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다반사

자존감

by Kang.P 2021. 5. 31.
728x90

되도록 주말에는 아이들과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지난 주말은 내내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 출품 서류를 보내야 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물론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부랴부랴 일을 처리하는 못된 습관이 한몫한 건데, 그렇지 않은 사람 있다면 손 좀...쿨럭).

작년에 작업한 결과물로 계속 출품을 하고 있는데, 내는 족족 낙방의 고배를 마시고 있어 이젠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를 지경이다. 6개월 동안 이렇다 할 성과도 내지 못하다 보니 자존감도 떨어진 게 사실이다.

마음 고쳐 먹고 이름 뜻처럼 '시나브로 번창하리라' 마인드 컨트롤을 하곤 있지만, 문득문득 자괴감에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아무튼 '이번이 마지막이다'는 심정으로 작업해서 오늘 서류를 보냈다.

당연한 말이지만 조직은 구성원을 평가한다. 그 평가는 '인간성이 좋다',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많다'와 같이 생활기록부에 담임선생님이 적을 법한 감성적인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업무에 의한 성과와 상벌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회사의 평가를 떠나서 사람이 모여 생활을 하는 곳에는 기본적으로 인간적인 덕목이 중요하다. 각기 다른 개인이 모여 생활하다 보니 타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고 업무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능력도 중요하다. 따라서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이 중요한데, 어떤 방식은 일은 잘 처리할 수 있어도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고, 또 다른 방식은 그 반대의 결과를 얻기도 한다.

그래서 양극단의 두 방식 사이에서 적절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서로에게 상처는 최소화하면서 효율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 이것을 잘 찾는 사람이 유능한 사람일 수 있는데 그렇다고 '정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사진 출처 : pixabay

728x90

인간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성품과 업무처리 능력을 모두 갖춘다면 완벽하겠지만, 직장 생활을 해보니 그런 사람은 흔치 않더라. 무언가 하나는 부족하거나, 때로는 둘 다 미달인 사람들도 간혹 접하게 되니 말이다.

회사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부류의 동료일까. 남을 의식하며 살 필요는 없지만, 가끔 그들 눈에 비친 내 모습이 궁금할 때가 있다. 이런 생각이 많아진다는 건 그만큼 자존감이 떨어졌다는 거다. 자존감이 떨어지다 보니 타인에게 투영된 내 모습에 신경이 쓰이고, 그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내가 아닌 내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평소와 달리 조금은 여유로운 월요일을 보내며 글을 끄적이고 있는데, 종당에는 '일의 성과는 딱히 없지만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니오'라고 읍소하는 꼴이 된 것 같아 자존감에 이어 자존심마저 무너져 내리는 참담한 심정이지만, 긴 인생사에서 마흔 중반에 겪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기록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나.

출품하는 족족 낙방의 고배를 마셔서 이젠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를 지경이지만, 그럼에도 밥때가 되니 저녁으로 뭘 먹을지에 대한 고민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월요일 저녁이다.

반응형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선물  (0) 2021.06.12
하루  (0) 2021.06.01
날 닮은 너  (0) 2021.05.24
부고  (0) 2021.05.11
오랜만에 서울 마실  (0) 2021.04.2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