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다반사250

나이는 X구멍으로도 먹는다 나는 지금 수안보에 위치한 ‘게으른 악어’라는 카페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이곳은 친한 동생의 소개로 알게 되었는데, 일요일 오후에 딱히 아이들과 할 일도 없던 차에 ‘이때다’ 싶어 찾아왔다. 무엇보다 좌식 공간이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가기 딱 좋았다. 평소보다 배 이상 많아진 술자리를 보면서 '연말이긴 연말이구나' 싶은 요즘이다. 연일 계속되는 숙취로 괴롭고 간을 학대하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지만, 덕분에 자주 못 보던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한 해를 정리하고 내년을 다짐할 수 있으니,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겠다.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되는데, 여기서 나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즉, 상대방이 나보다 어리다고 무조건 나한테 배워야 하고, 반대의 경우 내가 일.. 2019. 12. 29.
친구 2시간 정도 된 것 같다. 그 자리에 앉아 있었던 시간이. 그리고 나는 지금 충주로 내려가는 버스 24번 자리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정말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들 송년회 자리에 참석했다. 아무래도 지방에 있다 보니 서울에서 하는 모임 자리에는 참석이 힘들었고, 아빠가 된 후에는 더욱 그랬다. 그럼에도 올해는 친구들 얼굴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에 참석하기로 결심했다. 주중에 예매를 했음에도 서울에서 내려오는 버스는 11시 막차뿐 아니라 밤 9시 이후는 모두 매진이었다(이렇게 많은 충주 사람들이 주말이면 서울로 향하는지 미처 몰랐다). 선택의 여지없이 9시 차를 예매했다. 약속 시간이 오후 5시였고, 동서울에서 9시 버스를 타려면 8시에는 일어나야 했기에 3시간은 함께 할 수 있겠다 예상했는데, 올라.. 2019. 12. 14.
한끼 식사 지난 주말에는 오랜만에 저녁상을 차렸다.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육아에 지친 그녀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주방으로 향했다,면 정말 멋졌겠지만, ‘일요일인데 한 끼 정도는 네가 좀 하라’는 아내의 말에 겨우 소파와 분리될 수 있었다. 저녁에 우렁쌈밥을 먹기로 한 우리는 이미 오전에 필요한 재료들을 사 왔다. 유튜브의 심방골 주부 채널을 열었다. 그리곤 우렁쌈장을 검색했는데 역시나 있었다. 5분 정도의 영상을 정독하듯 보고 나니, 대충 방법이 그려졌고 자신감도 생겼다(심방골 주부님께서는 간단명료하고 쉽게 설명해 주셨다). 들기름에 다진 양파와 애호박을 볶고, 파 다진 것과 고추를 넣었다. 좀 더 볶다가 으깬 두부를 넣었고, 주부님이 시킨 대로 꿀도 조금 넣었다. 된장 두 큰 술과 고추장 한 큰 술을 넣고 .. 2019. 11. 14.
낯부끄러운 게으름 호암지에 가을이 찾아왔다.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일찌감치 점심을 먹고 호암지를 산책하다가 가을과 만났다. 지난주 초까지만 해도 이렇진 않았는데, 어떻게 이리 갑자기 바뀔 수 있냐 따지고 싶었지만 아마도 지난주에는 못 보던 것들이 오늘에야 눈에 들어왔나 보다. 호암지는 계속 가을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이제야 눈치챈 내 탓이란 말이다. ‘이런이런, 못 알아봐서 미안하다 호암지야’라며 사과할 일은 아니지만, 오늘의 감성이 지난주의 그것과 다르다는 것을 의미할 수는 있겠다. 사람마다 성격과 성질이 다르다 보니, 평범한 일상에 변화가 생겼을 때 대처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물론 한 사람 안에서도 변화의 내용과 종류에 따라 대응 방식이 다르긴 하지만 말이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그렇다. 나에게 갑작스러운.. 2019. 11. 4.
