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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케이크가 뭐길래

by Kang.P 2019.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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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리링~'

 

오랜만에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저녁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카톡이 왔다. 

 

'통화할 수 있을 때ㅜ 전화 주셈~'

 

아내였다. 저녁 먹고 간다고 말해 놓은 상태고 특별한 일이 없었던 상황이라,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가 싶어 바로 전화했다. 전화받은 아내에게 무슨 일 있냐 묻자, 바로 큰 딸을 바꿔줬다.

 

"아빠, 케이크 사다 줘~"

 

급한 일은 다름 아닌, 케이크였다. 사실 어제 케이크를 사주기로 약속했었다. 그러나 텃밭에 첫 모종을 심고 왔더니 피곤했는지 낮잠이 길어져서 사 오질 못했다. 

 

노동절에 심은 첫 모종들. 건강하게 자라다오.

그리곤 잊고 있었는데, 큰 딸은 그 약속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차 싶었다. 식사자리로 돌아가 잠시 자리를 지키다가, 딸아이에게 케이크를 사다 줘야 한다며 먼저 일어났다. 제과점에 들러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케이크를 고르고 집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들어서는데 어둠 속에서 낯익은 3명의 실루엣이 보인다. 아내와 두 딸들이다. 아빠가 케이크 사 온다고 밖에까지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퇴근하는 아빠를 기다리는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었더라면 좋았겠지만, 이들이 기다린 것은 내가 아니라 '케이크'라는 설탕 덩어리였다(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아무 날도 아니지만 초를 불었다. 두 녀석이 얼마나 좋았는지 평소엔 잘 해주지도 않는 뽀뽀를 다 해줬다. 요즘 한창 미운 짓이 늘었지만 이럴 때면 이뻐 죽겠다. 가족이 있다는 건 행복하면서 책임감도 커지는 일이다. 주차할 때 사이드미러를 통해 어둠 속 세 명의 여인을 보면서 행복감과 책임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열심히 뒷바라지해야 할 테고, 아이들이 부모 품을 떠나면 (물론 그 전부터 그래야겠지만) 아내와 함께할 우리의 시간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소위 말하는 워라밸이 중요하다. 일과 개인의 삶,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데 잘못하면 (요즘의 나처럼) 둘 다 제대로 못하는 상황에 닥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지혜가 필요하고 융통성이 요구되는 이유다. 요즘 기도의 주된 내용이기도 하다. 

 

내일 또 큰 행사를 치러야 하고 집에는 새벽에나 들어올 것 같다. 그리고 어린이날에도 출근해야 할 것은 상황이라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어떻게든 시간을 쪼개서 어린이날만큼은 가족과의 시간을 만들어 보련다. 큰 딸이 다음에는 꼭 뽀로로 케이크를 사달라고 했는데, 어린이날에 사 갈 수 있도록 노력해 봐야지~ 암,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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