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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아듀, 2019

by Kang.P 2019.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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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지금 이 글이 2019년의 마지막 블로그 포스팅이 될 것이다. 평소와 다름없이 자고 일어나면 찾아오는 내일일진대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 사이에는 한 살이라는 나이 차이가 생길 것이며, 하룻밤 차이가 '1년'이라는 거대한 간극을 만들어 내는 마술 같은 기현상을 맞이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심리적으로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예를 들면 (갑자기) 지난 1년을 돌아보며 반성한다던가, 지키지도 못할 (확률이 큰) 금연과 같은 새로운 계획을 세우며 가슴 벅차 하곤 하는 증상들이 그것이다.

나 역시도 이것에 자유롭지 못한 사람인지라 오늘 문방구에 가서 일기장을 샀다.

간지나는 양장본 일기장

얼마나 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고급진 양장본으로 골랐다. 물론 신년 계획이기도 했지만 일기장을 산 이유 중 하나는 손글씨로 무언가를 기록하고 싶어서였다. 자랑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글씨 잘 쓴다', '글씨 이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지금도 가끔 책장에 꽂혀있는 대학 시절 노트를 펼칠 때면, 이게 정말 내가 쓴 건가 싶을 정도로 현재의 필체와 많이 다르다. 굳이 용불용설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대학 졸업 후 손글씨보다 자판으로 글을 썼고 그 기간이 20년 넘게 흐르다 보니 예전의 필체를 잃어버린 건 어쩜 당연한 것이다. 그때의 글씨체가 그리워 2020년에는 다소 불편하겠지만, 손글씨로 하루를 기록하는 노력을 해 보려고 (하는데 얼마나 쓸지는 솔직히 장담 못) 한다.

일기장을 산 또 다른 이유는 주로 블로그에 이런저런 일상의 기록을 남기는 편인데, 아무래도 공개된 공간이다 보니 다소 깊은 이야기나 솔직한 감정 표출의 글들은 남기기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그런 사건이나 그 때의 감정들이 기록 없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웠는데 신년 계획 세우던 중 '이 때다' 싶어 일기를 끼워 넣게 된 것이다. 일기 외에도 몇 개의 신년 계획들이 있지만, 이것은 손수 쓰는 일기장에 기록하여 나만 간직하겠다.

오늘 처음으로 두 아이를 데리고 송구영신예배에 가려고 한다. 밤 11시 반에 시작하는 예배를 과연 아이들이 진득하니 참아낼 수 있을지는 가 봐야 알 것이다. 이미 '예배 중 짜증내면 언제든 바로 나온다'는 매우 합리적인 계획을 세웠고 마인드 컨트롤도 마친 상태다. (아이들 때문에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그곳에서 짧게나마 진지하게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 그것은 나와 가족에 대한 것도 있겠지만, 내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돌아봄도 포함한다. 그리고 내년의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싶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막상 이렇게 글로 나열하고 나니, 한 해를 보내는 게 실감난다. 2019년 모두 고생하셨고, 희망의 2020년 맞이하길 바랍니다. 크라잉넛의 노래 제목처럼 올해 미처 다 못한 것들이 있다면 '다음에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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