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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휴업과 긴축 재정

by Kang.P 2020.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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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업이라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지난달과 이번 달 카드 요금이 많이 늘었다. 그렇다. 힘들다는 이야기다. 나름 매달 수입과 지출을 고려하며 현명하게 소비 생활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난달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첫 번째 이유로 들 수 있는 건 제주도 여행. 15년 근속 휴가와 이에 따라 지급되는 휴가비를 활용하여 다녀오면 문제없겠다 생각했는데, 10월에서 11월로 넘어오는 카드값을 감안하지 못한 게 불찰이었다. 운 좋게 특가 상품을 잡아서 네 식구가 십만 원 조금 넘는 돈으로 왕복 비행기를 해결해 쾌재를 불렀지만 몸통에 비하면 항공비는 잔가지에 불과했다.

 

또 하나는 (당사자들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경조사다. 평시 상황에서는 경조사비로 나가는 돈이 큰 부담 없었는데, 긴축 재정에 돌입하고 나니 월급이 통장으로 들어온 후, 빠져나갈 것들이 썰물처럼 빠지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얼마라도 남아 있는 달이면 감사한 마음으로 치킨을 시킨다). 즉 생활비는 거의 카드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카드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전달 11일부터 이번 달 10일까지의 사용 금액이 25일에 청구되는 경우가 많아서 이번처럼 카드 사용량이 많은 달은 어떻게든 소비를 10일 이후로 미루려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소비의 필요성이 사라지기도 하고, 간혹 '10일 이후에 사야지' 하고는 잊어버리는 일도 있어서 다소 효과적이다.

 

그래도 뭐 쪼들리기는 하지만, 남의 돈을 빌리거나 현금 서비스를 받아야 할 정도는 아니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이 시기를 계기로 방대했던 (?) 소비 규모를 줄이는, 소비 체질 개선의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싶어 긍정적으로 생각하련다.

 

이런 긴축 재정 속에서 가장 미안한 건 아이들이다. 되도록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려고 하는데, 아이들이 요구하는 것들은 대부분 (어른이 봤을 때) 불필요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안돼'가 되어버렸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밖을 못 나가고 집에만 있는 게 일상화되어 답답한데, 먹고 싶은 것(불량식품), 갖고 싶은 것(TV에서 나오는 자잘한 장난감들)도 못하게 하니 입장 바꿔 생각해 봐도 짜증날만 하다. 

 

아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늘 저녁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시켜줘야겠다. 매일 아이들 밥 챙기느라 고생하는 아내의 수고도 잠시나마 덜어주고, 나는 그 핑계로 소맥 한 잔 해야겠다.

 

오늘도 기-승-전-술이다.

 

큰 딸아이가 찍어 준 가족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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