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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248

2박 3일 노동절 연휴 2023년 2박 3일의 노동절 연휴 동안 손님이 충주를 찾았고 덕분에 이사한 지 4년 만에 처음으로 아파트의 게스트하우스를 경험할 수 있었다. 집 앞 하남돼지집에서 첫날 저녁을 먹고 처음으로 형네 가족과 함께 노래방에 가서 흥에 취한 아이들의 모습을 함께했다. 잠만 자는 게 너무 아까워서 게스트하우스에서 2차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둘째 날에는 무술공원 근처 감자꽃막국수에서 조개칼국수로 해장을 했는데 형네 가족도 입맛에 맞는 듯했다. 라바랜드와 숲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는 형이 가져온 연태고량주 프리미엄을 필두로 연태로만 내리 달렸다. 쌓여간 술병만큼 우리의 이야기도 깊어갔다. 이틀간 함께 해서 즐거웠고 이틀이 넘도록 숙취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아쉽지 않은 좋았던 시간들... 2023. 5. 3.
섬집 아기 다른 집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집 아이들은 유독 엄마와 끈끈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 관계가 얼마나 견고한지 아빠는 언감생심 끼어들 틈이 없다. 나름 한다곤 했지만 그럼에도 어린 시절 아빠와 교감이 (엄마에 비해) 많지 않았던 탓일 거다. 애들은 어려서부터 엄마 껌딱지였고 지금도 그렇다. 아내가 친구라도 만날라 치면 아이들이 잠든 틈을 타 신경을 곤두세우고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했다. 둘 중 하나라도 깨는 사단이 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안 해 버릇해서 그런 거라고, 자꾸 해 봐야 아이들도 엄마와 분리 정서를 만들어 간다고들 이야기하는데 아내는 마음이 여려서 아이를 두고 매몰차게 나가지 못한다. 물론 남편에 대한 불신이 결정적 이유일 것이다. 이를 극복하고자 엄마들은 빼고 아빠 셋.. 2023. 4. 29.
라면 예찬 지난 토요일 아침에는 오랜만에 아이들에게 라면을 끓여줬다. 여느 아이들이 그렇듯 우리 애들도 평소에 라면 노래를 불렀고 여느 부모가 그렇듯 우리 역시 라면에는 야박했다. 그렇지만 주말만큼은 치팅데이!! 찬장에서 라면 2개를 꺼냈다. 진라면과 튀김우동라면 같은 라면을 끓여주면 좋을 텐데 두 녀석의 식성이 너무 다르다. 한 아이는 언니랍시고 (순한 맛이긴 하지만) 진라면을 먹고 다른 한 아이는 아직 라면을 매워해서 튀김 우동을 먹는다. 어쩔 수 없이 두 개의 냄비에 두 개의 라면을 따로 끓여야 한다. 이 둘은 식성뿐만 아니라 먹성도 다르다. 게걸스럽게 먹어대는 큰 딸과 면가닥을 세고 앉아있는 둘째를 보고 있노라면 어쩜 이리 다를 수가 있나 싶다. 아이들이 먹는 걸 확인하고는 남은 두 종류의 라면을 한 곳으로.. 2023. 4. 21.
