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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151

후배 결혼식에서의 단상 ※ 금연 D+151 ※ 지천명 D-1,454 요즘 미세먼지가 심상치 않다. 어제는 올겨울 최악의 미세먼지라는 소식이 뉴스를 도배했고 그에 따른 비상저감조치도 실행됐다. 이런 최악의 미세먼지에는 집에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지만 어제는 어쩔 수 없이 집밖을 나서야 했다. 후배의 결혼식 때문이었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에, 지금은 퇴직하신 국장님의 딸 결혼식도 있었다. 두 결혼식은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있었으니,,, 그렇다. 이 둘이 결혼하는 것이다(사람의 인연이란 그런 거다). 오랜만에 뵙는 국장님과 사모님은 다소 상기된 듯 보였다. 장녀가 결혼한다는 사실 때문인지, 많은 하객들을 응대하느라 정신이 없어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기분이 좋으신 것만큼은 확실했다. 엄마를 꼭 닮은 신부는 신.. 2023. 1. 8.
섞기의 미학 ※ 금연 D+149 ※ 지천명 D-1,456 2023년의 시작과 함께 매주 수요일 퇴근은 늦어질 예정이다. 생방송 때문에 그런 건데, 이번 주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퇴근이 늦다 보니 셔틀을 탈 수 없어서 기차나 버스로 충주로 넘어가야 한다. 두 대중교통은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 터미널이 걸어서 10분 거리라 버스 타기는 좋은데 버스비가 만 원이 넘고 충주까지 근 2시간이 걸린다(서울 가는 시간보다 길다). 반면 기차는 오천 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과 1시간이면 충분히 충주에 도착할 수 있어서 선호하는 편인데, 문제는 역이 너무 외진 곳이 있다는 것이다. 택시 타고 역까지 이동하는 비용까지 더하면 결국 버스보다 비싼 꼴이 된다. 그래서 지난 수요일에도 고민하며 버스와 기차.. 2023. 1. 6.
2023년의 첫 기록 ※ 금연 D+145 ※ 지천명 D-1,460 2023년 새해가 밝고 하루가 지났다. 올해는 계묘년, 토끼의 해라고 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띠는 음력으로 따지는 것이기에 아직 계묘년이라 할 수는 없다(띠의 기준이 입춘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확실한 건 양력 1월 1일은 아니라는 거다). 하지만 뭐 큰 상관은 없다. 우리는 얼마 안 가 '올해가 무슨 띠인지' 금방 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새해를 경건한 마음으로 맞이하고 싶었으나 갑작스럽게 친구 가족과 모임이 잡히는 바람에 (길이 막힌 나머지 1시간 50분이면 갈 거리를) 4시간 넘게 달려 경기도 시흥으로 갔고, 그곳에서 아이는 아이들대로 신나고 어른은 또 어른대로 뜻깊은 1박 2일을 보내고 왔다. 오랜만에 친구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좋은 자리였지만 그날 .. 2023. 1. 2.
명예퇴직과 마지막 회 ※ 금연 D+127 ※ 지천명 D-1,478 일정 기간 근무한 근로자가 정년을 하기 전에 징계에 의하지 않고 스스로 신청하여 퇴직하는 일 Daum 사전은 명예퇴직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징계에 의하지 않고 스스로 신청'하는 게 명예퇴직이라지만 암묵적 압박과 묵시적 지목이 없다고 할 수 없는 것(이중 부정은 강한 긍정) 또한 이름만 명예로운 명예퇴직이다. 회사는 지난 11월 한 달간 10년 차 이상을 대상으로 명퇴 신청을 받았고 오늘 12월 15일 자로 11명에 대한 명예퇴직 인사를 냈다. 남은 근무 년수와 그에 따른 급여를 명퇴금과 저울질한 사람도 있을 테고, 입사 신분의 한계(계약직 등)에 염증을 느끼며 고민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고민의 결과이고 선택인 거다. 명퇴를 신청한 11명 중.. 2022. 12. 15.
