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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목포 출장과 '아빠 어디가?' 현실판

by Kang.P 2023.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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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연 D+194

※ 지천명 D-1,411

 

돌이켜 보면 지난주에는 동선이 긴 움직임이 많았다. 우선 1박 2일의 목포 출장이 있었다. 충주에서 목포로 가기 위해서는 기차밖에 없었는데 (버스는 하루에 몇 대 운행을 안 한다) 그 시간도 꽤 오래 걸렸다.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목포라는 동네를 가 본다고 생각했는데 기억을 곱씹어 보니 딱 한 번 간 적이 있었다. 때는 바야흐로 1998년. 당시 16일 간 자전거 전국일주를 할 때 목포대에서 하룻밤을 묵고 목포항에서 배를 타고 제주도로 들어갔었다.

 

목포를 검색하다가 중깐이라는 특이한 음식을 발견했다. 중깐으로 유명한 노포 식당이 목포역 근처에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태동식당이라는 오래된 식당이었는데 언제 또 올 지 모를 목포이기에 반드시 들려야겠다 다짐했다. 

 

 

 

점심이 지난 시간이었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혼자 왔는데 이렇게 줄까지 서 가며 먹을 일인가?' 하는 마음의 소리도 있었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나에게 목포는 언제 또 올 지 알 수 없는 동네였기에 기를 쓰고 기다렸다.

 

중깐이 나왔다. 모양은 유니짜장과 비슷했고 일반 짜장면보다 면이 얇은 게 특징이었다.

 

 

 

놀라운 건 7,000원짜리 중깐을 시켰을 뿐인데 짬뽕(국물이 아니고 엄연히 면도 들었는 짬뽕)과 탕수육이 함께 나왔다. 

 

 

양은 중깐과 짬뽕 합쳐 한 사람 먹기 딱 좋은 양이었다. 맛은 뭐랄까, 특정 지역에서만 접할 수 있는 독특한 음식으로 한 번쯤은 경험해 볼만했다.

 

회의를 마치고 저녁을 먹을 때는, 타 지역에서 온 회의 참석자들에게 목포의 맛을 보여주려는 주최 측의 노력이 보였다. 낙지육회탕탕이와 낙지초무침을 먹었고 목포에서 유명하다는 88포장마차에서 생똥집과 생닭발도 먹었다. 

 

특히 다음날 해장하라며 알려 준 목포역 근처 '해남해장국'을 찾았는데 이 집의 뼈해장국이 특이했다. 

 

 

보통 뼈해장국하면 빨간 국물인데 여긴 맑은 국물이 아닌가! 갈비탕 국물과 비슷한 듯 하지만 그보다는 색이 더 진했다. 맛있었다. 과음으로 힘든 속을 달랠 수 있어 감사했다. 

 

 

맑은 국물이 인상적인 해남해장국의 뼈해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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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목요일, 금요일 목포 출장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리곤 다시 짐을 싸서 보은으로 향했다. 이름하여 '아빠 어디가?' 현실 버전인데 세 친구들과 아이들만 데리고 펜션 여행을 가는 것이었다. 두 친구들은 '아빠와의 여행'이 흔한 일이라 별 감흥이 없었지만, 나는 애엄마 없이 아이들만 데리고 여행하긴 처음이었다. 

 

숙소는 보은에 위치한 수림재라는 황토 펜션이었다. 독채 펜션이라 주변 사람들을 신경쓰지 않아도 돼서 아이들 데리고 가기 좋았다.

 

 

 

 

 

다행히 6명의 아이들은 서로 뒤섞여 잘 놀았고 그 덕에 어른들도 술잔을 부딪히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나이 먹으니 이렇게 놀러 오는 이런 날도 있구나' 싶었다. 

 

 

밤이 깊어갈수록 친구들과의 대화도 깊어졌다.

 

모든 것이 완벽한 여행이었지만 딱 하나, 아이들의 기억 속에 엄마 보고 싶어서 울고 있는 자신을 두고 술 취해 잠들어버린 아빠의 모습을 남겼다. 다음 날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얼마나 미안하던지 아이들에게 몇 번이고 사과했다. 

 

아빠가 아이들과 나가는 바람에 아내도 오랜만에 장모님, 처제와 함께 바닷바람 쐬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가끔 이렇게 아이들 데리고 나가 주는 센스를 발휘해야겠다(1박은 좀 더 고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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