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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달밤에 뜀박질

by Kang.P 2019.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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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지의 야경은 정말 최고다.

운동을 시작할 마음에 러닝화를 산 건지, 러닝화를 샀더니 (디자인이 이뻤다) 달리기라도 하게 된 건지 전후관계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지난 토요일 밤 호암지를 한 바퀴 내달리고 들어왔다. 처음으로 러닝화라는 신문물(?)을 신고 달려보니 확실히 다른 신발과는 다른 푹신함과 관절이 편한 느낌이 있었다(그래서 운동 목적에 따른 기능성 신발들이 있나 보다). 

 

뛰다 걷다를 반복하며 한 바퀴를 돌고 나니, 송골송골 땀이 맺혀왔고 땀의 양만큼 성취감도 들었다(여태껏 수없이 호암지를 돌았는데, 한 바퀴가 3km가 넘는다는 사실을 이번에야 알았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집으로 돌아와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했다.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었다. 새 물건(책 포함)을 사면 그 여파로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비록 선천성 의지박약 덕에 지속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그렇게 며칠은 간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이날의 뜀박질은 새 운동화로 인한 나비효과일 수도 있지만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의지의 표출이었다. 건강해야 한다는 의지.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내 몸의 건강이 단순히 나 하나의 건강이 아니라는 생각의 외적 표현이랄까. 고백건대 요즘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많이 느낀다. 술 먹은 다음 날의 몸 상태가 달랐으며, 스트레스 때문인지 이유 없이 뒷골이 당길 때가 많다. 몸 상태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자존감도 많이 떨어져 있다. 

 

피로가 쌓이고 몸이 무겁다 보니,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중력(gravity)을 핑계로 드러눕기 바쁘다. 아이들이 놀아달라고 달라붙으면, "미안, 아빠가 좀 아파", "10분만 누워 있다가 놀아줄게", "내일 놀아주면 안 될까?" 같은 거짓말과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하기 바쁘다. 그래도 좀처럼 아이들의 요구가 사그라들지 않으면, "좋아, 그럼 침대방 가서 아기 놀이하자. 아빠가 아기 할게" 하며 어쭙잖은 멘트를 날렸다가 아내의 사자후를 듣기 십상이다. 집안에 남자라고는 나 하나밖에 없는데 이렇게 비실대고 있어선 안 될 노릇이다. 

 

그래서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러닝화를 샀다. 얼마나 지속적 주기적으로 뜀박질할지는 모르겠지만 노력해 볼 거다. 의지가 약해질 때면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호암지의 봄은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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