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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248

여름휴가의 끝 도쿄올림픽이 끝났고 나의 여름휴가도 끝났다. 폐막식 중계를 제외한 모든 방송 프로그램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나는 월요일 출근을 걱정하며 불편한 마음으로 일요일을 보내고 있다. 지난 월요일부터 오늘까지 휴가를 냈다. 올림픽이 모든 방송을 결방시켜 줬기에 가능했다. 휴가 기간 중 2박 3일로 태안 만리포에 다녀왔는데 우리의 방문에 대한 반가움을 폭우로 화답해 당황했지만 다행히 둘째 날부터는 다소 흐렸지만 즐겁게 물놀이를 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신경이 쓰여서 밖에서 바비큐를 안 하고 고기를 구워 와서 숙소에서 먹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잘한 결정이었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콧구멍에 바람 좀 넣어주고 돌아오니 그 사이 충주에는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어 8월 5일 00시부터 한시적.. 2021. 8. 8.
시간 마른장마와 폭염 때문에 매일 같이 돌던 호암지를 2주째 못 가고 있다. 습관이라는 게 무서운 것이, 평일이면 항상 하던 운동 겸 산책을 못하게 되니 몸이 아픈 것 같고 (많지도 않지만) 모든 근육이 지방으로 변해가는 느낌이다.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40분간 호암지를 돌았던 건 운동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하루라는 시간을 알차게 쓰고 싶은 욕망 때문이기도 했다. 나이를 먹어서인지 요즘은 시간을 잘 활용하고 싶은 욕구가 높다. 군대 있을 때 통제된 공간과 시간 속에서 더 많은 책을 읽고, 자격증 공부를 했던 것과 비슷한 현상이랄까? 군대와 비교할 만큼 지금의 삶이 통제되고 제한된 건 아니지만, 회사와 나를 분리시켜 생각해 보면 '회사의 일'을 하는 속에서 짬을 내 '나를 위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삶에.. 2021. 7. 21.
대상포진이라니... 생애 첫 대상포진 진단을 받았다. 내 나이 마흔넷의 일이다. 일주일 전부터 명치를 기준으로 왼쪽 부위에 찌릿한 통증이 불규칙적으로 발생했다. 그러다 말겠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시간이 흘러도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무릇 모든 병은 '밥 먹으면 낫는다'는 확고한 신념의 소유자로, 여간해서는 병원을 찾지 않는 걸로 (아내한테만) 유명한데 지난 월요일에는 자진해서 병원을 찾았다(나는 겁이 많다). 진료실로 들어가 증상을 이야기했는데, 설명하면 할수록 의사 선생님의 갸우뚱한 고개는 더욱 기울어졌다.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의사 선생님은 이것저것 물어왔고 나는 경찰서에서 조서 쓰는 사람처럼 성실하게 답했다. 한참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간 후, 의사 선생님은 두 가지 .. 2021. 6. 30.
책 선물 얼마 전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본인이 재밌게 읽은 책인데 나도 좋아할 것 같다며 책 한 권 보낼 테니 주소를 알려달라며 카톡창에서 보채고 있었다. '뭘 그런 걸 다~허허허' 하며 주소를 보내고는 잊고 있었는데, 서점의 불찰로 2주가 지나서야 택배가 도착했다. 책을 선물 받은 건 정말 오랜만이다. 택배를 뜯어보니, 와... 이건 단순히 책이라고 하기엔 포장도 화려했고 연필, 포스트잇 등 다양한 것들이 포함된 종합구성물이었다. 사실 책을 받고는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오랜만에 장모님이 애들을 봐주신 덕에 아내와 외식하며 마신 소맥 때문인지, 이리 정성스럽게 포장하여 책을 보낸 친구 녀석의 마음이 너무 고맙고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서점에서 작업해 보낸 거란 건 나중에 알았다). 아무튼, 싸이월드.. 2021. 6. 12.