퇴사와 이직 ※ 금연 D+245 ※ 지천명 D-1,360 언제나 그렇듯 오늘 아침도 셔틀에 몸을 싣고 청주로 출근하는 중이었다. 이틀 전인 월요일에는 과학 콘서트 녹화를 마치고 몇몇 사람들과 간단하게 한 잔 한다는 것이 (예상대로) 간단하게 끝나지 않았고 결국 막차를 놓쳐 모텔에서 자야 했다. 그날의 피로는 오늘까지도 이어졌다. 이제 숙취는 기본적으로 이틀 이상 가는 게 당연한 나이가 되어버렸다. 조금이라도 피로에서 벗어나고자 셔틀 차량의 반동에 맞춰 고개를 흔들며 쪽잠을 자고 있는데 단톡방의 알림이 울렸다. 단톡방에 있는 형의 회사에 신입 사원이 입사 예정인데 우리 회사에서 2~3년 일한 친구라고 한다. 그러면서 아는 사람이냐고 묻고 있었다. 글쎄... 작년 말에 11명의 명퇴가 있었지만 그중에 2~3년 연차의 직.. 2023. 4. 12.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잠실의 추억 2001년 말인지 2002년 초인지는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잠실의 날씨는 화창했고 정장 차림의 서울 시티즌들은 뭐가 그리 바쁜지 잰걸음으로 정신없이 내 앞을 오가는데, 그 모습이 역동적이면서도 애처로웠다. 2001년 6월에 제대한 나는 군인과 민간인 사이 그 어디 즈음에 있으면서 재사회화의 과정을 겪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누군가와 어깨라도 부딪힐라치면 '죄송합니다' 보다 '병장! 강창묵!', 관등 성명이 먼저 튀어나왔고, 말을 못 들었을 땐 '예? 뭐라고요?'라고 되묻지 못하고 '잘 못 들었습니다!'를 외쳤다. 그렇게 실수하고 고쳐 가며 복학 전까지 고향인 제천의 한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4, 5개월 간의 알바를 끝내고 쉬면서 복학을 준비할 때쯤 고등학교 동창에게서 전화가 왔다. 녀석은 제대 후.. 2023. 4. 7.
김광석 노래를 잘 부르게 된(?) 후배 ※ 금연 D+236 ※ 지천명 D-1,369 "만나야 할 사람은, 언젠가 꼭 만난다고 들었어요." 좋아하는 영화 , 아니 아니 에서 전도연의 대사다. 이 말이 사실인 건지 얼마 전, 수년째 연락 두절됐던 후배 녀석에게서 전화가 왔고, 지난주 금요일에는 둘이 얼굴 맞대고 앉았다. 시간이 녀석만 비껴갔나보다. 세월이 무색할 만큼 하나도 변한 게 없었다. 못 본 사이 녀석은 직장에서 관리자 위치에 올라 있었으며 노동조합 활동도 열심히 하는, (전과 비교 불가할 정도로) 매우 안정적이고 올바른 삶을 살고 있었다. 오후 5시. 술 먹기엔 다소 이른 시간이었지만 막차로나 갈 법한 맥줏집에 들어가 소주를 시켰다. 아, 금요일 오후 5시부터 술을 마실 수 있었던 이유는 휴가를 냈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수, 목 이틀 .. 2023. 4. 3.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 ※ 금연 D+222 ※ 지천명 D-1,383 계절을 불문하고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은 다른 요일의 배 이상으로 출근하기가 힘들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청주로 가는 셔틀 차량에 오르자마자 기절하듯 잠들었고, 차량의 흔들림에 목 부러진 인형처럼 연신 헤드뱅잉 하면서 왔더니 도착해서는 목이 뻐근했다. 오늘따라 월요일의 피곤함이 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지난 토요일에 서울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상경해서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 술잔을 기울였으니 그날의 분위기는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강변역에서 친구를 만나 을지로로 이동했는데 매번 밤에 올라오다가 낮의 서울과 만나니 뭔가 설렜다.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정말 오랜만에 영풍문고에 들렀다. 세상에는 많은 책들이 있고 그 책을 지은 많.. 2023. 3. 20.
금연과 금주 중 무엇이 더 힘든가... ※ 금연 D+216 ※ 지천명 D-1,389 술을 끊는 것과 담배를 끊는 것 중 어떤 게 더 힘들까. 현재 나는 근 7개월째 금연 중이고, 회사 후배는 40일 가까이 금주 중이다. 사실 중간에 2번 담배를 입에 문 적이 있지만 참아온 날들이 아까워서 그냥 7개월째 금연 중이라고 말하고 다닌다(그 뒤론 안 피우고 있으니 괜찮다. 내 맘이다). 수술과 치료 때문에 시작하게 된 금연과 금주인데 둘 다 생각보다 오래 잘 참고 있는 듯하다. 사실 금연을 시작할 때 금주에 대한 고민도 살짝 있었지만 사회생활을 접지 않는 한 술은 끊을 수 없다고 일찌감치 결론 내린 상태라 후배의 금주는 더욱 대단해 보였다. 그렇다면 평소 술을 잘 즐기지 않는 친구냐? 그렇지 않다. 그는 술과 사람, 그리고 이 둘이 공존하는 술자리를.. 2023. 3. 14.
