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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2021년 벚꽃놀이

by Kang.P 2021.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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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리 바쁜지 정말 오랜만에 글을 적는다. 사실 끄적이다 만 글들이 임시 저장 폴더에 몇 개 있긴 한데, 벌려놓기만 했지 정리를 할 수 없는 낙서들이다. 

 

2021년을 맞이하며 새해 다짐을 하던 기억이 아직 선명한데 어느새 1/4분기가 지났고 2/4분기를 시작한 지도 5일이나 지난 오늘이다. 올해는 유난히 꽃이 일찍 피었다. 이를 걱정하는 기후 전문가들의 경고도 있었지만, 걱정과 상관없이 만개한 꽃은 이뻤다.

 

지난 주말에 비가 온다기에, 빗방울에 꽃잎들이 떨어져 나가기 전에 구경이나 할 요량으로 금요일 오후에 반차를 냈다. 그리고는 충주의 유명한 벚꽃 명소 중 한 곳인 하방마을을 찾았다. 생각해 보니 벚꽃과 아이들을 함께 담은 영상이 없는 것 같아, 작정하고 카메라와 렌즈도 두 개(17-70mm/80-200mm)나 챙겨서 집을 나섰다.

 

하방마을의 벚꽃은 정말 멋졌다. 봄이면 벚꽃이 장관을 이루고 가을이면 핑크뮬리 명소로 인스타를 도배하고 있으니, 꽃을 활용한 하방마을의 전략은 나름 성공했다. 

 

이처럼 꽃들은 열심히 만개하며 계절을 알리는데, 나는 도통 뭘 하고 사는지 모르겠다. 이걸 의욕의 문제로 봐야 하나? 좌우지간 뭔가에 꽂혀서 집중할 게 없는 것만은 확실하다. 

 

회사 내외부의 어수선한 상황들도 한몫한다. 우리 가족 삶의 기반이 되는 것에 대한 흔들림은 쉽게 무언가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들었다. 좀더 솔직하게 말하면,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게 되어버렸다. 

 

이런 고민은 직업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운 좋게도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졌는데, 십칠 년 차에 접어들면서 '언제까지 이곳에서 월급을 받을 수 있을까?', '하고 싶은 일을 해 봤으니, 이젠 다른 일을 해볼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된다. 

 

물론 한참 고민을 하다가도 내년이면 초등학교 입학하는 큰 딸과 언니보다 두 살 어린 둘째를 보고 있으면,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저으며 현실을 직시하게 되지만 말이다. 

 

주말에 한바탕 비가 지나고 나니 회사 앞 호암지의 벚나무들은 하얀 꽃잎과 연둣빛 이파리가 어우러지며 꽃 그림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렇게 마흔네 번째 봄의 후반부에 서 있다. 마흔다섯 번째 봄을 맞이할 때면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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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과 그녀들을 찍고 있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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