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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공인중개소에 가다

by Kang.P 2018.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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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엔 두 번에 걸쳐 공인중개소를 방문했다. 한 번은 집을 팔기 위한 계약서 작성 때문이었고, 다른 한 번은 월세 들어가기 위한 계약서 작성을 위해서였다. 그렇다. 집을 팔았다. 그것도 많은 손해를 감수하면서(잠깐, 눈물 좀 훔치고)... 


서울 빼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집값 하락이 문제라고 했는데, 내가 살고 있는 충주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인구는 늘지 않는데, 아파트는 계속 지어대니 과다 공급으로 인한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많은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집을 팔아야 하는 이유는, 나 역시도 새로 분양받은 아파트로 이사를 가야 하기 때문이다. 분양 신청을 한 것은 단순히 넓은 평수로 가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 아니라, 평소 원하던 조건의 1층 구조가 나왔기에 '되면 좋고 안되면 그만'이라는 심정으로 신청했는데, 덜컥 당첨이 되었다.


지금 집을 팔 것인가를 놓고 고민이 많았다. 혹자는 전세나 월세로 돌려서 몇 년 기다리다가 가격 회복되면 그때 팔라고 했고, 또 다른 이는 비슷한 이유를 들며 중도금 대출 이자를 월세로 매워가면 되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해 줬다. 다들 자신의 일인 냥 진지하게 듣고 이야기해 줘서 이 자리를 빌려 (물론 그들은 이 글의 존재조차 모르겠지만, 그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결정은 결국 내가 하는 것이고, 나는 팔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집을 두 채나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부담이 컸다. 빚져가면서까지 두 채를 소유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같은 말이지만 능력도 없으면서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다(성격이 운명이다).


(내 기준으로는 엄청) 거액의 손해를 보면서 파는 것이 마음 아프지만, 이곳에서 신혼집을 차리고 사랑스러운 두 딸과 함께 4년 간 행복하게 산 것에 대한 기회비용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이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화병 난다).


이 집을 빨리 털어 벼렸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막상 집을 보러 사람들이 오가고 결국 사겠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는 괜히 울컥했다. 공간에 지나지 않을 뿐인데, 사람에게서나 느낄 법한, 이별의 아쉬움(?)과 유사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거실, 안방, 아이들 놀이방 등 곳곳에 아로새겨진 우리 가족의 추억들이 떠올랐다. 





신혼집에 하나 둘 가구가 들어오고, 배치를 고민하며 알콩달콩하던 시절의 추억, 그러나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집안 꾸미기의 환상은 파도 앞 모래성처럼 사라졌다. 모든 것을 떠나서 이 집의 의미가 큰 것은, 내 평생 처음으로 가져본 내 집이었기 때문이다(물론, 디딤돌 대출로 인해 은행의 지분이 컸지만 말이다).


아내와 함께, 집 판 돈과 그동안 우리가 모은 돈, 그리고 유용 자금 등을 계산하며 재무 계획을 세웠다. 열심히 모은다고 한 것 같은데, 이것저것 계산해 보니 뭘 했나 싶다. 이렇게 또다시 결혼생활 시즌2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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