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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어린이날 선물

by Kang.P 2019.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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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인 5월의 첫 관문(?)인 어린이날이다. 어린이날을 가족과 함께 보내기 위해, 어제(토요일이었다.)는 평일보다 더 가혹한 강도의 노동을 치러야 했다. 

 

토요일의 상황

그 노력 덕에 오늘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만 대체휴무일인 내일도 어김없이 출근해야 한)다. 어린이날인 오늘 아침, 그동안 쌓인 피로 탓인지 늦잠을 자버렸다. 채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며 시계를 보니 12시가 넘은 시간. 이미 하루의 반이 지났지만, 우리의 목적지는 명확했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며칠 전부터 큰 딸에게 어린이날 받고 싶은 선물이 뭔지 수차례 물었고, 그때마다 아이의 답은 확고했다. 어린아이가 이렇게까지 확고할 수 있나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고, 넌지시 다른 경우의 수를 제시해 봐도 녀석은 목인석심(木人石心)이었다. 

 

그녀가 원한 어린이날 선물은,

 

그녀가 바란 어린이날 선물

 

다름 아닌 '뽑기'였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듣고는 '세상에 이렇게도 소박한 선물을, 그것도 어린이날 선물로 원하는 아이가 있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혹시 '아빠가 돈이 없다는 걸 알고는 측은한 마음에 뽑기 따위를 선물로 요구한 건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뒤따랐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다른 장난감들을 제시해도 확고한 걸로 봤을 때, 그녀는 뽑기의 결과물보다 동전을 넣고 레바를 돌리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3만 원어치 뽑기를 했다. '그 돈이면 웬만한 장난감을 살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딸의 본능 앞에서 논리적 설명은 의미 없었다. 자잘한 장난감을 득템하고 나서야 저곳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곤 삼촌에게 사달라고 할 장난감을 고르러 갔다. 온갖 회유와 협박 속에 각자 하나씩 장난감을 정하고, 삼촌에게 카톡으로 보냈다(고맙다, 동생).

 

맛있는 곳 찾다가, 결국은 롯데리아에서...

오랜만에 햄버거로 점심을 먹고, 아이들 여름에 신을 샌들을 산 후에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늦은 낮잠을 자는 시간을 틈타 텃밭에 다녀왔다. 며칠 전 모종을 심었는데, 아무래도 오늘 정도에 물을 줘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방울토마토 모종에 꽃이 피다

생애 첫 주말 농장에는 고추, 상추, 가지, 방울토마토, 대파를 심었다. 모종을 심고 나서 오늘 처음 찾아간 것인데, 그 사이 많이들 자라 있었다. 병 걸리지 않고 잘 자라게 해 달라는 기도와 함께 물을 주고 있자니, '농사라는 게 자식 키우는 거랑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죽했으면 논에 물 들어가는 것과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거 보면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는 말이 있을까. 

 

작년 어린이날 아이들의 모습과 올해의 모습은 확연히 다르다. 아마도 내년 어린이 날의 모습이 또 다를 것이고, 어린이날에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발상 자체가 사치라고 느끼는 시기도 올 것이다(가족보다 친구가 좋을 때가 머지않았다). 어찌 되었던 나중에 아이들이 2019년 어린이날의 기억을 떠올릴 때, 이 기록이 오늘의 기억을 끄집어내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사랑하는 두 딸들이 지금처럼 건강하게, 웃음 잃지 않고 자라길 바라고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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