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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날 닮은 너

by Kang.P 2021.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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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그런 말을 하는데 가만히 있으면 어떡해~~"

"싫을 때는 싫다고 말을 하는 거야~ 안 그러면 너한테는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요즘 들어 아이들, 특히 큰 딸에게 하는 잔소리가 늘었다. 어린이집에서 있던 이야기를 전해 들을 때면 속이 부글부글 거린다. 자꾸 뭐라고 하면 더 이상의 대화를 거부할 것 같아서 수위 조절은 하고 있지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큰 딸 녀석은 많이 소심하다. 조심스럽고 예민하다. 내 권리가 침해받거나, 친구가 본인에게 나쁜 행동을 해도 하지 말란 소리를 잘 못한다. 이런 이야기를 접할 때면 화가 난다.

그럴 때마다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누구나 살면서 성격이 바뀌는 과정을 겪기 마련인데, (못 믿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린 시절 내 성격이 딱 지금의 큰 딸과 같았다. 그래서 큰 딸이 어린이집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수줍음 많고 소심해서 두루 어울리지 못하던 그 시절 내 모습과 마주하는 것 같아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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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어릴 때 그랬어. 괜찮아. 대신 가끔씩 용기를 내 보는 건 어떨까?' 하며 따뜻하게 안아줘야 하는데, 어린 시절 내 모습에 대한 방어기제가 작동하며 그녀를 다그치게 된다. 나는 그랬지만 너는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욕심이랄까. 소심한 성격 때문에 겪었던 과정들을 내 딸도 그대로 답습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정확한 표현일 거다.

나랑 꼭 닮은 자식을 키우면서 그 시절 아버지가 왜 그렇게 나를 나무랐는지 이해하게 됐다. 원망스럽기만 하던 아버지의 행동들을 납득하게 되면서 마음 한 구석에 똬리를 틀고 있던 아버지에 대한 응어리가 풀리고 화해의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어린 내 모습이 당신의 어린 시절과 닿아있어서 바뀌길 바라는 마음이 컸나 보다.

'너랑 똑같은 자식 낳아 봐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마흔넷이 되어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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