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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나만 빼놓고 서울 여행...

by Kang.P 2023.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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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연  D+179

※ 지천명 D-1,426

 

나는 지금 호암동에 위치한 충청북도중원교육문화원의 도서관 창가 자리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지난번 글에서도 언급했던 기획안 작성 때문에 나온 것인데, 미세먼지는 좋지 않지만 따뜻한 햇살이 내리비치는 창밖 풍경에 마음을 뺏긴 나머지 당최 일이 진행이 되질 않아 블로그를 열었다(고 핑계를 댄다. 항상 이런 식이다).

 

사실 오늘 아내와 아이들이 2박 3일 일정으로 서울 여행을 떠났다. 서울 여행이라는 말이 좀 웃기긴 한데 실제로 서울로 여행을 간 것이니 틀린 말도 아니고 딱히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도 않는다. 12시 20분 버스를 타고 올라가는 가족들을 터미널에 내려주고 도서관으로 온 것이다. 

 

 

아이들은 서울 올라가는 내내 한숨도 안 자고 끊임없이 떠들었다고 한다. 그 기분이야 모르는 바 아니지만 2박 3일 간 아내가 고생이 많을 것 같다는 직관적인 느낌을 떨쳐낼 수 없었다. 

 

같이 가면 좋았으련만 그러기엔 이 시기가 좀 바쁘다. 연초면 어김없이 진행하는 시장 군수 초대석뿐만 아니라 제작 지원 사업 응모 준비로 인한 압박감이 크다(그래서 도서관에 온 건데, 이러고 있는 거다).

 

터미널에 내려주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평일은 힘들지라도 일요일인 오늘은 올라가서 같이 놀다가 혼자 내려올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왜 이런 생각을 지금에서야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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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려 노력하고 있고 유튜브 등에 남겨진 기록들을 보면 꽤 잘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도 못하다. 함께하는 물리적인 시간의 양보다 중요한 건 함께하는 시간의 질이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공감하고 교감하며 얼마나 진심으로 대화하고 함께 노는지가 핵심이지, 몇 시간 몇 분을 아이들과 같은 공간에서 보냈느냐가 기준이 될 순 없다. 

 

일요일 오후라도 롯데월드에서 신나게 같이 놀고 내려왔어도 아이들에겐 (물론 나에게 역시) 좋은 추억으로 남았을 텐데, 왜 2박 3일 전체 일정의 가부만을 생각했는지, 원...

 

지난 결정을 되돌릴 순 없지만 앞으로 뭘 해야 하는지 정도는 안다. 아이들이 돌아와서 흥분된 목소리로 자신들이 보고 경험한 것들을 쏟아낼 텐데(벌써 흥분한 둘째의 표정이 그려진다), 비록 그것이 별것 아니고 이미 다 알고 있던 것일지라도 진심으로 놀란 표정과 어조, 그리고 제스처로 호응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경험과 그런 경험을 설명하는 행위, 그리고 상대방의 반응에 다시 반응하며, 그렇게 성장해 갈 것이다.


이거야 원, 더 이상 일이 손에 안 잡힌다(도서관에 온 후 일을 손에 잡은 적이 있었나 싶지만).

 

함께 놀러 가지 못한 아쉬움과 이틀간 주어진 자유 사이에서 정리할 수 없는 양가감정에 혼란스럽다.

 

집에 가서 넷플릭스라도 보며 정리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가능하다면 시원한 소주도 함께...

 

이렇게 한 주를 마감하는 일요일이 간다...(오늘 못한 건 내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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