하루 사람 마음이란 게 하루에도 열두 번 변한다더니 어제는 자존감이 떨어졌다며 그렇게 호들갑을 떨더니, 오늘은 비교적 평정심을 유지한 채 가끔은 콧노래도 부르며 하루를 보낸다(조울증인가). 오전에 진행된 회의 내용이 다소 짜증났지만, 점심 식사 후 기분 전환도 할 겸 호암지를 한 바퀴 돌며 직장인의 망중한을 즐기려 했다. 그러나 예상했던 그림과 달리, 코디를 잘못한 탓에 회색빛 니트 속으로 흘러내리는 뜨거운 땀줄기를 손수건을 훔치며 걸어야 했는데 그 꼴이 남 보기 우스웠다. 옷을 갈아입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보니 운동 후의 상쾌함보다 꿉꿉함이 더 컸다. 그럼에도 시간을 쪼개 운동했다는 사실이 큰 성취감으로 다가온다. 오후에는 회사 전체에 물이 끊겼다. 사전 공지 없이 이루어진 단수였기에 담당자에게 민원이 빗발.. 2021. 6. 1.
자존감 되도록 주말에는 아이들과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지난 주말은 내내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 출품 서류를 보내야 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물론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부랴부랴 일을 처리하는 못된 습관이 한몫한 건데, 그렇지 않은 사람 있다면 손 좀...쿨럭). 작년에 작업한 결과물로 계속 출품을 하고 있는데, 내는 족족 낙방의 고배를 마시고 있어 이젠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를 지경이다. 6개월 동안 이렇다 할 성과도 내지 못하다 보니 자존감도 떨어진 게 사실이다. 마음 고쳐 먹고 이름 뜻처럼 '시나브로 번창하리라' 마인드 컨트롤을 하곤 있지만, 문득문득 자괴감에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아무튼 '이번이 마지막이다'는 심정으로 작업해서 오늘 서류를 보냈다... 2021. 5. 31.
날 닮은 너 "친구가 그런 말을 하는데 가만히 있으면 어떡해~~" "싫을 때는 싫다고 말을 하는 거야~ 안 그러면 너한테는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요즘 들어 아이들, 특히 큰 딸에게 하는 잔소리가 늘었다. 어린이집에서 있던 이야기를 전해 들을 때면 속이 부글부글 거린다. 자꾸 뭐라고 하면 더 이상의 대화를 거부할 것 같아서 수위 조절은 하고 있지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큰 딸 녀석은 많이 소심하다. 조심스럽고 예민하다. 내 권리가 침해받거나, 친구가 본인에게 나쁜 행동을 해도 하지 말란 소리를 잘 못한다. 이런 이야기를 접할 때면 화가 난다. 그럴 때마다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누구나 살면서 성격이 바뀌는 과정을 겪기 마련인데, (못 믿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린 시.. 2021. 5. 24.
부고 부고를 전해 들었다. 나이가 사십 대 중반이다 보니 부모님에 대한 부고를 종종 듣곤 하는데, 오늘은 내가 아는 그 사람, 본인의 부고였다. 그리 살갑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간 함께 협업을 하며 관계를 유지한 사이였다. 기억이 정확하다면 약 2년 전부터 함께 일하는 관계는 끝났지만, 가끔씩 문득 어떻게 지내나 궁금했는데 오랜만에 전해 들은 소식이 부고였다. 퇴근을 한 시간 앞두고 전해 들은 비보에 숨이 멎는 듯했다. 이제 겨우 만 마흔아홉. 한국 나이로 한다고 해도 나보다 여섯일곱 살밖에 차이 나지 않는 형 같은 사람이다. 사인은 급성 폐렴. 폐렴이라는 것이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무서운 병인 줄 미처 몰랐다. 기분이 이상했다. 이제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오늘 저녁은 오랜만.. 2021. 5. 11.
