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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나이는 X구멍으로도 먹는다

by Kang.P 2019.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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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수안보에 위치한 ‘게으른 악어’라는 카페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이곳은 친한 동생의 소개로 알게 되었는데, 일요일 오후에 딱히 아이들과 할 일도 없던 차에 ‘이때다’ 싶어 찾아왔다. 무엇보다 좌식 공간이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가기 딱 좋았다.

 

카페 2층의 좌식 공간
달다.

 

평소보다 배 이상 많아진 술자리를 보면서 '연말이긴 연말이구나' 싶은 요즘이다. 연일 계속되는 숙취로 괴롭고 간을 학대하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지만, 덕분에 자주 못 보던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한 해를 정리하고 내년을 다짐할 수 있으니,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겠다.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되는데, 여기서 나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즉, 상대방이 나보다 어리다고 무조건 나한테 배워야 하고, 반대의 경우 내가 일방적으로 상대방에게 교육받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지난 크리스마스 특집 녹화 때 개그맨 정철규 씨가 한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데, ‘나이는 노력 없이도 먹는 것’이라는 멘트였다.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든, 위트 넘치는 받아치기였는데 말을 되새겨보면, 나이가 많다는 것이 경험이 풍부하고 지혜롭다는 것과 등치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물리적인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형님처럼 느껴질 만큼 사고가 깊은 동생들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손윗사람들도 주변에 많기 때문이다.

연말 이야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나이 이야기를 한 이유는, 연말에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더 이상 나이 따지며 누가 형이네 동생이네 하는 것들이 의미 없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해가 가고 며칠 후면 한 살 나이를 더 먹게 된다.

먼저 태어나고 늦게 태어난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오히려 (그게 얼마든 간에) 살아온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경험을 쌓고, 독서하고 고민하며 어떤 가치관을 형성했고, 어떤 태도로 사람을 대하는가 등이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일 것이다. 이쯤 되자 나는 어떻게 나이 먹고 있는가 묻게 되는데 긍정이든 부정이든 쉽게 답을 못 하겠는 것을 보니, 202년 신년 계획에 추가할 게 하나 더 생긴 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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