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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염증

by Kang.P 2018.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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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이라는 게 이렇게 무서운 것인 줄 전에는 미처 몰랐다. 며칠 전,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오른쪽 무릎이 약간 찌릿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혹시 몰라 멘소래담을 바르고 출근했다. 찌릿한 정도였던 무릎 통증이 걷기 힘들 정도로 발전하는 데는 채 반나절이 걸리지 않았다. 점심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았을 때는 차에서 내리는 것이 고통스러울 정도의 통증이 찾아왔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넘어진 적도 없으며 다리를 삐끗한 적도 없다. 통증을 느끼기 이틀 전, 오랜만에 운동하겠다고 바이크 머신 30분 탄 것이 걸렸지만, 하루를 건너뛰고 통증이 온다는 건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유야 어찌 되었던 지금 중요한 것은 빨리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 것이다. 하지만 오후에 잡혀있는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당장 갈 수가 없었다.


한 발짝 떼는 것조차 힘든 상황인데도 병원보다 일을 먼저 챙겨야 하는 현실에 살짝 짜증났다. 누구 하나 대체할 사람 없이 빡빡하게 돌아가는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랄까. 아무튼 그렇게 일정을 마치고 병원으로 향했다. 오른쪽 관절이다 보니 운전도 힘들고 조심스러웠다. 


선생님은 진찰을 위해 관절을 만져 봤고, 나는 가식 없는 외마디 비명으로 통증 정도를 알렸다. 일단 엑스레이를 찍어보자고 했다. 그 결과 뼈는 멀쩡했다. 통증의 원인이 연골 혹은 힘줄로 압축되는 순간이다. 선생님은 1. 반깁스를 하고 생활해보다가 통증이 그대로면 MRI를 찍어보는 것과 2. 당장 MRI를 찍어 원인을 알아보는 것 두 가지를 제시하며 선택하라고 했다. 질질 끌고 싶지 않은 난 당장 MRI를 찍겠다고, 마치 출사표를 던지는 장수의 표정으로 답했다.   


MRI를 찍기 위해서는 다른 병원로 가야 했다. 또다시 아픈 오른쪽 무릎을 움직여 브레이크와 엑셀을 왔다 갔다며 MRI를 찍고 돌아왔다. 결과물과 소견서를 넘기고 선생님의 호출을 기다리는데, 이때는 좀 긴장됐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연골이 닳아버린 것은 아닐까, 당장 수술을 받으라고 하면 어쩌지, 입원하게 되면 회사 일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이며, 아내와 아이들은 처갓집으로 가야 하나, 설마 평생을 이렇게 사는 것은 아니겠지....


"들어오세요."

절뚝대며 코 앞의 진료실로 들어가는데 10분은 걸린 것 같은 기분이다. 천만다행으로 MRI 확인 결과 아무 문제없었고, 단지 힘줄에 아주 미세한 염증이 보인다고 선생님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 염증으로 그렇게 오버하냐'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억울했다. 정말 억울했다. 의사 앞에 앉아있는 그 상황에도, 조금만 움직여도 무릎을 톱으로 자르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억울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울먹이는 목소리로 내 통증이 거짓이 아님을 토로했다.


일단 거동이 힘드니, 주사를 맞은 후 반깁스를 하기로 했다.



석고가 굳기를 기다리며 누워있는데, 이게 뭔 일인가 싶었다. 불과 반나절만에 걷는 게 불가능할 정도의 고통으로 커진 무릎 통증... 평소에는 아주 사소한 것이었는데, 멀쩡하게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41년을 살아오면서 관절 때문에 병원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나름 충격도 컸다. 어느덧 관절에 신경을 써야 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이틀 뒤에는 건강검진이 있었고, 여기에서도 전까지는 아무 문제없던 검사에서 의심 소견이 나왔다. 이쯤 되니 다소 진지해진다. 건강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한 집안의 가장이 된 이상, 내 건강은 결코 나만의 것이 아니다. 우선 지금의 관절 염증 치료에 최선을 다하고, 몸이 회복되면 구체적이고 주기적인 운동 계획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실천하고 지속할 수 있을지는 사실 모르겠다. 일단 자극은 주어졌고, 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추후의 모습은 달라질 것이다. 


반깁스를 하고 생활하기란 불편하기 그지없다. 하나만 이야기하자면, 우리 회사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절뚝대며 복도를 걷고 있으면 보는 사람마다 커진 눈으로, 무슨 일이냐, 어떻게 된 거냐, 많이 다친 거냐 등을 물어본다. 물론 걱정해 주는 마음은 매우 감사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걸음이 느려서 마주치는 사람도 많은데, 만나는 사람마다 같은 질문에 똑같은 대답을 반복하는 게 좀 성가신 일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사고 경위를 적어서 목에 걸고 출근할 걸 그랬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이 또한 얼른 지나고,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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