턱걸이와 한의원 ※ 금연 D+106 ※ 지천명 D-1,499 회사 근처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왔다. 지금도 부항을 뜬 왼쪽 어깨가 욱신거린다.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한의원 진료를 받는 것이라 모든 것이 낯설었다. 특히 '어디가 아파서 왔냐'는 질문 하나 없이 다짜고짜 맥부터 짚고는 나의 몸상태에 대해 설명하는 한의사 선생님의 (돌발?) 행동에 적잖이 놀랐고, 그 내용에 틀림이 없음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용한 점집에 앉아 있는 줄 알았다. 이곳에 온 연유는 이렇다. 대부분 금연자가 그렇듯 담배를 끊고 나니 몸무게가 3~4Kg 정도 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잡다한 군것질을 하지는 않았지만 밥 먹는 양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금연으로 인한 헛헛함을 탄수화물로 보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체중도 줄이고 근육도 키울 요량으.. 2022. 11. 24.
관계의 힘 요즘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얼핏 보면 매우 단순한 일상으로 보일 텐데, 그도 그럴 것이 동선이라고는 ‘회사 출근-편집실-퇴근’이 전부이기 때문이다(좀더 구체적으로 하자면 회사 7층 식당을 추가해야 하지만 말이다). 매일 충주와 청주를 셔틀로 이동하는 이유도 있겠으나 좀처럼 퇴근 후의 술자리가 생기지도, 만들지도 않고 있다. 하루의 대부분을 홀로 꽉 막힌 편집실에서 편집기와 씨름하며 지내다 보니, 가끔은...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돌아보면, 나에겐 살면서 3번에 걸친 변화의 시기가 있었는데 고등학교 때까지를 1기라고 한다면 대학 입학부터 결혼 전까지가 2기, 결혼 후 지금까지를 3기라 할 수 있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지극히 소심한 아이였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소심함이 아니라, 잘 지내다가.. 2022. 10. 6.
지방종을 보내며... 지난 목요일부터 토요일인 오늘까지 내 동선은, 안방 침대에서 주방의 식탁, 가끔 오가는 화장실로 한정되어 버렸다. 약 4년 가까이 내 몸속에서 함께 성장하며 희로애락뿐만 아니라 불편함과 이물감을 선사했던 지방종, 바로 그 지방종 제거 수술을 하고 요양 중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3달 동안은 몸에 무리를 주는 어떤 운동도 하지 말 것을 의사 선생님은 강조했는데, 그 덕분에 이런 호사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여보 미안~ 하지만 의사가 하는 말 같이 들었잖아~). 수술로 제거한 지방종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커서 사뭇 놀랐는데 놀람도 잠시, 지방종의 크기에 버금가는 후련함이 뒤따랐다. 4년을 이노무 지방종 때문에 맘고생한 걸 생각하면, 노화가 1.5배는 빨리 진행된 것 같다. 처음 서혜부에 작은 멍울이 잡혔을 때.. 2022. 8. 13.
7박 8일 제주 D-1,672 내일이면 7박 8일의 일정으로 제주도로 출발한다. 토끼 같은 아이들과 여우 같은 아내 손을 잡고 코로나로 인해 2년 넘게 참아왔던 가족 여행을 이제야 떠난다,고 자랑하듯 이야기하고 싶지만 현실은... business trip... 출장이다. 혹 ‘아무리 출장이라지만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제주에서, 그것도 가족과 떨어져 보낸다는 건 (티는 못 내겠지만) 설레는 일 아니냐’며 너의 감정을 숨기지 말라고 따지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건 정말, 가는 날과 오는 날 빼고는 하루 종일 일정이 빠듯한, 출장일 뿐이다(제주 다녀오고 2주 후에는 보름 일정으로 호주에 가는데, 이 역시 일정 빡빡한 출장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다 보니 특정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 업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2022. 6. 4.
