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다반사

바이크 라이딩 (2010년 6월 20일)_싸이블로그 정리

by Kang.P 2017. 11. 1.
728x90

일이 성사될 때는 오랜 계획과 장고 속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갑작스럽게 사람들과 의기투합해 즉흥적으로 성사되는 경우도 있다.
어제의 자전거 라이딩이 후자의 경우다.



금요일 밤 별밤 끝나고 충만, 현섭, 본상선배와 뒷풀이하는 과정에서
'주말에 자전거 타고 가까운 어디라도 가자!' 고 의견을 모았다.
본상선배는 '이렇게 오늘 술먹고 니네 내일 못한다!!'며 믿지 않았지만,
다음날 우리는 시청 앞에 모였다.

 

 

산 지 꽤 됐지만 호암지 한 바퀴 돈 것이 전부인 자전거에게도 그동안 미안했는데,
참 잘 결정한 것 같았다.

 

 

현섭이는 이 날의 라이딩을 위해 자전거를 샀다.
싸구려 중국산을 사려 했으나 물건이 없어서 녀석이 예상한 금액보다 많은 돈을 주고 구입한 것 같다.
뭐, 열심히 타서 본전 뽑으면 되는 거지....
이렇게 현섭이와 둘이서 잡담을 나누고 있다보니 충만이가 왔다.
혹시 몰라서 경후한테도 연락했는데 녀석도 함께 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해 왔다.
이렇게 오늘 라이딩의 4명의 정예멤버는 꾸려졌다.

 

 

출발에 앞서 점심부터 먹기로 했다.
부대찌개를 먹으며 오늘의 일정을 공유했다.
오후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온다는 예보도 있긴 했지만, 그깟 비 따위가 우리의 일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다 먹고 일어나려는데 경후가 계산을 하겠단다.
왜 니가 계산을 하냐고 물으니,
경후가 답했다....
"불러준 게 고마워서;;;;;"
그... 그래...
너의 주말 역시 나의 그것과 별반 차이 없었구나.... 흑흑...
계산대에 선 경후의 뒷모습이 이날따라 유난히 작아보인다;;;

 

 

배도 채웠겠다, 이제 본격적으로 라이딩 채비를 한다.

 

 

우리의 목적지는 충주댐 근처의 물레방아 휴게소...
첫 라이딩부터 멀리 잡는 건 무리가 있을 것 같았고, 결과적으로 왕복 20Km의 거리로 딱 좋았던 것 같다.
다들 각자의 자전거에 올라 앉아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이렇게 4대의 자전거가 일렬로 이동한다.
멋진 복장을 갖추지도 못했고, 좋은 자전거도 아니지만 
기분 좋고 즐겁고 유쾌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이렇게 자전거로 이동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대학 2학년 때의 자전거 전국일주의 추억이 떠올랐다.

 


1998년, 당시 대학교 2학년 때...
6월 28일부터 7월 20일까지 23일 동안 자전거로 전국일주를 했다.
세희와 둘이서 한 전국일주...
살아오면서 여러가지 고생을 해 봤지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 전국일주다.
당시의 경로는 대충 이랬다.

 

 

장대비 속에서도 일정을 맞추기 위해 자전거에 올라야 했고,
싸구려 중국산 자전거는 체인이 끊어지는 등 속을 많이 썩였다.
금산을 지날 때는 내리막 터널 안에서 넘어져 생사의 갈림길에 서보기도 했다.
동해 쪽 이동할 때는 태풍과 함께 북상했으며, 
양양에서는 강가에 텐트를 쳤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강이 불어서 물 위에서 자고 있는 우리를
발견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한 자전거 일주였다.
가게 앞 평상에서 라면 끓이는 우리를 발견하고는, 마늘과 파를 썰어서 냄비에 넣어 주시던 구멍가게 할머니...
제주도에서는 가정집에 들어가 물 좀 담아가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냉장고에서 꽝꽝 얼린 물을 건내주시며 건강 챙기면서 하라며 걱정해 주신 아주머니도 계셨다.
또한 후배 고생한다고 강릉으로 찾아와 삼겹살 사준 선배들...(정말 그지 같이 먹었던 기억이...ㅎㅎㅎ)
삐삐에 남겨져 있는 사람들의 응원의 메시지를 공중전화에서 들으며 코 끝이 찡해던 기억들...
육체적 고통과 한계를 이겨낼 수 있는 정신력과 사람들의 훈훈함과 따뜻함이 있었기에 
전국일주의 추억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추억에 잠겨 페달을 돌리다 보니, 어느덧 목행을 지나 산업단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출발 후에 한 번도 쉬지 않았기에 이쯤에서 잠시 쉬고 가기로 결정했다.