오랜만에 서울 마실 지난 주말, 정말 오랜만에 홀로 동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역시 모임은 철저한 계획보다 술 취해 던진 빈말로부터 시작한다는 옛말(그런 말이 있나?)이 하나 틀린 게 없다. 친구에게 던진 취중 공수표가 현실이 되었으니 말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선배형이 의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참치횟집이다. 회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의정부에서도 손꼽힌다고 하니 살짝 기대한 채 의정부역으로 향했다. 오랜만의 상경에 설렌 나머지 너무 일찍 도착해버렸다. 그건 친구 녀석도 마찬가지였고, 어디 가서 시간을 보낼까 고민하다가 우린 당구장으로 향했다. 당구는 거의 4, 5년 만에 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신기하게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친구는 최선을 다했지만 아쉽게도 3:0이라는 치욕적인 점수차로 지고 말았다. 미안한 일이지만 삼판.. 2021. 4. 20.
2021년 벚꽃놀이 뭐가 그리 바쁜지 정말 오랜만에 글을 적는다. 사실 끄적이다 만 글들이 임시 저장 폴더에 몇 개 있긴 한데, 벌려놓기만 했지 정리를 할 수 없는 낙서들이다. 2021년을 맞이하며 새해 다짐을 하던 기억이 아직 선명한데 어느새 1/4분기가 지났고 2/4분기를 시작한 지도 5일이나 지난 오늘이다. 올해는 유난히 꽃이 일찍 피었다. 이를 걱정하는 기후 전문가들의 경고도 있었지만, 걱정과 상관없이 만개한 꽃은 이뻤다. 지난 주말에 비가 온다기에, 빗방울에 꽃잎들이 떨어져 나가기 전에 구경이나 할 요량으로 금요일 오후에 반차를 냈다. 그리고는 충주의 유명한 벚꽃 명소 중 한 곳인 하방마을을 찾았다. 생각해 보니 벚꽃과 아이들을 함께 담은 영상이 없는 것 같아, 작정하고 카메라와 렌즈도 두 개(17-70mm/80-.. 2021. 4. 5.
싸이월드의 부활을 기다리며... 당초 3월 중에 웹서비스를 재개한다고 했던 싸이월드가 모바일 서비스도 함께 시작하는 쪽으로 계획을 수정하면서 시점을 5월로 미뤘다. 2달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싸이월드와 다시 만난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반갑고 흥분된다. 연령 대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에게 싸이월드는 대학시절을 시작으로 졸업과 백수 생활, 취업 그리고 충주에서 시작된 제2의 인생까지, 모든 순간을 관통하는 기록의 총아다. 또한 도토리를 모아서 산 배경음악에는 순간의 감정들, 설렘과 무기력함, 희망과 좌절, 행복과 분노 등 그 시절의 오감이 녹아있다. 이런 싸이월드를 지금의 SNS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이 뭐냐 묻는다면 '불친절'이라 하겠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모두 내가 팔로잉하는 사람들의 피드들을 친절하게 모.. 2021. 2. 26.
설 연휴의 끝을 잡고 코로나19로 인해 올해는 전에 없던 방식으로 설 연휴를 보냈다. 설날 아침을 고향집이 아닌 우리집에서 네 식구끼리 맞이한 건 처음이었고, 아이들한테 세배를 받고 세뱃돈을 준 것도 처음이다. 항상 설날 아침이면 엄마가 끓여준 떡국을 먹었는데 올해는 내가 떡국을 끓였고(물론, 맛은 실패했지만) 부모님이 주관하시던 새해 첫 예배도 이번엔 내가 해야 했다(어찌할 줄 몰라 간단하게 기도로 대신했다). 연휴 전날 휴업을 내고 그 전날은 오후 반차를 냈기 때문에 나의 설 연휴는 남들보다 하루 반나절이 더 길었다. 오래 쉰만큼 내일 출근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골이 지끈거리고 맨 정신으론 잠을 못 잘 것 같아서 할 수 없이 있다가 저녁때 소주 한 잔 하고 잠을 청해야겠다(새해에도 변함없이 기-승-전-술). 연초에 시작.. 2021. 2. 14.
