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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farewell 2020

by Kang.P 2020.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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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2020 원더키디'를 생각하며 맞이한 2020년이 어느덧 마지막 날을 맞이했다. 이 글을 쓰고 나면 '2021년'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 것이고, 그곳에 새로운 이야기들이 채워질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글을 쓰는 게 매우 형식적인 행위로 느껴졌지만, 그렇더라도 2020년 한 해의 삶을 정리할 필요는 있겠다는 싶어 자판을 두드린다. 

 

이 글을 쓰기에 앞서 2019년 12월 31일에 쓴 글을 찾아봤다. 일 년 전 오늘, 나는 매우 고급진 양장본의 일기장을 샀었다. 그리고 한 해를 기록하겠다며 야무진 포부를 남겼는데, 지금 꺼내 보니 그곳에는 딱 두 편의 일기만이 두꺼운 일기장을 채우고 있었다. 당연히 일기장을 산 그날의 기록과 '어이쿠, 일기 쓰는 걸 까먹고 있었네?' 하며 2월 9일에 쓴 글이 전부다. 이런 식으로 쓴다면 고급진 양장본 일기장을 다 채우지 못한 채 영면에 들 것 같다. 

 

2020년은 코로나로 시작했고 지금도 진행 중이며 연말이 되면서 확산세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네 일상은 바뀌었고 사람을 만나는 행위가 부담스러운 시대가 되었다. 이 시국에 다들 힘들겠지만, 가장 불쌍한 건 아이들이다. 마스크가 일상화되었고, 어린이집에 가는 것도 친구들과 노는 것도 할 수 없는 고문 아닌 고문 속에 살고 있다.

 

코로나19의 창궐은 개인적으로도 큰 전환점이 되었는데, 올해는 다큐를 제작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작년 말에 아이템을 정했고 윗선의 컨펌도 받은 상황이었다. '접촉 사고'라는 제목의 이 다큐는 '사람은 물리적 사회적 접촉을 해야 하는 존재이고, 접촉 행위는 인간의 정서뿐 아니라, 질병과 업무 효율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는 접촉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짐작했겠지만 시대를 잘못 만난 이 아이템은 여러 제작비 지원 기관에 응모했지만, 예상대로 모두 떨어졌다.  

 

급하게 다른 아이템을 찾다가 '중도입국 청소년'이라는 생소한 용어를 접하게 되었다. 관련 자료를 수집하던 중 '청주새날학교'라는 곳을 발견했고, 약 7개월의 촬영, 편집 기간을 거쳐 '새날의 아이들'이라는 이름으로 전파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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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날학교를 만난 것은 나에겐 잊을 수 없는 사건이다.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도입국 아이들은 아름다우면서도 슬펐고, 이들은 나에게 '국가와 국적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졌다. 돈도 되지 않는 일을 십수 년 넘게, 오로지 사명감 하나로 기도하며 이끌고 있는 목사님의 모습은 나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방송은 끝이 났지만, 새날학교 아이들과 관계자 분들을 지켜보며 응원하고 기도할 것이다. 

 

한창 촬영 중이던 2020년 7월. 회사가 6개월 간 한시적으로 휴업 제도를 도입했다. 한 달에 특정 일수 동안 휴업을 하고, 그만큼 급여를 삭감하는 것으로, 비상 경영의 일환이었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막상 급여가 줄어드니 생활이 힘들었다. 소비를 줄여가며 지출을 낮추려는 노력에도 어떤 달은 마이너스가 되기도 했다. 휴업 제도는 휴업 일수와 삭감 금액의 변화는 있지만, 내년에도 계속된다.

 

자고 일어나면 나는 마흔네 살이 되고, 두 딸들은 각각 일곱 살과 다섯 살이 된다. 

 

이렇게 또,

 

아이는 자라고 어른은 늙고 상처는 아문다... <소설 '고슴도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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