11일의 휴가 후 출근 직장생활 15년 정도 했으면 안 그럴 줄 알았는데 11일간의 휴가를 마치고 출근하려니, 100일 휴가 복귀하며 위병소를 향하는 이등병의 심정인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열흘 넘는 공백으로 인해 업무를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어서 글을 끄적이며 오전을 보낸다. 아직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것은 휴가의 대미를 장식한 양평 모임의 후유증 때문이다. 지난 토요일은 두 개의 일정이 잡혀있었다. 하나는 친동생의 결혼이고 다른 하나는 대학시절 사람들과의 모임이다. 아침 일찍 충주를 출발해 결혼식이 있는 수원으로 향했고, 결혼식을 마치고 다시금 가족들을 충주 집으로 데려다주고 나니 오후 6시. 이 시간에 다시 양평으로 향했다. 이날의 모임은 큰 수술을 마친 동기를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한 자리였다. 아이들 포함.. 2019. 10. 14.
휴가 7일 차의 기록, 친구 휴가 7일 차이면서 한글날이던 지난 9일에는 서울에 있었다. 대학 후배인 지웅이 결혼식 참석 차 상경한 김에 사람들과 한잔하며 그동안의 회포를 풀 요량으로 말이다. 예식이 끝나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나니, 규일 형과 병국이 그리고 나, 이렇게 세 명이 남았다.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지 고민하던 우리는 오랜만에 한강에 가기로 했다. 당산역에 내려 긴 육교를 따라가다 보면 양화 한강공원으로 갈 수 있었다. 여의도 한강공원처럼 강가 벤치에 앉아 한 손엔 커피를 들고 이야기 나눌 공간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이지 딱 우리의 생각에 불과했기에 다소 당황스러웠다. 같은 한강을 끼고 있지만 이곳의 분위기는 다른 공원과 달랐다(한강공원이라고 가본 곳은 여의도와 이곳이 전부이기에 비교의 대상이 여의도 밖에 없.. 2019. 10. 11.
휴가 6일 차 나는 지금 충주종합운동장 근처의 한 커피숍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공식적으로 휴가를 낸 날은 3일에 불과하지만 개천절과 한글날, 창사기념일과 노조 창립 대체 휴무로 인해 무려 11일간의 휴가를 즐기고 있고, 오늘이 6일째 되는 날이다(아마도 입사 이래 가장 긴 휴가일 것이다). 그동안 1박 2일로 원주의 한 리조트에 다녀왔고, 광명 이케아에 가서 필요한 가구도 사 오고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평일이라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보내고 오랜만에 아내와 둘이 시간을 보낸다. 조조로 영화 ‘조커’를 보고 베트남 쌀국수와 소고기낙지덮밥으로 알콩달콩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그렇게 오전 시간을 보내고 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는 이곳에 왔다. ​ 베이글과 커피를 앞에 두고 각자 챙겨온 책을 읽고 있자니 이곳이 천국이.. 2019. 10. 8.
건강 적신호 한 주를 마감하는 금요일임과 동시에 금연 4일 차가 되는 날이다. 뜬금없이 웬 금연이냐며 궁금해하실 분들이 (거의 없겠지만 혹시라도) 있을 것 같아 간단하게 설명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4일 전인 화요일. 퇴근 한 시간을 남겨두고, 42년을 살면서 여태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목 뒤 통증(?)이 찾아왔다. 잘은 모르지만 그것은 근육의 통증이 아니고, 뒷목 혈관에서 느껴지는 것 같았다. 퇴근하고 아내가 계속 마사지를 해주면서 통증은 가라앉기는 했지만 없어지지는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그날 저녁부터 왼쪽 눈 밑이 붉어지더니 다음 날 아침에는 다래끼의 모습을 띄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허겁지겁 안과를 찾았다. 물론 이 때도 목뒤 통증은 계속 있는 상태였다. 진료를 .. 2019. 9. 20.
