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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전우와 함께한 청풍 작은동산 행군?

by Kang.P 2023.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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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술이었다. 그날은 오랜만에 청주에서 회식이 있었고 기분 좋게 취한 나머지 충주행 마지막 기차를 기다리다가 군대 동기에게 카톡을 보냈다.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녀석은 요즘 등산을 시작했다고 했다. 나도 산을 좋아하는데 요즘 영 못 가고 있다고 투정을 부리며 대화를 이어가다가 2월 25일 작은동산 산행 약속을 하게 된 것이다. 

 

하긴 뭐, 일이라는 게 오래 계획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던가. 이처럼 갑작스럽게 잡은 번개가 오히려 실현 가능성이 큰 법이다.

 

 

산행 당일 아침 9시 30분.

10시까지 충주에 도착해서 나를 픽업하기로 한 전우에게 전화를 걸어 어디쯤인지 물었다. 마치 복도를 걷는 듯한 울림과 함께 녀석은 말했다. 

 

"이, 이제 출발하려고 나왔어." 

 

순간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말과 함께 22년 전 홀로 완전군장하고 연병장을 돌던 전우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녀석은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날도 못 자다가 아침 7시 알람을 듣고 깜박 잠이 들었다는 것.

 

충주를 경유해서 청풍으로 가려던 계획을 수정해 바로 청풍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 역시 녀석의 도착 시간에 맞춰 청풍으로 차를 몰았다. 

 

우리가 오늘 오를 곳은 청풍에서 경치 좋기로 유명한 작은동산이다. 

 

 

작은동산은 금수산 주능선에서 이어지는 곳으로 해발 545m로 그리 높지 않지만 외솔봉 쪽으로 오르내리는 길은 가파른 편이다. 

 

 

자드락길 가든에서 만난 우리는 바지락 칼국수로 연료를 채우고는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갔다. 교리 주차장을 출발해서 모래고개를 지나 작은동산을 거쳐 외솔봉을 지나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키는 나와 비슷하지만 몸무게는 110Kg에 육박하는 전우는 초반에는 많이 힘들어 했지만 슬슬 적응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약 3시간 30분 동안 8km에 달하는 거리를 오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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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얼마만의 산행인지 모르겠다. 대학시절에는 등산 소모임 활동을 하며 매년 지리산을 종주하곤 했는데 결혼하고 아이들이 태어나면서부터는 거의 못 갔다. 그래서 더 반갑고 좋았다. 

 

 

탁 트인 청풍호의 모습은 저 멀리 월악산 영봉과 어우러져 말 그대로 한 폭의 산수화였다. 외솔봉을 거쳐 작은동산 쪽으로 왔다면 이 멋진 풍광을 등지고 올랐을 텐데, 그 반대로 오르니 내려가는 풍경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장관을 이뤘다. 

 

 

복잡했던 머릿속이 맑아졌다. 눈앞의 모든 풍경이 나를 위로하는 듯했다. 흐르는 땀을 닦아주는 산바람이 고마웠다. 그렇게 우리는 넋을 잃고 경치를 보다가 걷다가를 반복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은 더 걸렸지만 기분 좋은 산행이었다. 가족과 선약이 있어서 저녁을 함께 못하고 헤어진 게 아쉽지만 덕분에 다음을 기약할 수 있었다. 

 

군대 인연이 뭐라고 여지껏 연락하고 지내는 우리도 대단하고 그 기간이 20년이 넘었다는 사실에 격세지감을 느낀다(나이를 먹긴 먹었구나). 

 

이 병장아~

항상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음에 또 멋진 풍경 함께 하자꾸나.

 

https://youtu.be/TqAWcX1Xx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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