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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adieu my macbook...

by Kang.P 2018.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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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상태가 안 좋긴 했지만, 이렇게 이별의 시간이 빨리 찾아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것도 하필이면 크리스마스이브에 말이다. 7년 지기 친구, 맥북 이야기다. 



며칠 전에 아내가 찍어 둔 자매의 영상이 재미있어서 유튜브에 올릴 요량으로 편집하고 있는데, 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그리곤 재부팅을 계속하더니, 마침내 전원이 꺼졌다. 다시 전원 버튼을 눌러도 부팅되는 듯한 소리가 나다가 이내 꺼져버렸다. 


올 초에 한 번 응급 상황이 닥쳐서 급하게 조치를 취한 후 별문제 없이 잘 지내왔는데, 다소 당황스럽다. 이런 증상은 처음이었고, 잘 알지는 못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이 녀석과의 인연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내와의 연애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이 맥북을 질렀다. 둘이 함께 하는 시간들을 기록해 영상으로 남겨야겠다는 목표가 생긴 후인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200만 원이 넘는 큰돈을 들였다(물론 12개월 할부였기에 가능했던 행위다).



돌이켜 보면 이 녀석과 많은 작업을 함께 했다. 아내와 비밀(?) 연애하며 사람들 몰래 다닌 여행의 기록은 물론이고, 친구 녀석의 결혼 프러포즈 영상 제작, 가끔은 친구 행사의 촬영, 편집일을 도와주고 용돈 벌이를 하기도 했었다. 특히 두 딸이 태어나고부터는 아이들의 성장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고, 어느덧 100개 넘는 클립을 업로드했으니, 이 맥북은 내 30대 중반 이후의 기록과 함께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변에서는 쉽게들 이참에 새로 하나 구입하라고 이야기하지만 사람과도 정들 듯, 장비와도 정이라는 게 생기는 것 같다(물론 돈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말이다). 언제든 필요하면 맥북을 펼쳐 편집하곤 했는데, 당연하고 생각했던 것을 잃었을 때의 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올 연말은 유독 이별이 많은 듯하다. 5년 간 정든 집과의 이별도 아쉬운데, 맥북과도 이별이라니... 부디 이 글을 읽게 되시는 맥북 유저 분들 계시다면, 잘하는 AS센터 추천 좀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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