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다반사250

마흔 둘의 얼굴 설 연휴가 끝난지 일주일이 지났다. 양가 어르신께 인사드리고, 갑작스럽게 친구 장인 어르신이 돌아가셔서 조문하고 오니 5일의 연휴는 사라지고 없었다. 역시 아이들이 있으니 명절 분위기가 활기차고 웃음이 떠나지 않더라. 오랜만에 집이 사람들로 북적대니, 아버지 어머니도 무척 좋아하셨다(물론 그만큼 지금은 헛헛하실 테지만 말이다). 이처럼 명절에 친척들을 만날 때면 든든하면서도 한편으론 평소 신경 쓰고 챙기지 못하는 내 모습에 미안하기도 하다. 남는 건 가족이고 친척인데 말이다. 사회생활이 바쁘겠지만, 좀 더 가족에게 신경을 써야겠다 다짐하며 충주로 넘어왔다. 이런 다짐과 아울러 얼마 전부터 머릿속을 맴도는 말이 있다. '나이 마흔이 넘으면 누구나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저런 말은 누가 한 걸까 .. 2019. 2. 17.
고장난 보일러는 돌아가지 않았다 지금은 잘 돌아가고 있지만 지난 일요일, 보일러가 고장 났다. 그날 아침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장도 보고 푸드코트에서 점심도 먹을 겸 마트를 찾았고, 약 2시간 후 돌아왔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어디선가 미세하게 벨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이렇게 전화를 안 받나' 생각하며 현관으로 향하는데 소리가 점점 선명해진다. 우리 집 보일러 컨트롤러에서 나는 소리였다. 이 증상은 처음이 아니었다. 이사 오던 날, 도시가스를 연결하고 보일러를 켜자 똑같은 증상이 나타났었다. 다행히 몇 번 껐다 켜니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이번에는 소용없었다. 방은 점점 식어갔고 고민은 늘어갔다. AS센터에 점검 서비스를 신청했다. 상담 직원은 접수는 되었다고 알려줬다. 그러나 오후 3시가 넘은 시간이라 오늘 점검하러 갈 수 .. 2019. 1. 11.
2018년 최강 한파 속 이사 2018년 12월 28일은 올 겨울 최강 한파가 들이닥친 날임과 동시에 우리 집 이삿날이었다. 이삿짐센터에 이미 선금을 지불하고 계약을 해 놓은 상태라, 날씨가 춥다는 이유로 날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포장이사를 경험한 적이 없으신 부모님은 수시로 전화하셔서, 추운데 이사하느라 고생이 많다고 하시는데, 사실 이삿날의 한파로 가장 고생인 사람은 이삿짐을 포장하고 나르시는 분들이다. 이삿짐센터에서는 총 5분이 오셨다. 밑에서 사다리차를 조정하는 분과 짐을 받아 싣는 분, 집 안에는 세 분이 짐을 꾸리셨다. 그중 키가 큰 30대 후반 정도 돼 보이는 이가 담당자 같았고,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분이 함께 짐을 싸서 옮기셨다. 체구가 작으셨는데, 힘이 엄청나셨다. 거든다고 섣불리 달려들었다가 꼼짝도 않.. 2018. 12. 31.
adieu my macbook... 한동안 상태가 안 좋긴 했지만, 이렇게 이별의 시간이 빨리 찾아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것도 하필이면 크리스마스이브에 말이다. 7년 지기 친구, 맥북 이야기다. 며칠 전에 아내가 찍어 둔 자매의 영상이 재미있어서 유튜브에 올릴 요량으로 편집하고 있는데, 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그리곤 재부팅을 계속하더니, 마침내 전원이 꺼졌다. 다시 전원 버튼을 눌러도 부팅되는 듯한 소리가 나다가 이내 꺼져버렸다. 올 초에 한 번 응급 상황이 닥쳐서 급하게 조치를 취한 후 별문제 없이 잘 지내왔는데, 다소 당황스럽다. 이런 증상은 처음이었고, 잘 알지는 못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이 녀석과의 인연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아내와의 연애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이 맥북을 질.. 2018. 12. 27.