추석 연휴 마지막 날 공교롭게도 나는 지금, 이 전 글을 썼던 그 키즈 카페에서 또다시 이 글을 쓰고 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을 키즈 카페에서 보내고 있는 것이다. 다른 욕심 없이, 이렇게 (다소 소란스럽긴 하지만) 글을 끄적거릴 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시작으로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까지, 8월의 시작부터 9월 초까지 그야말로 쉴 새 없이 달려온 시간들이었다. 언제 이 모든 과업을 끝낼까 싶었지만, 시간은 결국 그렇게 바라고 기다리던 시점으로 날 인도했다(그래서 너무 감사하다). 8월부터 한 달 넘는 기간 동안 업무적으로는 나름 성과를 이룬 시기라 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모든 계획이 틀어진 시기이기도 하다. 무슨 말이냐 하면, 그동안 나름 꾸준히 이어오던 독서와.. 2019. 9. 15.
키즈 카페에서의 넋두리 나는 지금(지난 8월 중순) 호암동의 한 키즈 카페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처음으로 혼자 애 둘을 데리고 키즈 카페에 왔는데, 그리 나쁘지 않다. 자기들끼리 알아서 놀다 보니 가끔 위치 정도만 확인해 주면 이처럼 글을 쓸 여유도 있으니 말이다(입이 방정이라고, 이 글을 쓰자마자 둘째가 자지러진다). 요즘 ‘쓰기의 말들’(은유 지음)이란 책을 읽고 있는데 오늘 눈에 들어오는 글귀가 있었다. “네가 선택했으니 네가 책임져라.” 딸아이가 현관문으로 나가려는 고양이를 야단친다. 내 말투와 대사 그대로다. 민망하고 섬뜩하다. 배운다는 의식도 없이 배워지는 것들로 한 존재가 형성된다. (위 책 145p) 방심하고 있다가 한방 맞은 기분이었다. 언제부턴가 아빠 엄마의 말투를 따라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말조심해야겠다고.. 2019. 9. 9.
유물 발견! 일석3조의 ‘러브레터’ 외장하드를 정리하던 중 유물을 발견했다. 복학 후 전공실습과목의 조별과제로 작업한 영상 파일이 그것이다(2002년 혹은 2003년으로 추정). 당시 연인이었던 (지금은 부부인) 김세희와 공인희가 주연으로 열연한 ‘러브레터’.(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코미디?ㅋ) 교수님은 우리 3조(조 이름: 일석3조)에게 후하게 C를 주셨지만(B-였나? 가물가물...) 그것과 상관없이 다시 보니 너무 새롭다. 애정 하던 돌핀 시계와 장위동의 반지하 자취방. 저렴했던 복지관 식당과 몇 번 가본 적 없는 도서관... 용산가족공원 신은 오디오가 안 들어가서 후시녹음을 했었고, 어설프게 '남자 셋 여자 셋'을 따라 하기도 했었지... 무엇보다 반가운 건, 당시의 사람들... 지금도 변함없이 만나고 연락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 2019. 7. 9.
학부모 참관 수업 오랜만에 운동장을 달렸다. 5km를 달리는 동안 한 주간 쌓였던 노폐물들이 땀과 함께 배출되는 느낌이었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이렇게 땀흘리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한다. 오늘 운동하러 종합운동장에 도착해 보니 무지개가 떠 있었다. 보통 해와 비가 함께할 때 무지개가 생기는데, 저기 어딘가에는 비가 오고 있나 보다. 어제는 두 딸아이 어린이집에서 학부모 참관수업이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둘째 딸은 구내염 확진 판정을 받아서 갈 수가 없었다. 과정을 좀 설명하자면, 애초에 구내염의 시작은 큰 딸이었다. 그래서 참관수업에 큰 딸은 못 가고(나와 집에서 놀고) 둘째 딸 참관수업에는 엄마가 다녀오기로 했는데, 수업을 며칠 앞두고 상태가 역전된 것이다. 그 사이 큰 딸은 나았고, 둘째 딸이 물려받았다(옵.. 2019. 6. 23.
