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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휴업과 육아

by Kang.P 2020.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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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육아를 힘들게 하는 게 세 가지 있었으니, 그것은 코로나19와 미세 먼지, 한파다. 3대 천황이라 하겠다. 특히 코로나 재확산과 나쁜 미세 먼지 때문에 밖에도 못 나가고, 넘치는 에너지를 억누르고 있는 아이들을 볼 때면 미안하고 안타깝다. 

 

12월에는 무려 6일의 휴업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집에서 네 식구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면서 가족 간의 정이 돈독해지고, 창문 너머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모습을 상상했다면, 그건 TV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현실은 지옥이다.

 

치우고 돌아서면 '왜 날 정리하지 않느냐'며 따지듯 널브러져 있는 장난감들과 다시 마주하게 되는 마술 같은 일들은 대수로울 것 없는 일상이 되었고, (지금처럼) 내 방(이라 쓰고, 인형 창고라 읽는 공간)에서 컴퓨터라도 할라 치면, 놀이기구 올라타듯 달려들어 한 명은 무릎 위에, 또 한 명은 목과 어깨 사이로 올라와서는 그들만의 상황극을 펼친다(다행히 지금은 물놀이 중이시다).

 

내 방이라 쓰고 인형 창고라 불리는 공간

 

온화한 성품을 지니지 못한 나는, 쉬이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하여 목청을 높이기 일쑤고, 순간 아이들은 온순해진 듯하지만 약효는 오래가지 못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애들이 다 그런 건데...' 하며 조금 전 행동을 반성하게 되는데, 이런 일련의 과정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다 보면 해가 서산에 기운다. 

 

코로나 때문에 어린이집에 못 간지 오래고, 그동안 아내 혼자 애들을 보며 얼마나 힘들었을까 역지사지하게 된다. 그리곤 육아와 집안일에 좀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지만, 회사 업무를 집으로 가지고 올 때면 몸뚱아리만 집에 있을 뿐 머릿속은 온통 일에 대한 고민으로 바쁘다. 

 

어제는 올겨울 첫눈이 왔고, 코로나 확진자가 천 명을 넘었다. 이 사태는 언제쯤 진정이 될까. 마스크 없이 인파를 누비며 웃고 떠들 수 있는 날이 오기는 할까. 

 

며칠 전에는 오랜만에 아이들과 집밖을 나섰다.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놀이터에 간 것인데, 아이들은 말 그대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좋아했다. 그 모습이 기쁘면서도 슬펐다.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날 수 없으니 부모와 함께 놀고, 한글 공부도 하며 조금씩 사회생활을 익혀가야 한다. 하지만 엄마도 아빠도 지치다 보니 TV 앞에 방치하는 시간이 많아져서 미안하면서도, 우리도 (나이만 먹었지) 현명하지 못한 인간들이고, '부모가 처음'이라 어설픈 건 어쩔 수 없다며 합리화한다. 

 

국어사전에서 '삶'이란 단어를 찾아보니 크게 3가지 뜻이 나온다. 그중 하나는 '태어나서 죽기에 이르는 동안 하나의 개체가 행하거나 겪는 의미 있는 일들의 전체'를 이르는 말이라 정의한다. 하지만 꼭 의미있는 일들만이 삶을 형성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후회하고 반성하는 과정도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리라. 

 

아이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가르치(려 들)면서 과연 나는, 그들에게 하는 말처럼 살고 있는지 되묻게 된다. 다시금 '아이를 키우면서 어른이 된다'는 옛 어른들의 말을 곱씹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처럼 반성하며 성찰하는 글을 쓴다는 핑계로 또 애들을 방치하고 있으니 이거 참, 육아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내는 이런 건 애들 잘 때 하라고 핀잔을 주는데, 안타깝게도 애들 잘 때는 나도 졸리다(역시 나이만 먹었지 현명하지 못한 인간이다, 난).

 

자, 이제 글로 쓴 반성을 행동으로 실천하러 가야겠다. 얘들아~ 뭐하고 놀까~~~ (아, 설거지부터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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