[책] 인생 (위화) 책 '인생'은 '허삼관 매혈기' 이후 두 번째로 접한 위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빌린 책을 반납하고 '또 뭘 읽지?' 고민하며 호암도서관의 작은 서고를 훑던 중 눈에 들어왔다. 언젠가 크라잉넛의 캡틴락 형님이 SNS에서 '인생'을 추천했던 글도 생각나 덥석 잡아 뽑았다. '인생'은 푸구이라는 노인이 소를 끌며 밭일을 하다가 중간중간 쉬면서 나(화자)에게 들려주는 그의 인생 이야기이다. 부유한 지주의 외아들이었던 푸구이는 젊은 시절 도박으로 전재산을 탕진하고 농사꾼으로 전락하게 되는데, 중국 근현대사의 큰 흐름 속에서 운명처럼 흘러가는 한 남자의 기구한 삶을 그려간다. 위화 작가의 '허삼관 매혈기' 역시 가족을 위해 피를 팔아야만 했던 허삼관의 모습을 통해 당시 민중의 어려운 삶을 그렸지만 작가 특유의 유.. 2022. 4. 1.
무너진 일상의 회복을 위한 노력 D-1747 어제(일요일)는 아침 잠의 유혹을 뿌리치고 일어나 오랜만에 호암지를 한 바퀴 돌았다. 코로나 확진과 자가격리 이후 일상의 루틴이 무너졌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3Km 이상 걷던 것도, 퇴근 후 어설프게나마 이루어졌던 홈트도, 잠깐이지만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을 두드리던 일상도 모두 사라졌다. 아침 일찍 호암지로 나선 것은 무너진 일상의 복구를 위한 나름의 노력이었다. 잔뜩 흐린 날씨였지만 그래서 더 새벽 느낌이 들어 좋았다. 어느새 생강나무는 노오란 꽃을 피우며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었고 이른 아침임에도 사람들의 복장은 한결 가벼웠다. 뛰다 걷다를 반복하며 적당히 맺히는 땀방울이 좋았고 서너 마리 오리들의 고즈넉한 유영은 가던 걸음을 멈추게 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평온함이다. 그렇게 호암지를 .. 2022. 3. 21.
자가격리 후유증 D-1758 (지천명까지 1758일 남음) 지난했던 7일간의 자가격리를 마치고 오늘 '첫'출근을 했다. 자가격리는 7일이지만 아내가 확진되면서부터 휴가를 냈으니 열흘만의 출근인 것이다. 한 달의 1/3을 쉰 셈이다. 아내는 월요일, 큰 딸은 화요일, 둘째와 나는 오늘부터 집밖을 나갈 수 있었다. 격리는 풀렸지만 완치라고는 할 수 없다. 정부에서도 자가격리 해제 전 따로 검사를 받지 않는다고 하고 다만 해제 후 3일 동안 주의할 것을 권고할 뿐이다. 정부의 권고를 받아들여 회사 셔틀을 타지 않고 자차로 (충주에서 청주로) 출근했다. 격리 해제는 됐지만 출근 후에도 편집실에서 격리 아닌 격리 생활을 해야 했다. 완치 판정을 받은 것이 아니다 보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루 종일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이 .. 2022. 3. 10.
코로나 확진과 자가격리 D-1764일 지난 3월 1일의 PCR 검사 결과 아내가 확진 통보를 받았다. 아내는 바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아빠 방이라 불리는 현관 앞의 방을 베이스캠프로 잡고 그 옆 화장실을 주 활동 무대로 삼았다. 끼니때뿐만 아니라 필요한 물건을 요청할 때면 방 문 앞에 놓고 노크를 하고는 자리를 떴다. 같은 집에서 같이 밥 먹고 함께 숨을 공유하며 사는데 누구는 확진이고 누구는 음성인 게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개인 면역력 등의 차이로 그럴 수 있다고 하니 그런 줄 알고 넘어가기로 했다. 혼자 방에 갇혀 생활하는 게 얼마나 힘들까 걱정을 했는데, 이런 마음을 읽었는지 다음 날 큰 딸이 확진 판정을 받으며 고독했던 1인 실이 2인 실로 바꿔었다. 코로나19 확진과 자가격리의 내용을 대수롭지 않게 글로 남길 수 .. 2022. 3. 4.