자급자족의 꿈 퇴근 후 오랜만에 텃밭에 가서 농작물을 수확해 왔다. 바쁘다는 핑계로 한동안 신경을 못 썼더니 잡초도 무성해졌지만, 농작물도 탐스럽게 결실을 맺고 있었다. 대파도 제법 먹을 만큼 자라 있었고 고추도 두 손 가득 따왔다. 사실 이런 수확의 재미도 8월이면 끝난다. 회사 선배의 땅에서 무상으로 농사(라면 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이 땅이 팔렸다. 어디 한번 시작해 볼까 하는데 끝나버린 것 같은 허탈한 마음이지만, 어쩌랴, 내 땅이 아닌 것을...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주말농장을 결심한 것은 아이들이 흙과 친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손으로 흙을 만지고 직접 농작물을 수확하면서, 먹는 것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는데, 정작 아이들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방울토마토 수확할 때나 좀 즐거워하려나). 반면 내가.. 2019. 6. 17.
금성제면소와 비봉산 케이블카 오늘 새벽 U-20 월드컵 준우승의 역사적 순간을 함께하고 잠들었더니, 아침에 눈뜨기가 힘들었다. 잠을 못 자 피곤한 건 어디까지나 내 사정이고, 아이들이 '아버지가 어젯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셨으니, 오늘은 아버지를 좀 쉬게 해 드리자'라는 생각을 가질 리 만무하다. 그렇다. 오늘도 아내와 머리를 맞대고 육하원칙에 맞춰가며 할 일을 정하고 있었다. 집에만 있기에는 날씨가 너무 좋은 일요일이었다. ​ 많은 경우의 수가 있었지만 우리는 이번에 청풍에 생긴 케이블카를 타러 가는 것으로 정했다. 그리고 금성면에 위치한 라멘집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지나가면서 몇 번 봤는데 언제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인 금성제면소이다. ​예상은 했지만 대기 명단에 이름을 적고 기다려야 했다. 식당 앞마당에서 뛰어놀던 큰 딸.. 2019. 6. 16.
아버지의 편지 갑자기 엄마가 집주소를 물어볼 때 좀 이상하다 싶었다. 왜 그러냐는 질문에 ‘아니 뭐 그냥...’ 얼버무리시며 정확한 이유를 이야기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아내는 “그렇게 눈치가 없냐”며(사실은 ‘인간아’로 시작하는 좀더 심한 문장을 구사했다.) “아버님이 편지 보내시려나 보다”라고 예측했다. 듣고 보니 요즘 아빠가 교회에서 하는 아버지 학교에 다니신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생각났다. 그러곤 잊고 있었는데, 지난 금요일에 퇴근하고 보니 정말 편지가 도착해 있었다. 아내의 예상대로 아버지가 보낸 편지였다. 봉투를 뜯고 편지를 읽어 내려가다가 그만 펑펑 울고 말았다. 사실 그날 직장 동료들과 술자리가 있었다. 술 취하면 평소의 50배 이상 감성적인 상태가 되는 것은 비단 나만 가지고 있는 질병 같은 것은 아닐.. 2019. 6. 10.
시기의 중요성 아저씨처럼 (사실 아저씨다.) 키홀더를 허리띠에 차고 다닌 게 문제였다. 그러던 중 뾰족한 부분이 운전석 가죽시트를 찢어버렸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타고 다녔으나, 찢어진 부위가 점점 벌어지고 나서야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방법을 구상하던 중, 파이프가 깨져서 물이 새는 것도 한 번에 붙여버리는 테이프 광고가 홈쇼핑에서 나왔고, 저거다 싶어 바로 호갱이 되었다. 확실히 일반 전기 테이프와는 달랐지만, 여름철 뜨거운 실내 온도에 접착 성분이 녹아내려 끈적해지기 일쑤였다. 여기저기 알아보다 충주의 복원업체를 알아내 찾아갔는데 복원은 할 수 있지만, 마찰이 많은 위치라 언제까지 붙어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솔직담백하게 이야기해 줬다. 조언 고마웠고 좀 더 생각해 보겠다며.. 2019. 5. 30.
