뿐이었다(주로 '미친놈', '지랄!' 같은 것들이었다).

 

녀석이 연락을 못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는데, 그중에는 내가 짐작했던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건 천천히 해결해 나가자며 잔을 권했다. 수년에 걸친 고민과 상황들이 지금은 대부분 해결됐다고 한다. 그래서 이제라도 연락을 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내일처럼 기뻤다. 

 

술잔을 기울이며 함께했던 충주MBC 시절의 기억들을 주고받다 보니 다시 그때로, 그러니까 30대 초반의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그 시절의 우리는 일도 열심이었지만 노는 것에도 만만치 않게 최선을 다했다. 그러니 그 중간중간에 아로새겨진 헤아릴 수 없는 추억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세월은 야속하게도 삼십 대 혈기왕성했던 청춘을 사십 대 중년으로 만들어버렸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 야속한 세월 덕에 지금 내 곁에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게 아니겠는가. 인생은 참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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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이 들 때 즈음 전화벨이 울렸다.

 

자리에 초대한 또 다른 후배였다. 녀석이 요즘 인생의 큰 격동기를 지나고 있다는 사실을 전날 회식자리에서 처음 알았고, 그래서 술 한 잔 사 주고 싶은 마음에 초대했다. 

 

술자리는 재미있게 끝났다. 못 본 사이에 본인이 김광석 노래를 똑같이 부를 수 있게 되었다며 술 먹는 내내 큰소리 떵떵 치던 후배는 2차 노래방에서 연거푸 두 곡을 부르고 나서는 말수가 없어졌다. 이게 아니란 걸 본인도 느꼈나 보다. 

 

노래 연습은 좀 더 하고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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