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다반사

키즈 카페에서의 넋두리

by Kang.P 2019. 9. 9.
728x90

나는 지금(지난 8월 중순) 호암동의 한 키즈 카페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처음으로 혼자 애 둘을 데리고 키즈 카페에 왔는데, 그리 나쁘지 않다. 자기들끼리 알아서 놀다 보니 가끔 위치 정도만 확인해 주면 이처럼 글을 쓸 여유도 있으니 말이다(입이 방정이라고, 이 글을 쓰자마자 둘째가 자지러진다).
요즘 ‘쓰기의 말들’(은유 지음)이란 책을 읽고 있는데 오늘 눈에 들어오는 글귀가 있었다.



“네가 선택했으니 네가 책임져라.” 딸아이가 현관문으로 나가려는 고양이를 야단친다. 내 말투와 대사 그대로다. 민망하고 섬뜩하다. 배운다는 의식도 없이 배워지는 것들로 한 존재가 형성된다. (위 책 145p)



방심하고 있다가 한방 맞은 기분이었다. 언제부턴가 아빠 엄마의 말투를 따라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말조심해야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명확한 단어와 문장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배운다는 의식도 없이 배워지는 것들로 형성된’ 두 존재가 지금 저 앞에서 뛰어다니고 있다. 요즘 큰 딸 녀석이 동생 혼내는 모습을 보면 신기할 정도로 지 엄마의 말투와 행동 그대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한글과 영어 노래를 가르치려 했지만, 정작 아이들은 그것들을 가르치려 하는 부모의 말투와 행동을 배우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서로에게 던지는, 때로는 상대방에게 불만을 표출하는 거친 표현들을 말이다.

아내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주기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키즈 카페에 왔다,고 하고 싶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아내가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서 아이들과 키즈 카페에 온 것은 사실이지만, 아내를 위한 배려라기보다는 두 아이를 감당하기 힘들어 이 곳을 찾은 것이니 말이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특히, 큰 딸아이가 감정 표현과 행동에 앞서 아빠 엄마 눈치를 보는 나이가 되다 보니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혹여 부모의 불찰과 무관심으로 아이의 성격과 자아 형성에 누가 될까 겁이 난다.

부디 건강한 몸과 건전한 마음을 가진 아이로 자라길 기도한다.


반응형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건강 적신호  (0) 2019.09.20
추석 연휴 마지막 날  (0) 2019.09.15
유물 발견! 일석3조의 ‘러브레터’  (0) 2019.07.09
학부모 참관 수업  (0) 2019.06.23
자급자족의 꿈  (0) 2019.06.1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