아버지와 통닭 한 마리 25일은 월급날이다. 말이 좋아 월급이지 (대부분의 직장인이 그렇듯) 오전에 통장으로 들어온 돈은 저녁 6시 전후로 알람 폭탄과 함께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린다. 결국 월급 전과 후의 통장 잔고에 별반 차이가 없는 기현상과 마주하게 되는데, 익숙한 일이라 대수로울 것도 없다. 그래도 이렇게 또 한 달치 대출금을 납부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며 저녁에 치킨과 피자를 시켰다. 전에는 맵다며 밀치던 치킨을 이젠 곧잘 먹고, 테두리만 먹던 피자도 전체를 다 먹어치우는 두 딸을 위한 아빠의 작은 선물이라고 하고 싶었지만, 소맥을 사놓고 기다리는 모습에서 속내를 들켜버렸다. 치킨에 소맥을 기울이며 약간의 취기가 돌기 시작할 즈음, 문득 그 옛날 아버지가 월급날이면 사 오시던 누런 종이봉투 속 통닭이 생각났다. 그때의.. 2021. 1. 27.
금연 열하루 째 담배를 입에 물지 않은지 열하루 째다. 매년 1월이면 으레 해오던(?) 일이라 '뭐, 얼마나 가겠어?' 하며 시작한 금연이 열흘을 넘기고 있다. 중요한 건, 금단현상도 없고 할만하다는 거다. 이러다가 정말 담배를 끊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들 정도다. 이참에 담배를 끊게 된다면 모든 공은 큰 딸에게 있다. 집에서 담배를 발견한 딸이 쓰레기통에 버리는 모습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고, 끊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으니 말이다. 2021년을 맞이한 지도 열흘이 되어가는데, 나이를 한 살 더 먹은 것과 담배를 피우지 않고 있는 것 빼고는 전과 달라진 게 없는 일상을 살고 있다. 표면적으론 그러한데 좀더 내면을 들여다보면, 미래에 대한 고민이 한층 더 커진 채 똬리를 틀고 있다. 대부분 사십 대의 고민일 것.. 2021. 1. 10.
farewell 2020 만화 '2020 원더키디'를 생각하며 맞이한 2020년이 어느덧 마지막 날을 맞이했다. 이 글을 쓰고 나면 '2021년'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 것이고, 그곳에 새로운 이야기들이 채워질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글을 쓰는 게 매우 형식적인 행위로 느껴졌지만, 그렇더라도 2020년 한 해의 삶을 정리할 필요는 있겠다는 싶어 자판을 두드린다. 이 글을 쓰기에 앞서 2019년 12월 31일에 쓴 글을 찾아봤다. 일 년 전 오늘, 나는 매우 고급진 양장본의 일기장을 샀었다. 그리고 한 해를 기록하겠다며 야무진 포부를 남겼는데, 지금 꺼내 보니 그곳에는 딱 두 편의 일기만이 두꺼운 일기장을 채우고 있었다. 당연히 일기장을 산 그날의 기록과 '어이쿠, 일기 쓰는 걸 까먹고 있었네?' 하며 2월 9일에 쓴 .. 2020. 12. 31.
크리스마스이브와 빨간 하이힐 1. 이십 년이 더 된 일이라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1997년 아니면 98년의 크리스마스이브였을 것이다. 나름 차려입는다고 차려입은 우리 셋은 대학로로 향했다. 대학로에서도 성대 앞의, 가격은 싸고 양은 많기로 소문난 술집을 찾았다. 약속이라도 한 듯 모든 테이블에는 저렴하지만 양은 푸짐한 감자튀김 세트가 놓여있었고, 사람들은 술잔을 부딪치며 시끄럽게 떠들어 댔다. 빨간 하이힐을 만난 게 이곳인지, 이곳을 나와 2차로 찾은 술집에서 인지는 헷갈리는데 확실한 건, 우리 셋은 입구 쪽에 위치한 자리에 앉아 있었고, 빨간 하이힐과 그녀의 일행은 우리를 등지고 안쪽 바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스툴 밑으로 보이는 새빨간 하이힐이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그렇다. 얼굴.. 2020. 12. 26.