전우와 함께한 청풍 작은동산 행군? 시작은 술이었다. 그날은 오랜만에 청주에서 회식이 있었고 기분 좋게 취한 나머지 충주행 마지막 기차를 기다리다가 군대 동기에게 카톡을 보냈다.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녀석은 요즘 등산을 시작했다고 했다. 나도 산을 좋아하는데 요즘 영 못 가고 있다고 투정을 부리며 대화를 이어가다가 2월 25일 작은동산 산행 약속을 하게 된 것이다. 하긴 뭐, 일이라는 게 오래 계획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던가. 이처럼 갑작스럽게 잡은 번개가 오히려 실현 가능성이 큰 법이다. 산행 당일 아침 9시 30분. 10시까지 충주에 도착해서 나를 픽업하기로 한 전우에게 전화를 걸어 어디쯤인지 물었다. 마치 복도를 걷는 듯한 울림과 함께 녀석은 말했다. "이, 이제 출발하려고 나왔어." 순간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말과 함께 .. 2023. 3. 3.
목포 출장과 '아빠 어디가?' 현실판 ※ 금연 D+194 ※ 지천명 D-1,411 돌이켜 보면 지난주에는 동선이 긴 움직임이 많았다. 우선 1박 2일의 목포 출장이 있었다. 충주에서 목포로 가기 위해서는 기차밖에 없었는데 (버스는 하루에 몇 대 운행을 안 한다) 그 시간도 꽤 오래 걸렸다.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목포라는 동네를 가 본다고 생각했는데 기억을 곱씹어 보니 딱 한 번 간 적이 있었다. 때는 바야흐로 1998년. 당시 16일 간 자전거 전국일주를 할 때 목포대에서 하룻밤을 묵고 목포항에서 배를 타고 제주도로 들어갔었다. 목포를 검색하다가 중깐이라는 특이한 음식을 발견했다. 중깐으로 유명한 노포 식당이 목포역 근처에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태동식당이라는 오래된 식당이었는데 언제 또 올 지 모를 목포이기에 반드시 들려야겠다 다짐했.. 2023. 2. 20.
나만 빼놓고 서울 여행... ※ 금연 D+179 ※ 지천명 D-1,426 나는 지금 호암동에 위치한 충청북도중원교육문화원의 도서관 창가 자리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지난번 글에서도 언급했던 기획안 작성 때문에 나온 것인데, 미세먼지는 좋지 않지만 따뜻한 햇살이 내리비치는 창밖 풍경에 마음을 뺏긴 나머지 당최 일이 진행이 되질 않아 블로그를 열었다(고 핑계를 댄다. 항상 이런 식이다). 사실 오늘 아내와 아이들이 2박 3일 일정으로 서울 여행을 떠났다. 서울 여행이라는 말이 좀 웃기긴 한데 실제로 서울로 여행을 간 것이니 틀린 말도 아니고 딱히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도 않는다. 12시 20분 버스를 타고 올라가는 가족들을 터미널에 내려주고 도서관으로 온 것이다. 아이들은 서울 올라가는 내내 한숨도 안 자고 끊임없이 떠들었다고 한다.. 2023. 2. 5.
4,000개의 메일 정리 ※ 금연 D+177 ※ 지천명 D-1,428 발단은 구글드라이브의 용량 부족이었다. 개인적으로 1년 단위로 결제하며 구글드라이브 100기가를 유료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달인가 프로그램 출품을 해야 했는데 구글드라이브에 올려서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45분짜리 열두 편을 올리고 나니 드라이브 사용량이 92%로 늘었고 추가 결제를 하여 용량을 늘리라는 협박, 아니 경고 메시지가 떴다. 당장 지울 수 없는 상황이라 최대한 드라이브 사용량이 늘지 않게 쓰고 있었는데 오늘 보니 Gmail이 용량을 꽤 많이 차지하고 있었다. 구글드라이브 용량 확보를 위해 예정에 없던 메일을 정리하게 되었고 4,000개가 넘는 메일을 2시간 넘게 정리해서 800 대로 줄였다. 일괄적으로 지운 게 아니라 메일 제목을 보며 살려.. 2023. 2. 3.