크리스마스 이브 작년에도 그랬던 것 같은데, 올해는 작년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찾아볼래야 찾을 수가 없다. 나이 먹은 탓인지, 음원 저작권 때문에 거리에서 케럴을 쉽게 들을 수 없는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퐁당퐁당 휴일에 낀, 평일 정도의 기분이다. 더욱이 오늘 휴가를 내고 4일간의 연휴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서 회사에 사람들도 적고 휑하다. 할 일이 아무리 많아도 사람은 분위기를 타기 마련이다. 지금 내가 그렇다. 이번 주는 내일도 휴일이고, 금요일에는 이사 때문에 휴가를 낸 상태라, 일 할 수 있는 날이 3일밖에 없음에도 혼자 캐럴 틀어놓고 억지로 크리스마스이브의 기분을 느끼려 발악(?)을 하고 있다. 그러던 중 편집실에 앉아있는 FD 동생이 보이길래 같이 나가서 점심(낙지수제비)을 먹고.. 2018. 12. 24.
송년회와 육아 연말이긴 연말인가 보다. 개인적인 모임이 거의 없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12월이 되니, 송년회라는 이름의 술자리가 많이 생긴다.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지난주에는 1박 2일로 국 워크숍을 다녀왔고, 며칠 전에는 노조 송년회가 있어서 만신창이가 되어 귀가했다. 그리고 오늘은 내가 만든 송년회 자리가 기다리고 있다(정확하게 말하면, 한 참 전부터 밥 산다고 했던 게 미뤄지고 미뤄져 결국 송년회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술자리가 많아지면서 아내에게 가장 미안하다. 회식 날은 술 먹느라 늦게 들어가고, 다음 날은 일찍 퇴근하더라도 숙취로 골골대고 있으니, 애들 보는 건 오롯이 아내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은 둘째 녀석의 짜증이 극에 달해있고, 엄마에 대한 집착이 최고조인 상태라 아내의 고뇌는 이만저만이.. 2018. 12. 13.
공인중개소에 가다 지난주엔 두 번에 걸쳐 공인중개소를 방문했다. 한 번은 집을 팔기 위한 계약서 작성 때문이었고, 다른 한 번은 월세 들어가기 위한 계약서 작성을 위해서였다. 그렇다. 집을 팔았다. 그것도 많은 손해를 감수하면서(잠깐, 눈물 좀 훔치고)... 서울 빼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집값 하락이 문제라고 했는데, 내가 살고 있는 충주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인구는 늘지 않는데, 아파트는 계속 지어대니 과다 공급으로 인한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많은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집을 팔아야 하는 이유는, 나 역시도 새로 분양받은 아파트로 이사를 가야 하기 때문이다. 분양 신청을 한 것은 단순히 넓은 평수로 가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 아니라, 평소 원하던 조건의 1층 구조가 나왔기에 '되면 좋고 안되면 그만'이라는 심정으로 신청했는.. 2018. 12. 4.
한마음 걷기대회 어제는 창사기념 대체 휴무일이었고, 오늘은 개천절이라 뜻밖에 이틀간의 휴일이 생겼다. 휴일이 좋기는 하다만 정해진 날짜에 작업을 끝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쉬는 만큼 일하는 날의 업무 강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대부분의 직장인이 그럴 것이다.) 그렇다고 굳이 쉬는 날 출근해가며 워크홀릭 코스프레를 하고 싶진 않다. 결혼하고 나서부터, 특히 아이들이 태어난 후부터는 주말이나 공휴일은 되도록 가족과 보내려고 노력한다. 가까운 곳으로 캠핑을 갈까, 중앙탑 공원에 가서 자전거를 탈까 등 여러 가지를 고민했지만, 연휴 첫날인 어제는 하루 종일 누워서 골골대며 보냈다. 아내의 분노는 폭발했고, 눈치는 보였지만 몸을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다. 전날 그러니까 월요일 저녁, 청주에서 선배가 찾아왔다. 오랜.. 2018. 10. 3.