짐 싸들고 처갓집으로 간 아내 어제 오후, 짐을 싸든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처갓집으로 갔다. 코로나19로 실내에서의 감금 생활이 길어지며 예민해진 나머지,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게 되고, 이런 감정들이 켜켜이 쌓여 폭발한 결과, 아내가 짐 싸들고 처갓집에 가겠다며 나간 거 아니냐, 며 흥분한 투로 물어본다면 그것은 전형적인 황색 저널리즘적 시각이며 사실은 아내가 오랜만에 장모님과 하룻밤 자고 오겠다며 간 것이라고 설명하겠다. 쉽게 말해, 일주일 동안 일이 많았던 나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주기 위한 아내의 배려인 것이다. 하지만 둘째가 집에 가겠다고 난리 피우면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 처갓집이라고 하니, 명절 연휴의 민족 대이동 행렬에 합류하여 몇 시간씩 운전해서 가야 하는 곳이라 생각할 수 있을 테지만, 우리 처갓.. 2020. 12. 20.
휴업과 육아 요즘 육아를 힘들게 하는 게 세 가지 있었으니, 그것은 코로나19와 미세 먼지, 한파다. 3대 천황이라 하겠다. 특히 코로나 재확산과 나쁜 미세 먼지 때문에 밖에도 못 나가고, 넘치는 에너지를 억누르고 있는 아이들을 볼 때면 미안하고 안타깝다. 12월에는 무려 6일의 휴업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집에서 네 식구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면서 가족 간의 정이 돈독해지고, 창문 너머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모습을 상상했다면, 그건 TV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현실은 지옥이다. 치우고 돌아서면 '왜 날 정리하지 않느냐'며 따지듯 널브러져 있는 장난감들과 다시 마주하게 되는 마술 같은 일들은 대수로울 것 없는 일상이 되었고, (지금처럼) 내 방(이라 쓰고, 인형 창고라 읽.. 2020. 12. 14.
임창정과 짜장면 서울의 한 고층 쇼핑몰이었다. 우리 가족은 11층에 있는 넓은 라운지의 소파에 앉아 쉬고 있다. 그때 근처에 서서 이야기 나누는 한 남성이 눈에 들어왔는데, 다름 아닌 임창정이었다. 나는 반가운 나머지 '창정이 형!' 하고 소리쳤고, 소리를 따라 고개 돌린 창정 형은 "어? 네가 여기 웬일이야!" 하며 반갑게 다가왔다. 둘은 그간의 근황을 나눴고 나는 창정이 형에게 우리 가족을 소개했다. 그러자 "아이고~ 우리 이쁜 조카들, 많이 컸네. 가만 있어봐라, 삼촌이 용돈 줘야겠다."며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는데, 그건 마치 우리 큰 딸아이가 만들었을 법한, 색연필로 그림이 그려진 작은 봉투 두 개였다. "아니 형, 우리 애들 만날 줄 알고 미리 준비한 거야?" 라고 농을 치자, 형은 당황한 듯 얼굴.. 2020. 12. 8.
휴업과 긴축 재정 휴업이라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지난달과 이번 달 카드 요금이 많이 늘었다. 그렇다. 힘들다는 이야기다. 나름 매달 수입과 지출을 고려하며 현명하게 소비 생활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난달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첫 번째 이유로 들 수 있는 건 제주도 여행. 15년 근속 휴가와 이에 따라 지급되는 휴가비를 활용하여 다녀오면 문제없겠다 생각했는데, 10월에서 11월로 넘어오는 카드값을 감안하지 못한 게 불찰이었다. 운 좋게 특가 상품을 잡아서 네 식구가 십만 원 조금 넘는 돈으로 왕복 비행기를 해결해 쾌재를 불렀지만 몸통에 비하면 항공비는 잔가지에 불과했다. 또 하나는 (당사자들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경조사다. 평시 상황에서는 경조사비로 나가는 돈이 큰 부담 없었는데, 긴축 재정에 돌입하고 나니 월급이.. 2020. 12. 6.
