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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부고

by Kang.P 2021.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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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를 전해 들었다. 나이가 사십 대 중반이다 보니 부모님에 대한 부고를 종종 듣곤 하는데, 오늘은 내가 아는 그 사람, 본인의 부고였다. 

 

그리 살갑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간 함께 협업을 하며 관계를 유지한 사이였다. 기억이 정확하다면 약 2년 전부터 함께 일하는 관계는 끝났지만, 가끔씩 문득 어떻게 지내나 궁금했는데 오랜만에 전해 들은 소식이 부고였다. 

 

퇴근을 한 시간 앞두고 전해 들은 비보에 숨이 멎는 듯했다. 이제 겨우 만 마흔아홉. 한국 나이로 한다고 해도 나보다 여섯일곱 살밖에 차이 나지 않는 형 같은 사람이다.

 

사인은 급성 폐렴. 폐렴이라는 것이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무서운 병인 줄 미처 몰랐다. 기분이 이상했다. 이제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가족과 외식을 하며 소주 한잔했다. 그러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았다. 고인의 아내와 남겨진 두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처자식을 둔 입장에서 현실적인 걱정이 앞섰다.

 

이거 참, 인생이라는 게 부질없구나 싶다. 죽으면 그만이다. 아무것도 아니다. 죽은 이 앞에서 사람들은 살아생전의 그의 모습을 추억하며 슬퍼하고 때론 야속해하겠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랴...

 

건강해야 한다. 아무리 위대한 꿈을 가졌어도 세상에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성취를 위한 노력도 살아서 그것을 이뤘을 때나 의미 있는 것이다. 혹 한 사람의 죽음이 그 뜻을 기리는 이들을 결집시키는 동력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남은 이들의 서사다.

다시 한번 다짐한다. 지금 내 앞에서 까불고 있고 두 딸과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서라도 건강하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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