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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연말...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by Kang.P 2017.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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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연말 송년회로 바빠 보이지만 아이가 둘인, 특히 이제 4개월된 엄마바라기 둘째 딸을 둔 입장에서는 남들처럼 송년회를 즐길 여유가 없다. 아내가 애 둘에 치이며 있는데 혼자 나와서 즐겁게 술 먹는 것이 맘 편할리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작스런 친구의 방문으로 송년회의 물고가 틔었다. 



부산에서 일하는 고향친구가 갑자기 충주에 온다고 연락이 왔고, 급하게 아내에게 허락을 받아 둘이 오붓하게 술자리 겸 송년회를 가졌다. 이튿날, 청주에서 몇 명 지인들과 송년회 술자리를 갖고 다음날 아침 기차로 출근하는 강행군을 거듭했다.


그리고 그 주말, 그러니까 크리스마스 연휴에는 대학 선배 형네 가족과 청주의 펜션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오랜만에 보는 형과 형수, 조카도 모두 반가웠다. 

대충 짐을 정리하고 고기를 구우며 회포를 풀었다. 




예상은 했지만, 아이들의 등살에 생각보다 일찍 자리를 접고 방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리고 우리의 송년회 겸 크리스마스 파티는 계속 되었다. 




그렇게 우리의 겨울 밤은 깊어갔다. 

하지만 모든 것이 좋지만은 않았다. 


펜션 시설은 엉망이었고, 특히 형이 쓰던 방은 전기가 나가고 급기야 물까지 끊기는 등 지금까지 다녀봤던 펜션 중 최악이었다. 하지만 좋은 게 좋다고 되뇌며 나름의 크리스마스 여행을 좋게 포장하려고 하였으나 악재는 계속 됐다. 

둘째날, 식당에서 울며 떼쓰는 큰 딸 덕에 우리 가족은 밥도 못 먹고 나와야 했고, 처음으로 큰 딸을 호되게 혼냈다.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온 선배 형네 가족에게 미안했고, 어제부터 칼칼하던 목은 둘째날에는 그 강도가 더 커졌다. 


크리스마스 당일. 

그냥 집에 있기는 아쉬워서 점심 외식을 나갔다. 








오랜만에 밖에서 맛있는 것을 먹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아내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아이들 때문에 고생하는 아내가 좋아하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다행히 목이 아픈 것은 좀 덜해졌지만, 열이 38도를 육박했다. 주말에 술 먹고 몸살났겠거니 생각했는데, 팔다리 근육통이 심했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 잘 때 같이 낮잠을 잤는데, 자고 일어나니 아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빠 증상 독감 같다고...

아이들만 없으면 밥 먹으면 낫는다는 철학으로 버텼을 텐데, 혹시라도 아이들에게 옮길까 겁이 나서 바로 병원으로 갔다. 


감기가 유행이긴 유행인가 보다. 병원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한참을 기다려 진료를 받았다. 하도 환자가 많다보니, 의사의 진료도 기계적이었다. 독감 같다고 해도 여기 오는 사람들 다 그 이야기 한다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그래서 결론은 독감이 아니라는 거죠? 확실하죠?!"

다소 강하게 던진 마지막 질문에 뜨끔했던지 의사는 그럼 독감검사를 받아보겠냐며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난 받겠다고 했고 (검사만 25,000원...) 5분 후 결과가 나왔다. 



B형 독감



역시 독감이었다. 7만원짜리 닝거를 맞고 4일치 약을 타서 집으로 돌아왔다. 문득 점심 때 내 포크로 큰 딸아이에게 스테이크 먹여주던 것이 생각났다. 

아니나다를까 큰 딸도 감기 판정을 받았고, 모든 가족은 처갓집으로 피신했고 지금 나는 홀로 격리되어 있다.


정말 잊지 못할 연말과 크리스마스 연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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