이제 괜찮지? 원래 계획대로면 지금 쓰는 글은 지난 제주 여행의 후일담이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의 심리 상태는 속 편하게 여행의 여운을 되새기고 있기엔 너무 흥분돼 있다. 이 흥분은 짜릿한 경험으로 아드레날린이 분비될 때 느껴지는 기분 좋은 흥분이 아니라, 짜증이 폭발하여 뒷목 잡으며 느끼는, 아주 기분 나쁜 흥분이다. 흥분을 삭힐 방법을 찾다가 어둠을 뚫고 나와 호암지를 크게 한 바퀴 돌았다. 마스크를 낀 채 잰걸음으로 돌았더니 호흡이 가빠왔고 그렇게 약 5Km를 걷고 나서야 조금은 평정심을 찾는 듯했다(덕분에 애플워치 3개의 링을 모두 완성했다). 오늘 겪은 속상했던 일을 배설하듯 쏟아 내고자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또 막상 공개된 블로그에 미주알고주알 적어가려니 마흔셋이라는 나이가 부끄러워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련.. 2020. 11. 23.
휴업과 12,000원짜리 짜장면 약 7개월 간 준비한 다큐 '새날의 아이들'은 지난 11월 7일 저녁 8시 50분에 전파를 탔고, 나는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반년 넘는 기간 동안 고생한 결과물이 너무 쉽게 일회성으로 휘발되는 것 같아 아쉽지만, '방송이라는 게 원래 그런 것이 아니던가' 생각하며 마음을 추스르고 있다. 그런 중에도 어김없이 한 달 중 5일의 휴업은 지켜야 했다. 지난 '13일의 금요일'에는 이 휴업을 통해 오랜만에 반가운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대학 시절의 사람들인데, 이날 함께 한 형은 수시로 연락하고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데 반해, 두 명의 후배들은 결혼식 후 처음 보는 것이니, 대략 6년 만에 대면하는 것이었다. 2001년에 제대하고 그 후년에 3학년으로 복학했을 당시, 이들은 같은 학년에 .. 2020. 11. 15.
태평가 나는 지금 음악 감독과의 미팅을 위해 영동고속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데, 예상과 달리 길이 전혀 막히지 않아 다소 당황스러운 상태다. 얼마 전 회사 업무용 차량을 새 차로 바뀌서인지, 전과 달리 승차감이 좋았고, 운전하는 기사 동생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며 운전 중이다. 토요일 방송을 앞두고 음악 작업을 최종 마무리하러 가는 길이다. 이제 삼일 후면 지난 7개월 동안의 모든 과정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아, 물론 골치 아픈 정산 작업이 기다리고 있지만 말이다). 방송을 내보내고 나면 쌓여 있는 휴가를 몰아 쓰며 지친 심신을 추스르고, 소홀했던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도 가지며, 앞으로의 계획도 세워 볼 요량이었는데, 야속하게도 아직 방송도 안 나갔는데 벌써부터 프로그램 합류 시기와 합류할 프로그.. 2020. 11. 4.
새날의 아이들 2020년 4월 24일, 처음으로 ‘청주새날학교’라는 곳의 문을 두드렸고, 지금은 익숙한 곽만근, 김대환 목사님과 어색한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5월 15일 첫 촬영을 시작으로 약 4개월 간 아이들과 함께했다. 한 걸음 다가가면 두 걸음 뒷걸음질치던 아이들이, 우리를 그들의 울타리 안으로 불러주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촬영 기간이 길지 않아 조바심도 났지만 ‘진심은 통한다’는 말을 부여잡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으며 희로애락을 함께한 기록이 며칠 후면 방송된다. 모든 것이 불확실했지만, 아이들의 모습에 제작진이 관여하여 의미 부여하려는 행위만은 배제하자는 원칙만은 확실했고, 그래서 기획 단계부터 우리에게 내레이션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편집 과정이 어느 때보다 .. 2020.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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