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연 D+216
※ 지천명 D-1,389
술을 끊는 것과 담배를 끊는 것 중 어떤 게 더 힘들까. 현재 나는 근 7개월째 금연 중이고, 회사 후배는 40일 가까이 금주 중이다. 사실 중간에 2번 담배를 입에 문 적이 있지만 참아온 날들이 아까워서 그냥 7개월째 금연 중이라고 말하고 다닌다(그 뒤론 안 피우고 있으니 괜찮다. 내 맘이다).
수술과 치료 때문에 시작하게 된 금연과 금주인데 둘 다 생각보다 오래 잘 참고 있는 듯하다. 사실 금연을 시작할 때 금주에 대한 고민도 살짝 있었지만 사회생활을 접지 않는 한 술은 끊을 수 없다고 일찌감치 결론 내린 상태라 후배의 금주는 더욱 대단해 보였다.
그렇다면 평소 술을 잘 즐기지 않는 친구냐? 그렇지 않다. 그는 술과 사람, 그리고 이 둘이 공존하는 술자리를 좋아하는, 나와 비슷한 종족의 사람이다. 그런 그가 금주를 선언한 표면적인 이유는 치과 치료인데, 그 이면에는 과음으로 인한 블랙아웃과 다음 날의 숙취로 인한 무력감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
그 좋아하는 술을 40일을 끊고 있으니 대단할 따름이다. 왜냐하면 나는 그보다 더 자주 블랙아웃을 경험하고 있고, 올해 연차의 거의 대부분을 전날 과음으로 인한 숙취 때문에 쓰고 있기 때문이다(여보, 연차 내고 집에 누워만 있어서 미안해).
지난주만 봐도 두 번의 술자리가 있었고 둘 다 마지막을 기억 못한다. 두말할 나위 없이 다음 날은 좀비처럼 누워서 보냈고 말이다.
이쯤 되니 나 역시 술에 대한 환멸을 느낀다. 술을 조절할 줄 모르는 나 자신에 대한 환멸이 옳은 표현이겠다. 아내의 말을 빌리면 적당히를 모르는 놈인 거다.
노력할 거다. 후배처럼 단 칼에 끊지는 못하고 할 수도 없지만, 더이상 소중한 기억들을 잃고 머리털을 뽑으며 후회하고 싶지 않다.
오늘 출근길에 보니 매일 오가는 길임에도 어제까지는 못 봤던 꽃봉오리가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봄이 왔다.
여러 고민들로 머리는 복잡하지만
그럼에도 뭔가 희망차고 설렌다.
봄은 그런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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