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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오랜만에 서울 마실

by Kang.P 2021.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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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정말 오랜만에 홀로 동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역시 모임은 철저한 계획보다 술 취해 던진 빈말로부터 시작한다는 옛말(그런 말이 있나?)이 하나 틀린 게 없다. 친구에게 던진 취중 공수표가 현실이 되었으니 말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선배형이 의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참치횟집이다. 회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의정부에서도 손꼽힌다고 하니 살짝 기대한 채 의정부역으로 향했다. 

오랜만의 상경에 설렌 나머지 너무 일찍 도착해버렸다. 그건 친구 녀석도 마찬가지였고, 어디 가서 시간을 보낼까 고민하다가 우린 당구장으로 향했다. 당구는 거의 4, 5년 만에 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신기하게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친구는 최선을 다했지만 아쉽게도 3:0이라는 치욕적인 점수차로 지고 말았다. 미안한 일이지만 삼판이승에서 내리 지자 오기로 오판삼승으로 연장한 것이 화근이었다. 승자인 나는 세면대로 가서 깨끗하게 손을 씻었고 패자는 카운터로 향하며 수년 전에 했던 것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사장님, 여기 얼마예요?”

 

아내는 오랜만에 사람들 만나러 가는 남편이 업된 나머지 정신줄 놓고 마시다가 (언제나처럼) 필름이 끊겨 소중한 자리를 기억 못하지나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숙취해소 음료와 간에 좋은 약을 챙겨줬다.

승리의 기쁨을 뒤로 하고 선배 형의 참치집으로 향했다. 형은 이미 자리를 잡아두고 우리가 주문한 것보다 한 단계 윗급으로 바꿔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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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는 맛있었다. 살살 녹는다는 표현 말고는 달리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술잔을 채우고 비우고를 반복했다.

오랜만의 술자리는 참 좋았다. 물론 못 만나는 동안에도 전화로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곤 했지만, 아무리 언택트 시대라 해도 모름지기 사람은 서로 얼굴 맞대고 이야기해야 하는 존재다.

아내가 챙겨준 약 덕분인지 다음날이 되어도 술자리의 기억이 선명했다. 그렇게 우리는 오랜만에 회포를 풀고 각자의 위치로 돌아왔다.

내 속에 있는 모든 것들을 털어놓지는 못했지만, 이것저것 재지 않고 맘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축복이고 큰 재산이다.

다시금 돌아온 일상. 해야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혼재된 가운데 전과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 가슴 따뜻한 무언가가 더해져서 안정감을 찾은 기분이다.

이런 게 사는 것 아니겠는가.

 


PS. 친구가 선물해 준 책, ‘돈의 심리학’을 읽으며 사십 대 중반의 위치에서 남은 인생을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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