주말농장 첫 수확 아침에 눈을 떠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고 나는 고민에 빠졌다. 텃밭에 나가 그동안 못한 일을 할 계획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비가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이 아니면 언제 또 시간이 날지 모를 상황이라 고민은 더욱 컸다. 비 내리는 창 밖 풍경을 보고 있자니 고민하는 내 모습도 유리창에 반사되고 있었다. 일단 나가 보기로 한다. 이 정도의 비라면 작업이 가능해 보였고, 상황을 지켜보며 하는 데까지 해 볼 요량이었다. ​ ​비 때문에 고민한 건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그동안 많이 가물었던 터라 농작물에게는 말 그대로 단비였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 왔을 때는 말라가는 잎사귀도 보이곤 했는데, 오늘은 시원한 빗줄기와 함께 생기가 넘쳤다. 농장(이라고 해봐야 두 골이 전부지만)을 한 바퀴 둘러보고 작업을 준비.. 2019. 5. 19.
어린이날 선물 가정의 달인 5월의 첫 관문(?)인 어린이날이다. 어린이날을 가족과 함께 보내기 위해, 어제(토요일이었다.)는 평일보다 더 가혹한 강도의 노동을 치러야 했다. 그 노력 덕에 오늘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만 대체휴무일인 내일도 어김없이 출근해야 한)다. 어린이날인 오늘 아침, 그동안 쌓인 피로 탓인지 늦잠을 자버렸다. 채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며 시계를 보니 12시가 넘은 시간. 이미 하루의 반이 지났지만, 우리의 목적지는 명확했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며칠 전부터 큰 딸에게 어린이날 받고 싶은 선물이 뭔지 수차례 물었고, 그때마다 아이의 답은 확고했다. 어린아이가 이렇게까지 확고할 수 있나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고, 넌지시 다른 경우의 수를 제시해 봐도 녀석은 목인석심(木人石心)이었다. 그.. 2019. 5. 5.
케이크가 뭐길래 '띠리링~' 오랜만에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저녁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카톡이 왔다. '통화할 수 있을 때ㅜ 전화 주셈~' 아내였다. 저녁 먹고 간다고 말해 놓은 상태고 특별한 일이 없었던 상황이라,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가 싶어 바로 전화했다. 전화받은 아내에게 무슨 일 있냐 묻자, 바로 큰 딸을 바꿔줬다. "아빠, 케이크 사다 줘~" 급한 일은 다름 아닌, 케이크였다. 사실 어제 케이크를 사주기로 약속했었다. 그러나 텃밭에 첫 모종을 심고 왔더니 피곤했는지 낮잠이 길어져서 사 오질 못했다. 그리곤 잊고 있었는데, 큰 딸은 그 약속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차 싶었다. 식사자리로 돌아가 잠시 자리를 지키다가, 딸아이에게 케이크를 사다 줘야 한다며 먼저 일어났다. 제과점에 들러 아이들.. 2019. 5. 2.
달밤에 뜀박질 운동을 시작할 마음에 러닝화를 산 건지, 러닝화를 샀더니 (디자인이 이뻤다) 달리기라도 하게 된 건지 전후관계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지난 토요일 밤 호암지를 한 바퀴 내달리고 들어왔다. 처음으로 러닝화라는 신문물(?)을 신고 달려보니 확실히 다른 신발과는 다른 푹신함과 관절이 편한 느낌이 있었다(그래서 운동 목적에 따른 기능성 신발들이 있나 보다). 뛰다 걷다를 반복하며 한 바퀴를 돌고 나니, 송골송골 땀이 맺혀왔고 땀의 양만큼 성취감도 들었다(여태껏 수없이 호암지를 돌았는데, 한 바퀴가 3km가 넘는다는 사실을 이번에야 알았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집으로 돌아와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했다.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었다. 새 물건(책 포함)을 사면 그 여파로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비록 .. 2019. 4. 29.
