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다반사

금요일의 넋두리

by Kang.P 2019. 3. 8.
728x90


일주일 중 가장 활기차고 컨디션이 좋은 날은, 금요일 오후다. 이것을 나만의 개인적 취향으로 치부하기엔, 나와 같은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너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날씨로 인한 변수도 있지만, 날씨보다 우선인 것은 ‘내일이 토요일’이라는 사실, 그 자체다.

글을 쓰는 지금이 일주일 중 가장 활기차고 컨디션이 좋은, 바로 그 시간이다. 똬리를 틀고 앉아 기다리고 있을 업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부터 일요일 잠자리에 들기까지는 철저히 너희들을 외면할 것이다.

맥북이 고장난 후부터 대부분의 개인 업무를 폰으로 해결하고 있다. 물론 전에도 송금 등 은행업무는 폰을 통해서 해 왔지만, 문제는 자판이 너무 작아서 글을 작성할 때 오타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이 녀석을 구입했다. 그렇다, 새로 산 블루투스 키보드를 이용해 폰으로 편하게 작성하고 있다고 에둘러 자랑하는 것이다. 반으로 접혀서 휴대하기도 편하고 모든 것이 맘에 드는데 딱 하나, ‘ㅠ’ 자판이 왼쪽에 있어서 많이 헷갈린다. 보통 우리가 자판을 칠 때 자음은 왼손, 모음은 오른손이 담당하는 것으로 익히는데 (나름 워드 1급 소유자임) 유독 ‘ㅠ’ 모음 하나만 왼쪽에 있어서 힘들었는데, 지금은 나름 적응하며 사용하고 있다.

자랑은 여기까지만 하고, 금요일을 맞아 한 주를 돌아보니, 이번 주에 큰 이벤트가 있었다. 다름 아닌 둘째의 어린이집 등원. 첫날 너무 잘 놀아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 다음 날부터는 등원 30분 만에 아내가 데리러 가야 했다. 하긴 ‘3년 인생’에서 처음으로 엄마와 장 시간 떨어지는 경험을 하는 건데, 쉽게 적응하는 것도 이상할 법하다.


새롭게 발견한 것은 큰 딸의 어른스러움이다. 집에서 둘이 놀 때는 (물론 잘 노는 경우가 많지만 가끔은) 장난감 때문에 동생을 괴롭히곤 했는데, 아내가 보내준 위 사진은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언제 저렇게 컸나 싶은 마음과 함께, 더 커서 가족보다 친구를 찾기 전에 많이 놀아줘야겠다 다짐했다.

오늘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그래서 노동조합에서는 조합원 비조합원 구분 없이 근무하는 모든 여직원들에게 장미꽃 한 송이를 전달했다. 별것 아니라 생각했는데, 받는 여직원들은 (노소에 상관없이) 소녀처럼 좋아했다.

퇴근길에 꽃집에 들러 예쁜 장미 세 송이 손에 들고 집으로 향해야겠다.



반응형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녕, 넷플릭스  (0) 2019.03.18
Adieu 고향생각  (0) 2019.03.12
마흔 둘의 얼굴  (0) 2019.02.17
고장난 보일러는 돌아가지 않았다  (0) 2019.01.11
2018년 최강 한파 속 이사  (0) 2018.12.3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