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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주말다운 주말

by Kang.P 2018.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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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주말 같은 주말을 보낸다. 요 몇 주는 주말에도 출근하거나, 몸은 집에 있더라도 머릿속은 일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차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그래서 오늘의 여유가 더 달콤하다. 



오랜만에 화분에 물을 주고 광합성을 시켰다. 



몇 주 전 분갈이를 한 카네이션은 뭐가 문제인지 한쪽이 죽어가고 있어서 속상하고,



결혼하고 두 번째로 시작하는 베란다 농사인 대파는 잘 자라고 있다. (큰 딸아이가 뽑아버리고 다시 자란 게 이 정도...)


금요일 오후부터 오늘 애들 모시고 어디 갈까를 고민했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주말이라 뭐라도 하고 싶었다. 결국은 충주종합운동장에 가기로 했다. 작년 전국체전을 충주에서 하면서 호암동에 종합운동장을 신축하였다.




이곳을 시민에게 개방하게 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충주시는 무술공원에 라이트 월드를 조성하고 유료화 시켜버렸다. 무술공원은 충주의 대표적인 시민 공원으로 춘하추동 남녀노소가 찾는 공간이었다. 이런 무상의 공적 공간이 적지 않은 금액의 입장료를 내야만 들어갈 수 있게 되었고, 그 수익은 모두 업체에게 들어간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시민들의 반발이 커졌다. (저녁 5시까지는 무료 사용이 가능하다고는 하는데, 그 이후에는 일일이 찾아다니며 퇴거 조치한다는 건지, 그리고 그게 가능할는지는  잘 모르겠다.) 언제부턴가 충주시는 무술공원 대신 충주종합운동장을 사용하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종합운동장 공원 사용을 유도하고 있었다.


새로운 공간에 새로운 명소를 만들어 충주를 찾는 관광 인구가 늘고, 지역 경제 활성에 도움이 된다면 이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공간을 빼앗고, 그곳에 남이 와서 장사한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일이다. 


여하튼 이런 이유 때문인지, 원래 그러려고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종합운동장 내외부 시설은 무료 개방되어 있고, 겸사겸사 처음으로 종합운동장 공원을 찾았다. 



날이 덥기는 했지만, 우리 밖에 없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주차장에 차는 한 대 더 있었으나, 주변에 사람이라곤 우리 가족이 전부였다. 공원을 통째로 빌린 것 같은 마음으로 자리를 폈다. 




오는 길에 사 온 빵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밖에만 나오면 뛰어다닐 생각에 신난 큰 딸과



그냥 좋은 둘째 딸...



오랜만에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딸아이 킥보드 탈 때 함께 할 생각으로 근 10년만에 인라인 스케이트도 꺼냈다.



놀이터를 발견한 큰 딸은 빵은 먹는 둥 마는 둥, 신나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저렇게 나오면 좋아하는 것을,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못 데리고 나간 것이 미안했다.  





다 좋았지만, 날씨가 너무 더웠다. 나를 닮아 피부가 민감한 큰 딸아이는 뛰어논 지 10분도 되지 않아 얼굴이 벌겋게 올라오기 시작했고 그늘에만 앉아있던 둘째 딸 역시 땀으로 젖어있었다. 




시계에 내장된 온도계를 보고 깜짝 놀랐다. 100%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근래 들어 이런 온도가 나온 적이 없으니 덥긴 무지 더운 거다. 이러니 사람이라곤 우리 밖에 없었구나 싶었다. 이런 날씨에 야외에 오래 있다가는 아이들이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바로 짐을 옮겨 실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집에 도착하니 아이들 낮잠 잘 시간이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주말을 보내며 마냥 즐거울 줄 알았는데, 미안한 말이지만 상당히 피곤했다. 떨어진 나의 체력 탓인지 딸아이의 넘치는 에너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금세 지친다. 하물며 하루도 쉼 없이 집에서 아이들과 씨름하는 아내는 오죽할까... 


언제쯤이면 우리 부부가 일과 육아에서 모두 해방된, 진정한 주말다운 주말을 맞이할 수 있을까? 

(오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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