 

 

흐리던 하늘도 이제는 구름이 걷히고 햇빛이 비쳤다.

 

 

 

땀 나고 덥고 힘이 들긴했지만, 그보다는 즐겁다는 느낌이 더 컸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어느 정도 땀을 식히고 다시금 출발은 준비했다.
근데 현섭이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어라, 이게 왜 이러지???"
모두들 현섭이 자전거로 모인다...
"왜 그래???"
이런!!!!
현섭이 자전거 앞바퀴의 바람이 다 빠져있는 것이 아닌가!!!!!

 

 

어떤 알흠다운 여성 분께서 버렸을 법한 김연아 귀걸이가 바퀴에 박혀 있었다.

 

 

순간, 모두들 빵 터졌다.
이 무슨 시트콤 같은 시추에이션이란 말인가...

 

 

 

이 넓은 길에 떨어져 있는 귀걸이 하나가 10센치 남짓한 자전거 바퀴에 박힐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4대의 자전거 중에 하필이면 이날 새로 산 현섭이의 자전거에 박힐 건 또 뭐람....
평이한 라이딩이 될 뻔했는데, 현섭이의 새 자전거 덕분에 다이나믹해졌다...
그렇게 얼마간 배꼽 잡고 웃다가 슬슬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일단 택시를 불렀다.
트렁크에 실어보려 하였으나, 가스통 때문에 들어가지가 않았다.
앞바퀴만 빼서 가져가려 했지만, 스패너가 맞는 게 없어 뺄 수가 없었다.
결국 우린, 시내 나가서 타이어 사고 스패너 빌려와서 여기서 우리가 교체 하기로 결정했다.
현섭이랑 경후가 시내 나가서 타이어를 사 왔고 작업에 들어갔다...

 

 

 

 

 

우리 스스로의 모습에 다소 놀랐다. 
타이어 갈아본 경험이 없음에도 합심해서 일사천리로 타이어를 갈고 있는 우리를 발견했다.
역시, 군대의 경험은 크나보다....
다시금 페달을 밟는다...
이제 왼쪽 편으로 강이 보이고, 경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풀냄새는 코를 자극하고 바람소리는 귀를 즐겁게 한다.

 

 

 

 

다리를 건너며 기념사진 한 장 찍고, 얼마 남지 않은 목적지를 향해 달린다.
오르막이라 힘들었지만, 오기가 발동해 기를 쓰고 올라갔다.


그렇게 도착한 휴게소...
땀이 범벅이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가 후들거려도 알 수 없는 쾌감이 느껴졌다.
기분 좋았다. 앞으로도 자주 해야겠다 결심했다.

 

 

 

다시금 내려와 사우나에서 목욕하고 (몸을 도화지 삼아 그림 그린 애들이 왜 그리 많던지...)
뒷풀이를 했다.

 

 

전 날도 많이 마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구멍으로 술이 넘어가는 기적이....

 

 

다음에는 좀 더 멀리 경치 좋은 곳으로 가기로 약속을 했다...
꼭 다시 가자규~~
아....
충만이 굴욕사진은 차후에 블로깅....
이게 대박인데...ㅋㅋㅋㅋㅋ


반응형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천십팔년의 시작  (2) 2018.01.22
연말...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0) 2017.12.26
괴산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0) 2017.10.30
목요일의 데이트  (0) 2017.10.26
노은면의 카페, 라브리  (0) 2017.10.1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