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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교대역 회동

by Kang.P 2022.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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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천명 D-1,506
※ 금연 D+99

일 년에 많으면 두어 번, 적어도 한 번은 만나는 모임이 있다. 복학하면서 알게 된 편입한 형과 00학번 후배 두 명과 나를 포함해 4명이 멤버인데, 각자의 일상도 사는 곳도 다르다 보니 드문드문 카톡만 주고받다가 3년 전부터 오프모임을 갖기 시작했다.

 

이들에 대해 좀더 설명하면, 복학 후 학창생활의 한축을 담당했던 사람들로서 시험 기간에 우연히 댓거리방에서 같이 공부하던 중 출출함을 틈타 뽀그리를 끓여주며(전역한 지 얼마 안 된 상태라 뽀그리는 자신 있었다.) 친해진 걸로 기억한다.

 

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이들과 만났다. 교대역 근처에 있는 ‘칭진’이라는 중국집에서다. 룸이 있어 좋았고 음식도 맛있어서 좋았지만 무엇보다 예약 손님에겐 깐풍기가 서비스로 나와서 감동했다. 참, 지나간 생일 선물까지 챙겨온 후배들에게도 감동…

3년 치 양말을 선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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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결혼하여 가정을 꾸렸고 그 안에서 엄마 아빠의 역할을 수행하며 열심히들 살고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 빈 잔에 술을 채웠다. 학창 시절의 추억들을 꺼내 놓으며 때로는 박장대소했고 중간중간 진심 어린 사과도 오갔다.

보통 이렇게 만나 옛추억을 안주 삼아 웃고 떠들다 헤어지곤 했는데, 이날은 어떤 이유에선지 내 속에 있는 고민 몇 개를 끄집어냈다. 내가 고민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했나 보다.


한 병만 마시고 끝낼 생각으로 연태고량주를 시켰는데, 한 잔 맛 본 후배 녀석이 ‘맛있다'를 외치며 가득 채워진 맥주잔을 밀치더니 주종을 연태고량주로 바꾸고는 짠 할 때마다 따박따박 마셔댔다. 결국 두 병을 해치우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얼핏 보면 그대로인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모두 조금씩 변해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환경이 바뀌면 사람도 변하기 나름이다. 혹자는 '무슨 소리! 미안하지만 나는 변하지 않았다'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오랜 기간을 두고 봐 온 사람들의 눈을 속일 수는 없다. 어쩌면 가장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이들과 함께한 20년 전과 비교해 나는 어떻게 변했을까. 그 변화는 긍정적인 모습일까, 정 반대의 방향일까.

그러고 보니, 오늘은 사랑하는 아내와 크라잉넛 김인수 형님의 생일이고 수능일이기도 하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 날과 수능 결과에 따라 이후의 삶이 달라질 수험생의 오늘이 어쩌면 많이 닮아 있는 듯하다.

애들이 피자가 먹고 싶단다.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피자와 치킨에 소주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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