아로이아로이 소고기 쌀국수 금연 D+5개월 12일 지천명 D-1,439 설날 연휴를 하루 앞둔 금요일에는 휴가를 냈다. 명절 준비할 것도 있고 웬만한 일들은 해 놓은 상태라 왕복 3시간을 허비하며 청주로 향하고 싶지 않았다. 휴가를 내고는 기분 좋게 장을 보고 오랜만에 아내와 점심 외식을 할 계획이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전날 아내는 명절을 앞두고 친구들을 만났다. 결혼과 육아, 직장생활 등의 이유로 각자 생활에 바쁘던 친구들이 오랜만에 시간을 맞춘 것이니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아이들도 엄마를 찾지 않고 아빠와 함께 잠들었으니 금상첨화, 이는 분명 하늘이 주신 기회였던 것이다. 다음날 아침, 아내는 멀쩡한 듯했지만 아이들이 등교와 등원을 마치자 바로 방전되어 버렸다. 엄마의 정신력이란 이런 거다. 장 보는 건 둘째치고 아내의 .. 2023. 1. 23.
아내와의 외식 (feat. 79대포 @ 충주 호암동) ※ 금연 D+5개월 5일 ※ 지천명 D-1,446 언제나 그렇듯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이면 예약이라도 해놓은 것처럼 피곤하다. 전날 과음을 하든 꿀 같은 휴식 시간을 갖든 피곤함에는 차이가 없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회사라는 공간을 떠나지 않는 한 월요병은 벗어날 수 없는 멍에 같은 거다. 출근해서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만지다가 사진첩에 들어왔는데 음식 사진들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순간 지난 토요일 밤의 일들이 떠올랐다. (딸의 성화에 못 이기신) 장모님이 아이들을 봐주신 덕분에 오랜만에 아내와 둘이 오붓하게 한잔하러 나갈 수 있었다. 가끔 네 식구가 함께 고깃집에 간 적은 있지만 술집을 같이 가는 건 영 불편해서 못 가고 있었는데, 장모님이 그 길을 열어주신 거다(항상 감사합니다, .. 2023. 1. 16.
후배 결혼식에서의 단상 ※ 금연 D+151 ※ 지천명 D-1,454 요즘 미세먼지가 심상치 않다. 어제는 올겨울 최악의 미세먼지라는 소식이 뉴스를 도배했고 그에 따른 비상저감조치도 실행됐다. 이런 최악의 미세먼지에는 집에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지만 어제는 어쩔 수 없이 집밖을 나서야 했다. 후배의 결혼식 때문이었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에, 지금은 퇴직하신 국장님의 딸 결혼식도 있었다. 두 결혼식은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있었으니,,, 그렇다. 이 둘이 결혼하는 것이다(사람의 인연이란 그런 거다). 오랜만에 뵙는 국장님과 사모님은 다소 상기된 듯 보였다. 장녀가 결혼한다는 사실 때문인지, 많은 하객들을 응대하느라 정신이 없어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기분이 좋으신 것만큼은 확실했다. 엄마를 꼭 닮은 신부는 신.. 2023. 1. 8.
섞기의 미학 ※ 금연 D+149 ※ 지천명 D-1,456 2023년의 시작과 함께 매주 수요일 퇴근은 늦어질 예정이다. 생방송 때문에 그런 건데, 이번 주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퇴근이 늦다 보니 셔틀을 탈 수 없어서 기차나 버스로 충주로 넘어가야 한다. 두 대중교통은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 터미널이 걸어서 10분 거리라 버스 타기는 좋은데 버스비가 만 원이 넘고 충주까지 근 2시간이 걸린다(서울 가는 시간보다 길다). 반면 기차는 오천 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과 1시간이면 충분히 충주에 도착할 수 있어서 선호하는 편인데, 문제는 역이 너무 외진 곳이 있다는 것이다. 택시 타고 역까지 이동하는 비용까지 더하면 결국 버스보다 비싼 꼴이 된다. 그래서 지난 수요일에도 고민하며 버스와 기차.. 2023. 1. 6.
