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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크리스마스 이브

by Kang.P 2018.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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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도 그랬던 것 같은데, 올해는 작년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찾아볼래야 찾을 수가 없다. 나이 먹은 탓인지, 음원 저작권 때문에 거리에서 케럴을 쉽게 들을 수 없는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퐁당퐁당 휴일에 낀, 평일 정도의 기분이다. 


더욱이 오늘 휴가를 내고 4일간의 연휴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서 회사에 사람들도 적고 휑하다. 할 일이 아무리 많아도 사람은 분위기를 타기 마련이다. 지금 내가 그렇다. 이번 주는 내일도 휴일이고, 금요일에는 이사 때문에 휴가를 낸 상태라, 일 할 수 있는 날이 3일밖에 없음에도 혼자 캐럴 틀어놓고 억지로 크리스마스이브의 기분을 느끼려 발악(?)을 하고 있다. 


그러던 중 편집실에 앉아있는 FD 동생이 보이길래 같이 나가서 점심(낙지수제비)을 먹고, 문구점에 들렀다. 아내와 두 딸에게 줄 크리스마스 카드를 사기 위해서였다. 크리스마스 카드는 종류도 많았고, 가격도 기본이 2,000원부터 시작했다(한철 장사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비싼 건 비싼 거다). 


글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카드를 쓰는 이유는, 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어 아빠가 꼴도 보기 싫을 때, 그때 지금의 카드를 꺼내보며 '우리 아빠가 이렇게 날 사랑했구나' 느끼고 다시금 가정에 화목이 찾아오길 바라서라면 허황된 꿈일 테고, 내가 어릴 때는 부모님이 생계로 바빠 경험하지 못한 것을 아이들에게는 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이다.


큰 딸, 둘째 딸, 아내 순으로 카드를 썼다. 큰 딸은 요즘 방언 터진 듯 끊임없이 말을 한다. 쉼 없이 떠들어 대는 소리에 때론 지칠 때도 있지만 대화하는 재미가 있어 좋다(물론 이 친구 앞에서는 말조심해야 한다. 언어 습득 및 활용 능력이 뛰어나다). 애교도 많아서 한창 이쁘다. 반면 동생 때문인지 어른스럽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 마음이 안 좋다. 이제 겨우 4살인데, 누나의 모습을 강요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말이다. 


둘째 딸... 이 녀석이 요즘 말썽이다. 한번 아프고 나더니, 그때부터 떼쓰는 게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엄마를 쫒아다니며 안아달라고 울고 불고 난리다. 아내는 하루 종일 둘째 녀석한테 시달리며 때때로 폭발하기도 하는데 그 불똥이 나에게 튀는 경우도 많다. 아파서 그런 거니 이해하자고 서로 위로하고 다짐하지만, 우리도 신이 아닌지라 육체적 피로와 함께하는 감정 소모는 통제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어서 이 시기가 지나가기를 바랄 뿐...


우리 집에서 가장 고생이 하는 사람은 아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아내는 오히려 나보고 밖에서 돈 버느라 고생이 많다고 한다. 돈 버는 것은 맞지만, 나의 노동은 아내의 노동 강도에 비할 바가 아니다. 요즘은 둘째를 하도 안고 있어서 오른쪽 어깨와 허리의 통증을 호소한다. 내가 안으려고 엄마에서 떼어 놓기라도 하면, 마치 '당신은 필요 없어! 나를 안을 수 있는 건 오직 엄마뿐이란 말이오!!'라고 말하는 것처럼 울며 생난리를 친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며 관계 형성에 노력해야 한다.



세 장의 카드를 쓰며 가족 한 명 한 명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가화만사성이고, 수신제가가 우선이다. 항상 생각하지만, 또한 항상 잊게 되는 게 가족인 것 같다. 



한 레스토랑의 룸을 예약했다. 



오랜만에 네 가족이 모여 앉아,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며 낭만적인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낼 계획이었다. 



물론 나도 알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희망 사항일 뿐, 현실은 억지로 먹이고, 뱉고, 질질 흘리고, 닦기 바쁘고, 돌아다니는 애 붙잡으며, 입으로 먹었는지 코로 먹었는지 모를, 그런 저녁을 먹게 될 것을 말이다.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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