염증 염증이라는 게 이렇게 무서운 것인 줄 전에는 미처 몰랐다. 며칠 전,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오른쪽 무릎이 약간 찌릿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혹시 몰라 멘소래담을 바르고 출근했다. 찌릿한 정도였던 무릎 통증이 걷기 힘들 정도로 발전하는 데는 채 반나절이 걸리지 않았다. 점심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았을 때는 차에서 내리는 것이 고통스러울 정도의 통증이 찾아왔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넘어진 적도 없으며 다리를 삐끗한 적도 없다. 통증을 느끼기 이틀 전, 오랜만에 운동하겠다고 바이크 머신 30분 탄 것이 걸렸지만, 하루를 건너뛰고 통증이 온다는 건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유야 어찌 되었던 지금 중요한 것은 빨리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 것이다. 하지만 오후에 잡혀있는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당장 .. 2018. 9. 8.
파마 지난 토요일. 어김없이 출근했다. 조국 해방의 의미를 되새기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어야 할 광복절에도 역시 출근 도장을 찍었다. 평일에 일 안 하고 휴일 출근해서 시간외 수당 챙기려는 것 아니냐 따진다면, 너무 억울하고 속상하다. 요즘 나름 워라밸을 추구하며 업무는 되도록 일과 중에 끝내고, 퇴근 후와 주말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 중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휴일에 출근할 수 밖에 없는 건... 일이 많다. 요즘 3가지 업무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주말에 홀로 출근해서 복도 좌우로 늘어선, 마치 벌집처럼 생긴 작은 방들 중 가장 끝에 위치한 방에 불을 켠다. 그렇게 앉아서 일을 하고 있다보니 문득, 국민학교 시절 (난 초등학생이 아니고 국민학생이었다) 텅 빈 교실에 혼자 남아 나머지 공.. 2018. 8. 20.
자동차 정기검사 자동차 정기검사를 받았다. 2014년에 차를 구입하고 어느덧 4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첫 정기검사를 받으라는 통지서가 온 것이다. 헛걸음할 수도 있겠다 싶어 전화를 걸어 검사 가능 여부를 물었다. 할 수 있단다. 자동차등록증과 면허증을 챙겨서 지정된 검사소로 갔다. 2만 원이 조금 넘는 검사비를 내고 접수를 마쳤다. 약 15분 정도 기다리니 내 차례다. 차를 인계하고 대기실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모니터를 통해 검사 과정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4년 전. 결혼을 한 달 앞두고 지금의 차를 뽑았다. 전에 타던 뉴코란도는 소형 화물이라 2명 밖에 탈 수 없다. 결혼하고 가족이 늘면 바꿔야 할 텐데, 그때 바꾸는 이 큰돈 대출받을 때 지르자는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또 다른 코란도와 만났다. 이 녀석과 많은 .. 2018. 8. 7.
장모님 찬스 토요일인 어제는 아침부터 분주했다. 미루고 미뤄왔던 산부인과 진료를 받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 둘째 낳고 바로 받았어야 할 산후 검사를 10개월이나 지나서 받으러 간다. 그동안 애 둘에 치이다 보니 아내는 병원 갈 엄두를 못 냈고, 나 역시 시간 될 때 휴가 내서 같이 가자고 말만 한 게, 해를 넘기고 6월 중순까지 온 것이다. 오전 10시 즈음 병원에 도착했는데, 이미 사람들이 많았다. 1시간 넘게 기다렸다가 진료를 받았고, 검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한 번 더 산부인과를 찾아야 한단다. 그렇게 토요일 오전을 보내고, 오후에는 아내와 단 둘이 차에 올랐다. 오랜만에 영화 보며 데이트하기 위해서다. 모든 것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산부인과 가는 길에 최근 완공된 씨네큐 영화관을 지났다. "아~ 극.. 2018. 6. 17.
