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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사십 대의 고민

by Kang.P 2018.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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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에는 오랜만에 대학 친구들 가족과 함께 했다. 제천의 리솜포레스트에 다녀왔는데, 가는 당일까지도 함께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은 상황이었다. 주 초반부터 둘째 딸이 감기 때문에 고생하고 있어서 주말 외출이 가능할지 불분명했고, 우리까지 세 가족인데 방이 두 개 밖에 안된다고 하니 괜히 우리 가족 때문에 불편한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 아닌 우려도 있었다. 가기로 마음먹게 한 결정적인 것은 그곳에 있는 스파였다. 큰 딸아이가 좋아할 것이라는 판단이 서자, 급하게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한 친구는 이미 들어가 있었고, 한 친구는 내려오는 길에 충주에 들러서 나와 함께 출발했다. 우리 셋은 봉양에서 만나 '산아래'라는 유기농 쌈밥 전문점에서 점심을 먹고 리솜으로 향했다.



숙소를 오가려면 카트를 이용해야하기 때문에 우리는 최대한 동선을 줄이기로 했다. 스파부터 이용하고 숙소로 가기로 한 것이다. 겁 많기로는 둘째가면 서러운 우리 큰 딸이 잘 놀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겁을 내면서도 제법 자신있게 놀았다. 





오히려 순둥이 둘째 딸이 울고불고 난리쳤지만, 그것도 잠시. 금방 적응하며 생애 첫 물놀이를 즐겼다. 여러가지로 고민했던 여행(?)이었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니 더할 나위 없었다. 



아내도 아이들이 좋아하니 좋단다. 언제부턴가 좋고 싫음,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이 아이들이 된 것 같다. 아마도 대부분의 부모가 그럴 것이고, 우리네 부모님도 마찬가지였으리라. 


큰 딸이랑 근 두 시간 넘게 물놀이를 했다. 둘째는 이미 엄마랑 씻으러 갔고, 큰 딸은 처음으로 아빠랑 같이 샤워를 해야 했다. 남탕에서 혹시 놀라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최대한 후미진 곳에서 딸을 씻겼다. 이젠 내가 씻을 차례. 최대한 빨리 씻고 나가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딸이 소리쳤다.


"어, 아빠 꼬추있네??"

"(당황하며) 응??"

"아빠 남자네~~"


4살짜리 딸아이의 말에 목욕탕이 떠나가라 웃었다. 그리고 궁금증이 커졌다. 이 아이가 꼬추라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 알려줬을까. 우리 집은 나 빼고는 다 여자라 꼬추를 언급할 일이 크게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여성으로서 딸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앞으로는 집에서 빤스 바람으로 다니지 말아야겠다...)



백운으로 나가서 저녁거리를 사 왔다. 통닭에 족발, 곱창전골 그리고 컵라면과 햇반 등등... 리솜은 실내 취사가 안된다. 그렇다고 리솜 안에 있는 식당을 이용하자니 아이들이 많아 정신없을 것 같았고 가격도 비쌌다. 반찬가게 사장인 친구가 가져온 반찬과 사 온 음식들로 멋진 저녁상을 차렸다. 


그렇게 시작된 술자리. 오랜만에 이 친구들과 잔을 기울인다. 대학 때 함께 자취하며 나라를 걱정(?)하고 미래를 고민하던 우리였는데, 어느덧 사십 대 초반의 가장이 되어있다. 졸린 아이들을 데리고 엄마들이 방으로 들어가고 우리의 이야기는 좀 더 깊어진다. 사업하는 친구는 새로운 아이템에 개발에 대한 고민이 컸고, 직장생활하는 친구와 나는 일에 대한, 그리고 인생 이모작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

친구들과의 대화는 동기부여가 된다. 물론 그들이 나의 고민을 해결할 답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각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박달재의 시원한 밤공기와 함께 우리의 밤도 깊어갔다. 


아침에 눈을 뜨고 전 날 우리가 주거니 받거니 한 술이 고작 소주 5병이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엄마들도 소맥으로 마셨으니 결국 각자 한 병 반도 안되는 양을 먹고 힘들다며 잔 것이다. 우리가 만나서 이렇게 적게 먹은 것은 아마도 이 날이 처음일 것이다. 사십 대가 되니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낀다.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고, 또한 그 곳에서 다들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가끔 이렇게 만나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 나눌 친구가 있으니 감사하다. 


사십 대... 어릴 때는 사십 대라고 하면 그저 나이 많은 아저씨라고만 생각했는데, 정작 내가 그 범주에 들어가고 주변의 사십 대를 보니 그 어느 나이 대보다 책임감도 크고, 업무능력도 정점을 찍는 시기인 것 같다. 좀 더 힘내고 열심히 살자. 시간이 흘러 지금의 사십 대 시절을 돌아봤을 때, 부끄럽지 않은 가장이었고, 슈퍼맨 같은 아빠였으며 능력 있고 진정성 있는 동료로 기억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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