2023년의 첫 기록 ※ 금연 D+145 ※ 지천명 D-1,460 2023년 새해가 밝고 하루가 지났다. 올해는 계묘년, 토끼의 해라고 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띠는 음력으로 따지는 것이기에 아직 계묘년이라 할 수는 없다(띠의 기준이 입춘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확실한 건 양력 1월 1일은 아니라는 거다). 하지만 뭐 큰 상관은 없다. 우리는 얼마 안 가 '올해가 무슨 띠인지' 금방 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새해를 경건한 마음으로 맞이하고 싶었으나 갑작스럽게 친구 가족과 모임이 잡히는 바람에 (길이 막힌 나머지 1시간 50분이면 갈 거리를) 4시간 넘게 달려 경기도 시흥으로 갔고, 그곳에서 아이는 아이들대로 신나고 어른은 또 어른대로 뜻깊은 1박 2일을 보내고 왔다. 오랜만에 친구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좋은 자리였지만 그날 .. 2023. 1. 2.
명예퇴직과 마지막 회 ※ 금연 D+127 ※ 지천명 D-1,478 일정 기간 근무한 근로자가 정년을 하기 전에 징계에 의하지 않고 스스로 신청하여 퇴직하는 일 Daum 사전은 명예퇴직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징계에 의하지 않고 스스로 신청'하는 게 명예퇴직이라지만 암묵적 압박과 묵시적 지목이 없다고 할 수 없는 것(이중 부정은 강한 긍정) 또한 이름만 명예로운 명예퇴직이다. 회사는 지난 11월 한 달간 10년 차 이상을 대상으로 명퇴 신청을 받았고 오늘 12월 15일 자로 11명에 대한 명예퇴직 인사를 냈다. 남은 근무 년수와 그에 따른 급여를 명퇴금과 저울질한 사람도 있을 테고, 입사 신분의 한계(계약직 등)에 염증을 느끼며 고민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고민의 결과이고 선택인 거다. 명퇴를 신청한 11명 중.. 2022. 12. 15.
이석증 ※ 금연 D+118 ※ 지천명 D-1,487 큰 딸이 이석증 판정을 받은 지 3주에 접어든다. 지난 11월 19일 아침에 본 딸아이의 모습과 행동은 지금 생각해도 식은땀이 나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전날, 친구를 집에 초대해 놀 때도 가끔씩 어지럽다곤 했는데 살살 놀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다음날 아침 화장실에 가다가 벽에 머리를 부딪힐 정도로 비틀대고, 노란 위액이 나올 때까지 토악질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다. 네이버 검색창에 '소아, 어지럼증, 구토'를 키워드로 검색하니 뇌 검사를 해보라는 조언부터 온갖 병명들이 나열되었다. 일단 이비인후과에 진료 예약을 하고 힘들어하는 아이를 달랬다. 아이가 아플 때면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부모의 무능함을 느낀다. 검사를 마친 의사 선.. 2022. 12. 6.
턱걸이와 한의원 ※ 금연 D+106 ※ 지천명 D-1,499 회사 근처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왔다. 지금도 부항을 뜬 왼쪽 어깨가 욱신거린다.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한의원 진료를 받는 것이라 모든 것이 낯설었다. 특히 '어디가 아파서 왔냐'는 질문 하나 없이 다짜고짜 맥부터 짚고는 나의 몸상태에 대해 설명하는 한의사 선생님의 (돌발?) 행동에 적잖이 놀랐고, 그 내용에 틀림이 없음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용한 점집에 앉아 있는 줄 알았다. 이곳에 온 연유는 이렇다. 대부분 금연자가 그렇듯 담배를 끊고 나니 몸무게가 3~4Kg 정도 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잡다한 군것질을 하지는 않았지만 밥 먹는 양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금연으로 인한 헛헛함을 탄수화물로 보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체중도 줄이고 근육도 키울 요량으.. 2022. 11. 24.