주말다운 주말 오랜만에 주말 같은 주말을 보낸다. 요 몇 주는 주말에도 출근하거나, 몸은 집에 있더라도 머릿속은 일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차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그래서 오늘의 여유가 더 달콤하다. 오랜만에 화분에 물을 주고 광합성을 시켰다. 몇 주 전 분갈이를 한 카네이션은 뭐가 문제인지 한쪽이 죽어가고 있어서 속상하고, 결혼하고 두 번째로 시작하는 베란다 농사인 대파는 잘 자라고 있다. (큰 딸아이가 뽑아버리고 다시 자란 게 이 정도...) 금요일 오후부터 오늘 애들 모시고 어디 갈까를 고민했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주말이라 뭐라도 하고 싶었다. 결국은 충주종합운동장에 가기로 했다. 작년 전국체전을 충주에서 하면서 호암동에 종합운동장을 신축하였다. 이곳을 시민에게 개방하게 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2018. 6. 2.
투정인 듯, 투정 아닌, 투정 같은 투덜 물리적인 업무량이 많은 것인지, 업무를 대하는 내 태도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요즘 일이 많다고 느낀다. 아니다. 늘 해오고 있는 고유 업무와 더불어 다른 일을 함께하고 있으니, 태도의 문제로 치부할 수는 없다. 일이 많은 것이다. 그래서 바쁜 것이다. 예전처럼 혼자 살고 있다면 일 많은 것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 어차피 퇴근하고 집에 가 봤자 딱히 할 일도 없고, 남들 쉴 때 일하면서 성취의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나에게는 아빠와의 교감이 필요한 4살, 2살 된 딸아이들과, 육아로 지친 하루에 대해 하소연할 대상이 필요한 아내가 있기 때문이다. 야근으로 받는 시간 외 수당보다, (매일 같이 야근이지만 시간 외 수당은 언감생심인 분들께.. 2018. 5. 23.
6시 기상 6시에 일어났다. 평소에도 새벽에 깨는 경우가 많지만 잠시 폰을 만지고 다시 잠들곤 한다. 7시 50분 알람이 울리면 그제서야 일어나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씻는 게 요즘 나의 기상 습관이다. 그런데 오늘은 6시에 일어나서 이렇게 노트북 앞에 앉아있으니, 평소와는 다른 모습임에는 틀림없다. 더욱이 오늘은 휴가다. 출근의 부담이 없으니 평소보다 일찍 몸을 움직이게 된다. 참 아이러니다. 오늘은 양평에 있는 블룸비스타의 콩순이방에 가는 날이다. 워낙 인기가 많아서 두 달 전에 겨우 예약한 게 오늘이다. 신기하게도 지난번 선배 형네 가족과 함께 놀러 갔던 펜션 바로 옆이다. 어렵게 잡은 만큼 딸아이가 많이 좋아하길 바랄 뿐이다. 워라밸(work-life balance)이라는 신조어가 말해주듯, 삶의 방식이 그동.. 2018. 5. 11.
가족 무릇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사실은 지난 주말에 친구 가족과 속초로 놀러 가려 했으나 다시 생각해 보니, 이때 고향 집에 못 가면 5월 말에나 시간이 날 것 같았다.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주말 일정을 바꿔 제천 고향집에 다녀왔다. 제천 할아버지네 집에 가서 가장 덕 본 건 이 녀석... 어린이날이라고 할머니가 콩순이 장난감을 사 주셨다. 오랜만에 보는 손녀딸들이 마냥 이쁘기만한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렇게 아이들을 이뻐하시는 사이, 나 또한 오랜만에 만난 동생과 함께 집안 일을 도왔다. 테라스가 나무다 보니, 매년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 줘야 썩지 않고 오래 유지가 가능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칠을 해줘야 했는데, 두 형제가 함께 내려오는 이 날이 딱이었던 것이다. 나보다도 올라가서 칠하느라 동생이 고생.. 2018. 5. 7.
