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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사진 한 장이 준 큰 울림

by Kang.P 2018.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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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아내에게 카톡을 보냈다. 

점심 먹었냐는 사소한 질문을 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 속에는 큰 딸아이가 어린이집에 안 울고 갔는지, 둘째는 짜증 안 부리고 잘 있는지, 그리고 오늘 아내의 컨디션은 괜찮은지 등을 묻는 함축적인 질문이다. 아내는 깻잎 반찬으로 점심 먹었다는 문자와 함께 한 장의 사진을 보내왔다.

 

 

 

무슨 상황인지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었음에도 사진을 보는 순간 울컥했다. 

선생님의 호명에 앞으로 나왔을 테고 그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있는 모습에, '우리 딸이 벌써 이렇게 컸나' 싶은 마음이 들었고 이런 생각은 사십 줄 아빠의 감성을 자극했다.

아내는 유치원 수료증을 받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내일부터 며칠 간 봄방학에 들어간다고 했으니 아마도 그럴 것이다. 두 돌도 안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만 했을 때, 너무 일찍 가족과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었는데,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때로는 그들을 리드하며 논다는 어린이집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는 한시름 놓곤 했었다.

 

소위 말하는 미운 4살이 되었고, 특히 동생으로 인한 박탈감으로 질투가 많아지면서 말도 더럽게 안 듣고 짜증이란 짜증은 다 부리는 큰 딸인데, 사진 속 모습은 너무도 대견해 보였다. 이럴 때일수록 부모가 현명하게 대처해야 함에도, 철딱서니 없는 아빠는 짜증에 짜증으로 응수하고 어린아이에게 눈눈이이로 대하고 있으니 부끄러울 따름이다. 돌아서면 후회하고 반성하지만, 또 같은 행동을 되풀이 하는 나의 모습에 '아직 부모 되려면 멀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자식을 키운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다. 주눅 들게 키우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버릇없는 아이로 자라는 것도 원치 않는다. 그 적정선 어딘가로 자라주길 바라는데 아이는 내 뜻 같지 않고, 나 역시도 추상적인 그 적정선이 어딘지 모르는 철이 없는 존재이지 않은가.

어릴 적 내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나는 자식을 낳으면 절대 그런 식으로 키우지 않겠다 다짐했었다. 그러나 부모가 된 지금, 가끔씩 그토록 싫어했던 행동들이 나에게서 툭툭 튀어나와 스스로도 놀라곤 한다.

 

아내가 보내준 사진 한 장이 큰 울림과 함께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쁘게 자라준 딸에게 감사하고, 보다 멋진, 좋은, 친구 같은, 재미있는, 이해심 많은, 속내를 터 놓을 수 있는 그런 아빠가 되겠다고 다시금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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