주말농장, 그 서막의 시작 "아직은 추워서 안 돼요." 주인아주머니는 나름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어떻게든 팔아야 이익이 남을 텐데 아직은 이르니 나중에 사라는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졌고, 맥이 빠지긴 했지만 일단 골을 덮을 비닐만 샀다. 첫날부터 모종을 심으며 힘차게 시작하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주말농장은 예전부터 고민(만) 해 왔었다. 식재료비를 아끼는 차원이 아니라, 아이들이 흙에서 뛰어놀며 땅과 교감하고 식탁에 올라오는 반찬들이 마트에서 사는 게 아닌 아빠의(농민의) 노동에 따른 결과물임을 알려주고 싶었다. 사실 회사 선배가 자신의 텃밭에서 주말농장 해 보라고 여러 해 전부터 이야기했는데,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렸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다섯 살, 세 살이 되니 가족이 함께하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 2019. 4. 14.
안녕, 넷플릭스 지난 1월 중순, 오랜만에 상경하여 대학시절 사람들을 만났다. 취업과 함께 충주라는 지역으로 내려왔고, 이곳에서 결혼하고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예전처럼 사람들 만나러 자주 올라갈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날의 자리는 소중했다(여보 고마워). 오랜만이다 보니 할 말도, 듣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왔다는 성수동의 작은 족발집에 모인 우리는, 10대 소녀처럼 까르르 웃어대며 술잔을 주고받았다. 넷플리스를 접한 것도 이 자리에서다. 물론 기사 등을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정확히 어떤 시스템이고 어떤 콘텐츠들이 올라와 있는지는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친구 녀석의 설명을 들으니 가히 충격이었다. 특히 영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수용자(관람자)의 선택에 따라 다른 결말을 가져온다는 인터랙티브 .. 2019. 3. 18.
Adieu 고향생각 고향생각 100회와 동시에 마지막 회 방송이 어제 전파를 탔다. 아내는 아이들 재우러 들어갔고, 혼자 거실에 남았다. 모든 불을 끄고 TV 화면의 울렁이는 형체만이 어둠을 밝히는 가운데, 종교인의 경건함과 유사한 마음가짐으로 방송을 기다렸고 마지막 끝 타이틀까지 정독하듯 본방을 사수했다. 편집하면서 수없이 봤던 장면들이라 어디서 무슨 내용이 나올지, 어떤 내레이션을 할지 눈 감고도 알 수 있었지만, 집에서 TV를 통해 보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 방송 만드는 사람에게 어느 프로그램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있겠냐마는, 고향생각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이유를 말하면, 지금까지 맡았던 프로그램 중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2016년 11월 12일 첫방을 시작으로 어제(2019년 3월 11일)의 마지.. 2019. 3. 12.
금요일의 넋두리 일주일 중 가장 활기차고 컨디션이 좋은 날은, 금요일 오후다. 이것을 나만의 개인적 취향으로 치부하기엔, 나와 같은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너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날씨로 인한 변수도 있지만, 날씨보다 우선인 것은 ‘내일이 토요일’이라는 사실, 그 자체다. 글을 쓰는 지금이 일주일 중 가장 활기차고 컨디션이 좋은, 바로 그 시간이다. 똬리를 틀고 앉아 기다리고 있을 업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부터 일요일 잠자리에 들기까지는 철저히 너희들을 외면할 것이다. 맥북이 고장난 후부터 대부분의 개인 업무를 폰으로 해결하고 있다. 물론 전에도 송금 등 은행업무는 폰을 통해서 해 왔지만, 문제는 자판이 너무 작아서 글을 작성할 때 오타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었다. ​ 그래서 이 녀석을 구입했다. .. 2019. 3. 8.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