사십 대의 고민 지난 토요일에는 오랜만에 대학 친구들 가족과 함께 했다. 제천의 리솜포레스트에 다녀왔는데, 가는 당일까지도 함께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은 상황이었다. 주 초반부터 둘째 딸이 감기 때문에 고생하고 있어서 주말 외출이 가능할지 불분명했고, 우리까지 세 가족인데 방이 두 개 밖에 안된다고 하니 괜히 우리 가족 때문에 불편한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 아닌 우려도 있었다. 가기로 마음먹게 한 결정적인 것은 그곳에 있는 스파였다. 큰 딸아이가 좋아할 것이라는 판단이 서자, 급하게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한 친구는 이미 들어가 있었고, 한 친구는 내려오는 길에 충주에 들러서 나와 함께 출발했다. 우리 셋은 봉양에서 만나 '산아래'라는 유기농 쌈밥 전문점에서 점심을 먹고 리솜으로 향했다. 숙소를 오가려면 카트를 .. 2018. 4. 10.
사진 한 장이 준 큰 울림 언제나처럼 아내에게 카톡을 보냈다. 점심 먹었냐는 사소한 질문을 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 속에는 큰 딸아이가 어린이집에 안 울고 갔는지, 둘째는 짜증 안 부리고 잘 있는지, 그리고 오늘 아내의 컨디션은 괜찮은지 등을 묻는 함축적인 질문이다. 아내는 깻잎 반찬으로 점심 먹었다는 문자와 함께 한 장의 사진을 보내왔다. 무슨 상황인지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었음에도 사진을 보는 순간 울컥했다. 선생님의 호명에 앞으로 나왔을 테고 그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있는 모습에, '우리 딸이 벌써 이렇게 컸나' 싶은 마음이 들었고 이런 생각은 사십 줄 아빠의 감성을 자극했다. 아내는 유치원 수료증을 받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내일부터 며칠 간 봄방학에 들어간다고 했으니 아마도 그럴 것이다. 두 돌도 안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2018. 2. 22.
이천십팔년의 시작 2017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특별한 이벤트 없이 1월 1일을 맞이했다. 4살 되는 큰 애와 5개월에 접어드는 둘째를 둔 입장에서 일출을 본다던지, 송구영신 예배에 참석한다는 것은 여유로운 자들의 사치다. 우리 가족은 그렇게 육아전쟁의 연장선상에서 2018년을 맞이했다. 새해 첫 날 오후에 어머니가 충주로 넘어오셨다. 손녀딸 보고 싶다는 것은 하나의 명분이고, 애 둘 키우느라고 고생하는 며느리를 위해 뭐라도 해주고 싶은 속내였던 것 같다. 고기를 끊어오셔서 뚝딱 따끈한 수육을 만들어 주시고는 넘어가셨다. 그 주 토요일에는 대학 선배의 결혼식 덕분에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를 갔다. 가족이 함께 가려고 했으나, 하필이면 그 날이 콩순이 뮤지컬을 예매한 날이어서 아내는 큰 딸과 콩순이 뮤지컬을 봐야했다. (비싼.. 2018. 1. 22.
연말...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다들 연말 송년회로 바빠 보이지만 아이가 둘인, 특히 이제 4개월된 엄마바라기 둘째 딸을 둔 입장에서는 남들처럼 송년회를 즐길 여유가 없다. 아내가 애 둘에 치이며 있는데 혼자 나와서 즐겁게 술 먹는 것이 맘 편할리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작스런 친구의 방문으로 송년회의 물고가 틔었다. 부산에서 일하는 고향친구가 갑자기 충주에 온다고 연락이 왔고, 급하게 아내에게 허락을 받아 둘이 오붓하게 술자리 겸 송년회를 가졌다. 이튿날, 청주에서 몇 명 지인들과 송년회 술자리를 갖고 다음날 아침 기차로 출근하는 강행군을 거듭했다. 그리고 그 주말, 그러니까 크리스마스 연휴에는 대학 선배 형네 가족과 청주의 펜션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오랜만에 보는 형과 형수, 조카도 모두 반가웠다. 대충 짐을 정리하고 고기를 구.. 2017. 12. 26.
