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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퇴사와 이직

by Kang.P 2023.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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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연 D+245

 지천명 D-1,360

 

언제나 그렇듯 오늘 아침도 셔틀에 몸을 싣고 청주로 출근하는 중이었다. 이틀 전인 월요일에는 과학 콘서트 녹화를 마치고 몇몇 사람들과 간단하게 한 잔 한다는 것이 (예상대로) 간단하게 끝나지 않았고 결국 막차를 놓쳐 모텔에서 자야 했다.

 

그날의 피로는 오늘까지도 이어졌다. 이제 숙취는 기본적으로 이틀 이상 가는 게 당연한 나이가 되어버렸다.

 

조금이라도 피로에서 벗어나고자 셔틀 차량의 반동에 맞춰 고개를 흔들며 쪽잠을 자고 있는데 단톡방의 알림이 울렸다. 

 

단톡방에 있는 형의 회사에 신입 사원이 입사 예정인데 우리 회사에서 2~3년 일한 친구라고 한다. 그러면서 아는 사람이냐고 묻고 있었다.

 

글쎄... 작년 말에 11명의 명퇴가 있었지만 그중에 2~3년 연차의 직원은 없었다. 이렇다 할 퇴직 관련 소문도 듣지 못한 상황이라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오히려 형에게 이름을 좀 알려달라고 되물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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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시 잠을 청하고 얼마나 지났을까. 셔틀 기사님은 회사 로비에 차를 대고 비상등을 켰다. '얼른 내려야만 내 오전 업무가 끝난다우'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룸미러로 포착했다. 

 

1시간 반 동안 셔틀에 우겨넣으며 뒤틀릴 대로 뒤틀린 몸뚱이를 스트레칭으로 원상 복구시키며 사무실로 들어서는데 이번에는 친한 회사 직원들의 단톡방에서 알림이 울려댔다. 

 

놀랍게도 셔틀에서 형한테 받은 것과 같은 내용이었다.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모 부서의 후배가 학교 선배 형이 다니는 회사에 입사 지원을 했고 최종 합격한 것이었다.

 

회사로 보면 아쉬울 지 몰라도 개인에게는 잘된 일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젊은 직원에게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회사의 무능(?) 탓이라고, 다소 거칠게 표현해도 딱히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세상이 좁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 '여섯 다리만 건너면 모두가 아는 사람'이라는 케빈 베이컨의 법칙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살면서 '아니, 당신이 어떻게 그 사람을 알죠?' 하는 순간들과 마주할 때가 사뭇 있다. 

 

출처 : pixabay.com

 

'어디 가서 죄짓고 살면 안 된다'는 옛 어른의 말도 생각보다 세상은 좁고 예상치 못한 관계의 연결이 많으니 조심하라는 취지에서 한 말일 거다. 

 

그동안 여러 만남과 헤어짐 속에서 나의 언행은 어땠는지 돌아보게 된다. 관계 형성에 신중한(혹은 소심한) 편이라 대인 관계가 그리 넓지 못하지만, 어쩌면 그래서 소수 정예(?)의 사람들에게는 진실되려고 노력했는데 상대방도 그리 느끼는 지는 모르겠다.

 

또 한 명의 젊은 친구가 회사를 그만 둔다. 이직에 대한 개인의 선택은 존중의 영역이기에 잘잘못을 따질 이유도 필요도 없다. 다만 누군가의 엑소더스가 남겨진 이들에게 공허함과 묵직한 생각의 거리를 남기는 건 사실이다.  

 

부디 이곳에서 못 이룬 청운의 꿈을 그곳에서는 날개 달고 펼쳐나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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