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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설 연휴의 끝을 잡고

by Kang.P 2021.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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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올해는 전에 없던 방식으로 설 연휴를 보냈다. 설날 아침을 고향집이 아닌 우리집에서 네 식구끼리 맞이한 건 처음이었고, 아이들한테 세배를 받고 세뱃돈을 준 것도 처음이다. 항상 설날 아침이면 엄마가 끓여준 떡국을 먹었는데 올해는 내가 떡국을 끓였고(물론, 맛은 실패했지만) 부모님이 주관하시던 새해 첫 예배도 이번엔 내가 해야 했다(어찌할 줄 몰라 간단하게 기도로 대신했다). 

 

연휴 전날 휴업을 내고 그 전날은 오후 반차를 냈기 때문에 나의 설 연휴는 남들보다 하루 반나절이 더 길었다. 오래 쉰만큼 내일 출근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골이 지끈거리고 맨 정신으론 잠을 못 잘 것 같아서 할 수 없이 있다가 저녁때 소주 한 잔 하고 잠을 청해야겠다(새해에도 변함없이 기-승-전-술). 

 

연초에 시작한 금연은 오늘로 46일 째다. 그런데 아쉽게도 22일과 29일, 그리고 33일째 되는 날 한 대씩 피웠다. 이렇게 되면 마지막으로 담배를 피운 날부터 다시 날수를 세야 하는데, 그렇게 안하고 있다(그냥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몇 대 피우긴 했지만 괄목할 만한 결과다. 금단 현상도 크게 없으니 이대로 간다면 더이상 숫자 세는 게 의미 없어지는 날이 올 것 같다. 

 

사실 이번 연휴에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회사 일인데, 미루고 미루다 결국 연휴 마지막 날인 오늘에서야 노트북을 켰다. 본성이 게으른 터라 미리미리 해 놓는 성격이 못된다. 그렇다고 집중력이 뛰어나서 정신 바짝 차리고 몇 시간 집중하면 해치우는 그런 능력도 없으니, 이래저래 일 잘하는 사람 되긴 틀려먹었다. 

 

 

한 달째 붙잡고 있는 책을 이번 연휴 기간엔 끝내려고 했는데 이 역시 몇 장 넘기다 접어버렸으니, 난 이번 연휴에 무엇을 했단 말인가. 정말 4일 하고도 반나절 동안 도대체 뭘 한 걸까?

 

가끔(아니 자주) 성취에 대한 욕심 없이 물 흘러가듯 살고 있는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유는 둘 중 하나일 게다. 하고 있는 일이 재미가 없거나, 매사에 의욕이 없거나... 아이들 영상 찍을 때면 신나서 편집하고 유튜브에 올리는 걸 보면 후자는 아닌 것 같고(최근에 올린 '피식대학' 따라하는 아이들 영상은 알고리즘을 탔는지 조회수가 엄청 늘고 있고, 급기야 '피식대학' 공식 계정이 댓글을 달기도 했다. 자랑하는 거다) 그렇다면 일에 대한 재미를 잃을 것인가? 연휴 마지막 날 부랴부랴 노트북 켜고 난리 피우다가도 이렇게 블로그를 하고 있으니 대충 답은 나온 것 같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란 게 본인이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적당한 타협점을 찾고 즐겁게 살자는 내용으로 글을 정리하려는데, 외출했던 가족이 돌아왔고, 아이들은 내 방으로 들이닥쳐선 소꿉놀이를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아빠, 일하고 있으니까 나가서 놀아라' 다그쳤을 텐데, 지금은 아이들 위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즉, 아이들이 여기서 논다면 내가 일을 접으면 된다. 

 

설 연휴도 끝났으니, 다시금 소중한(?) 일상으로 돌아갑시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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