바이크 라이딩 (2010년 6월 20일)_싸이블로그 정리 일이 성사될 때는 오랜 계획과 장고 속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갑작스럽게 사람들과 의기투합해 즉흥적으로 성사되는 경우도 있다. 어제의 자전거 라이딩이 후자의 경우다. 금요일 밤 별밤 끝나고 충만, 현섭, 본상선배와 뒷풀이하는 과정에서 '주말에 자전거 타고 가까운 어디라도 가자!' 고 의견을 모았다. 본상선배는 '이렇게 오늘 술먹고 니네 내일 못한다!!'며 믿지 않았지만, 다음날 우리는 시청 앞에 모였다. 산 지 꽤 됐지만 호암지 한 바퀴 돈 것이 전부인 자전거에게도 그동안 미안했는데, 참 잘 결정한 것 같았다. 현섭이는 이 날의 라이딩을 위해 자전거를 샀다. 싸구려 중국산을 사려 했으나 물건이 없어서 녀석이 예상한 금액보다 많은 돈을 주고 구입한 것 같다. 뭐, 열심히 타서 본전 뽑으면 되는 거지.. 2017. 11. 1.
괴산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큰 딸아이 어린이집 보내놓고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대도 벌써 오전 11시가 넘었다. 오후 4시까지는 돌아와야 했기에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어린이집 하원 시간이 오후 4시,,,) 오늘 우리는 은행나무길로 유명한 괴산의 문광저수지에 갈 것이다. 각자 재미있는 피케팅 사진을 올리는 것이 오늘의 파업 미션이었고, 미션 수행 겸 드라이브 겸 출사 겸 해서 괴산으로 향했다. 괴산의 문광저수지는 충북에서 출사지로 유명한 곳이다. 특히 이른 아침, 저수지에서 피어나는 푸르스름한 물안개와 노오란 은행잎의 조화는 말그대로 환상적이다. 사실 나도 들어서나 알고 있었지, 직접 시간을 내 찾아간 적은 없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겸사겸사 찾았다. 아쉽게도 이삼일 전에만 찾았더라도 장관을 구경할 수 있었을 것 같았다. 오늘은.. 2017. 10. 30.
목요일의 데이트 아침 일찍 일어나 씻고 처갓집으로 향했다. 큰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서다. 어제 서울시청 광장에서 있었던 MBC 파업 콘서트에 참석하고 늦게 내려올 것을 예상한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처갓집에서 잤다.어제의 파업콘서트는 감동이었다. 역시 방송국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영상이며 구성이며 최고였다.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지는 못했지만 많은 것을 느끼고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자정이 다 된 시간에야 충주에 도착했고, 시간이 늦은 만큼 오늘은 오전 일정이 없었다. 그래서 큰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 놓고 오랜만에 아내와 두 달된 둘째 딸과 함께 드라이브를 했다. 좋게 말해서 드라이브지 사실은 이른 점심 먹으며 시간 죽일 수 있는, 쇼파가 편한 카피숍를 찾고 있었다. 오랜만에 신혼 때 갔었던 충주댐.. 2017. 10. 26.
노은면의 카페, 라브리 긴 연휴를 마치고 대부분 일상으로 돌아간 오늘이지만, 개인적으론 오늘이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연휴 내내 4명이 지지고 볶다가 오늘은 큰 딸을 어린이집에 보냈다. 그러자 그렇게 숨통이 트일 수 없었다. 큰 딸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기회를 그냥 보내기가 너무 아쉬워서 둘째 딸을 데리고 외출을 결정했다. 아내는 전부터 노은면에 있는 마당 넓은 카페 이야기를 했었다. 노은이면 약 20분 정도 밖에 안걸리는 가까운 거리이고 해서 이참에 그곳에 가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있는 양평해장국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인근 골프장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식당으로 맛도 괜찮다. 출장 중에 한 두 번 먹었던 기억도 있고 해서 아내에게도 맛보여 주고 싶었다. 역시 뜨끈한 국물이 들어가줘야 속이 좀 든든해지는 느낌이다.그렇게.. 2017. 10. 1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