교대역 회동 ※ 지천명 D-1,506 ※ 금연 D+99 일 년에 많으면 두어 번, 적어도 한 번은 만나는 모임이 있다. 복학하면서 알게 된 편입한 형과 00학번 후배 두 명과 나를 포함해 4명이 멤버인데, 각자의 일상도 사는 곳도 다르다 보니 드문드문 카톡만 주고받다가 3년 전부터 오프모임을 갖기 시작했다. 이들에 대해 좀더 설명하면, 복학 후 학창생활의 한축을 담당했던 사람들로서 시험 기간에 우연히 댓거리방에서 같이 공부하던 중 출출함을 틈타 뽀그리를 끓여주며(전역한 지 얼마 안 된 상태라 뽀그리는 자신 있었다.) 친해진 걸로 기억한다. 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이들과 만났다. 교대역 근처에 있는 ‘칭진’이라는 중국집에서다. 룸이 있어 좋았고 음식도 맛있어서 좋았지만 무엇보다 예약 손님에겐 깐풍기가 서비스로 나와서 .. 2022. 11. 17.
둘째의 서러움 ※ 지천명 D-1,518 ※ 금연 D+87 큰 딸이 폐렴에 걸리면서 5일이 넘게 고열에 시달리고 있다. 신기한 건 몸에 열이 나면 축 늘어지거나 짜증을 내는 등 아픈 티가 나야 하는데, 어떻게 된 게 평소보다 더 에너지가 넘치며 잘 논다. 불행 중 다행이다. 폐렴이지만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잘 노는 모습에 가장 신난 건 둘째다. 언니가 아프다고 들었는데 그럼에도 자신과 잘 놀아주니, 이렇게 고맙고 신날 때가 또 있겠는가(물론 큰 딸이 동생을 위해 안 아픈 척할 정도로 배려심이 깊거나 이타적이진 않다. 그냥 놀 만한 거다). 이렇게 둘이 신나게 노는 것에도 주기가 있다. 어느 정도 놀다 보면 티격태격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둘 중 하나가 '엄마'를 찾는다. 그리곤 누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설명이 이어진다. 이.. 2022. 11. 5.
마흔다섯 살에 맞이하는 마흔네 번째 생일 오늘은 한국 나이로 마흔다섯 살이 되는 마흔네 번째 생일이다. 어릴 때는 UN창립일, 유피의 노래 제목 등으로 생일을 어필하곤 했는데, 나이를 먹어서인지 이젠 도리어 사람들이 호들갑 떨며 축하해 주는 게 부담스럽다. 아내는 출근하는 남편을 위해 언제나 그랬듯 정성스레 아침밥을 차려줬다. 다만 미역국이 없었다. 주말에 처 외할머님 구순 생신 자리에서 미역국을 많이 먹어서 좀 질렸는데, 눈치 빠른 아내가 내 속내를 알아차리고 일부러 뺐나 보다(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무릇 생일이면 오늘만큼은 세상의 주인공이라도 된 양 행복할 줄 알았는데 언제부턴가 묵직하게 맞이하기 시작했다. 뭐랄까, 생각이 좀 많아지는 날이라고나 할까. 급기야 오늘 출근길에는 '존재의 이유'에 대한 고민에까지 이르렀다. 이번 생일에는 .. 2022. 10. 24.
관계의 힘 요즘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얼핏 보면 매우 단순한 일상으로 보일 텐데, 그도 그럴 것이 동선이라고는 ‘회사 출근-편집실-퇴근’이 전부이기 때문이다(좀더 구체적으로 하자면 회사 7층 식당을 추가해야 하지만 말이다). 매일 충주와 청주를 셔틀로 이동하는 이유도 있겠으나 좀처럼 퇴근 후의 술자리가 생기지도, 만들지도 않고 있다. 하루의 대부분을 홀로 꽉 막힌 편집실에서 편집기와 씨름하며 지내다 보니, 가끔은...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돌아보면, 나에겐 살면서 3번에 걸친 변화의 시기가 있었는데 고등학교 때까지를 1기라고 한다면 대학 입학부터 결혼 전까지가 2기, 결혼 후 지금까지를 3기라 할 수 있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지극히 소심한 아이였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소심함이 아니라, 잘 지내다가.. 2022.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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