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연 D+222
※ 지천명 D-1,383
계절을 불문하고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은 다른 요일의 배 이상으로 출근하기가 힘들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청주로 가는 셔틀 차량에 오르자마자 기절하듯 잠들었고, 차량의 흔들림에 목 부러진 인형처럼 연신 헤드뱅잉 하면서 왔더니 도착해서는 목이 뻐근했다.
오늘따라 월요일의 피곤함이 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지난 토요일에 서울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상경해서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 술잔을 기울였으니 그날의 분위기는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강변역에서 친구를 만나 을지로로 이동했는데 매번 밤에 올라오다가 낮의 서울과 만나니 뭔가 설렜다.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정말 오랜만에 영풍문고에 들렀다.
세상에는 많은 책들이 있고 그 책을 지은 많은 작가들이 있고 또 그 책을 읽는 많은 독자들이 있다. 서점의 이 많은 책들 중에 내 책도 한 권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 때쯤 낯익은 움직임이 수정체에 맺혔다. 오늘 만나기로 한 일행 중 한 명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깜짝 놀라게 했더니 '너 따위를 서점에서 보게 될 줄이야?!'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현실을 부정하는 듯했다. 서로 마음을 추스르고는 안부를 물으며 약속 장소인 숙달돼지 종각점으로 향했다.
처음 가 본 곳인데 이 집 고기가 엄청 맛있었다. 목살이 더욱 그랬다.
그렇게 40대 중년 8명이 모여 앉았다. 충주에서, 시흥에서, 멀리 울산에서도 이 자리를 위해 올라왔다. 있을 법도 한데 신기하게도 우리 8명 중에는 동종 업종 종사자가 한 명도 없다. 그렇다고 업무상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만한 그런 관계도 아니다. 그럼에도 서로 관계를 유지하며 이어오는 이유는 목적 때문이 아닌, 사람 그 자체에 대한 호감 때문일 거다.
대학에서 맺어진 인연을 이십수 년 동안 이어오는 이 사람들이 참 좋고 소중하다. 이런 소중함 때문인지 종로에서 4차까지 내리 달리며 (친구네 집에서 먹은 5차는 빼 주자) 술잔을 비워댔다.
추억의 경북집은 여전히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고, 기름진 모둠전은 최고의 소주 안주였다.
남들 다 하는 토익 공부를 대학 4학년이 돼서야 시작했었는데, 그때 다녔던 종로 YBM 앞에서 함께 다녔던 친구와 기념사진도 한 장 찍었다.
초반에 페이스 조절을 잘 한 덕분인지 다음 날 필름이 끊겨 기억을 못하며 답답해하는 일도 없었고, 아침 일찍 일어나 9시 30분 버스로 충주로 돌아올 수 있었다(아쉽게도 숙취는 집에 도착하고부터 시작되었지만 말이다).
누구나 한 개 이상의 부캐를 가지고 산다. 나 역시 그러한데 이들을 만날 때가 몇 안 되는 본캐로 돌아오는 순간이다. 그래서 물 만난 고기처럼 신나고 때로는 과도하게 흥분하기도 한다.
앞으로도 본캐로 돌아올 수 있도록 자주 함께 해 주시게들...
나도 그대들의 본캐를 위해 노력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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