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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임창정과 짜장면

by Kang.P 2020.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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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고층 쇼핑몰이었다. 우리 가족은 11층에 있는 넓은 라운지의 소파에 앉아 쉬고 있다. 그때 근처에 서서 이야기 나누는 한 남성이 눈에 들어왔는데, 다름 아닌 임창정이었다. 나는 반가운 나머지 '창정이 형!' 하고 소리쳤고, 소리를 따라 고개 돌린 창정 형은 "어? 네가 여기 웬일이야!" 하며 반갑게 다가왔다. 

 

둘은 그간의 근황을 나눴고 나는 창정이 형에게 우리 가족을 소개했다. 그러자 "아이고~ 우리 이쁜 조카들, 많이 컸네. 가만 있어봐라, 삼촌이 용돈 줘야겠다."며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는데, 그건 마치 우리 큰 딸아이가 만들었을 법한, 색연필로 그림이 그려진 작은 봉투 두 개였다. 

 

"아니 형, 우리 애들 만날 줄 알고 미리 준비한 거야?" 라고 농을 치자, 형은 당황한 듯 얼굴을 붉히며 "야, 시끄러워. 조용히 해" 하며 손사래를 쳤다. 갑작스러운 만남이 너무 반가웠고, 우린 이런저런 이야기를 좀더 나눈 후 1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잠시 후 도착한 엘리베이터는 만석이었다. 일행이 없는 창정이 형만 타고 우린 다른 걸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안 돼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는데, 역시나 그 큰 공간을 많은 사람들이 채우고 있었다.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며 들어서다 보니 나 홀로 안쪽 깊은 곳에 섰고 아내와 아이들은 입구 쪽에 자리 잡았다. 

 

옴짝달싹 못 하고 내려가고 있는데 6층에서 문이 열리자, 갑자기 아내가 아이들과 함께 내리는 게 아닌가. 인파를 헤치며 어렵게 엘리베이터를 빠져나온 후 '나만 두고 말도 없이 내리면 어떡하냐'며 아내에게 따져 물었다. 급 불쌍한 표정을 한 아내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짜... 짜장면이 너무 먹고 싶었어..."

 

그렇다. 이 건물 6층에는 매우 유명한 중국집이 있었다. 아무리 짜장면이 먹고 싶었어도 그렇지, 뒤도 안 돌아보고 내려버린 아내에게 화가 난 나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홀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1층에 도착 후 분을 삭이기 위해 담배를 사러 갔다.

 

 

이 무슨 황당한 이야기인가 싶을 텐데, 맞다. 어젯밤 꿈 얘기다. 

 

담배를 사기 위해 길을 건넌 후 뒤 돌아보니, 방금 나온 빌딩 위치에 1층짜리 교회 건물이 자리하고 있는 게 아닌가. 알고 보니 내가 있던 곳은 교회 지하에 크게 만들어진 쇼핑센터였던 것이다.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서 입에 한 대 물고 나니 그제야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왔는데, 온 천지가 공사판이었다. 그 공사 현장 건너편으로 이유 없이 끌리는 건물이 있었다. 그냥 있을 수 없었던 나머지 번잡한 공사 현장을 가로질러 그 건물로 향해 가는데, 꿈에서 깼다. 

 

이게 무슨 꿈인가 싶은데, 생각해 보면 꿈속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모두 등장했다. 우선 사랑하는 가족이 나왔고, 너무 좋은 나머지 그의 영화는 다 찾아봤던, 배우 임창정 형님도 출연하지 않았던가(그의 B급 감성 지지리 궁상 연기는 리얼리즘 그 자체다). 이뿐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음식인 짜장면도 나왔으니, 이건 분명 길몽이(었으면 좋겠)다.

 

모름지기 이런 꿈을 꾼 날은 복권을 사야 하는데, 누차 이야기했듯이 휴업으로 긴축 재정 중이라 가지고 있는 현금이 없다(갑자기 깊은 슬픔이 밀려온다). 다행히 주 후반에 돈 들어올 일이 있으니 이번 주말에는 꼭 로또를 사야겠다.

 

끝. 

 

사진 출처 : 오마이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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