생애 첫 졸업을 축하하며 지난 화요일, 큰 딸아이가 어린이집을 졸업했다. 태어나 처음 맞이하는 졸업식을 기록할 요량으로 휴가를 냈고 카메라를 챙겨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부모인 우리가 긴장을 한 탓인지 의도한 건 아닌데 제일 먼저 도착했다. 시간이 지나자 손에 꽃다발을 든 부모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어린이집 마당에는 졸업을 축하하는 현수막과 포토월이 설치되어 있었고 왼편에는 아이들의 졸업사진으로 장식한 아치형 조형물이 있었다. 몇몇 아는 엄마들과 인사를 나누고 이곳저곳 둘러보다 보니 창문 너머로 졸업 가운을 입은 아이들이 보였다. 코로나19 때문에 학부모 참관 없이 아이들과 선생님만 교실에 모여서 졸업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40여 명의 아이들이 같은 가운과 모자를 쓰고 앉아 병아리 같은 목소리로 '이제 우리는 헤어져야 할 시간~'.. 2022. 2. 25.
D-1,782일 2022년 2월 14일 D-1,782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겠지만 오늘부터 쓰는 모든 글에 카운트 다운을 넣기로 했다. 그 D-day가 무슨 날인지 또한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겠지만 고집스럽게 구태여 알려준다면, 내 나이 쉰, 지천명이 되는 날이다. '다들 먹는 나이일진대 거참 유난을 떤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내 나이 쉰에는 뭔가 큰 변화를 꾀하고 싶은 욕망의 외적 표현이고, 하루하루 줄어드는 날짜를 보며 시각적 자극을 통해 마음가짐을 추스르기 위한 노력이다. 금요일에 휴가를 내고 3일 간 쉬고 출근을 하니, 월요일의 무게가 사뭇 크게 다가온다. 휴가를 낸 이유는 진료를 받기 위해서였다. 약 2년 전에 생겨서 점점 그 크기가 커져가고 있는 지방종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 2022. 2. 14.
금요일의 응급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이 한창이던 시간, 나는 엄마 품에서 잠든 둘째와 함께 건대병원 응급실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울고불고 난리 피울 줄 알았는데 잠이 들어서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응급실에 오게 된 사연은 이렇다. 오늘도 여느 때처럼 퇴근 셔틀을 타고 충주로 돌아왔다. 이번 주는 연휴가 껴서 이틀밖에 출근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금요일이 주는 해방감은 집 앞 편의점에 들러 소주와 맥주를 집어 들게 했다. 아내는 명절에 시댁에서 챙겨 온 만두로 만둣국을 끓였고 ‘밥 먹자~’는 말에 네 식구는 식탁 앞으로 헤쳐 모였다. 엄마표 만두는 진리다. 만둣국은 맛있었다. 큰 딸은 보란 듯이 매운 김치만두를 입에 넣고는 엄지를 내밀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행복한 금요일 저녁 풍경이었다. 사건은 ‘퍽!!!’하는.. 2022. 2. 5.
마흔다섯 살 5시간 전 5시간 후면 내 나이 마흔다섯이 된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앞자리가 4로 바뀐 후부터는 한 살 더 먹는 것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게 되었다. 다만 그렇더라도 1년 동안 무엇을 하고 살았으며 다시 시작하는 1년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정리와 기록은 필요할 듯하다. 딱 1년 전 오늘 다짐했던 금연은 3개월 만에 보기 좋게 실패했고 나는 또다시 디데이 앱에 '금연'이라 적고 시작일을 2021년 12월 31일로 고쳐 썼다. 2월, 4월, 5월은 애플워치의 월별 도전을 성취하지 못했으며 홀로 다짐했던 글쓰기 역시 하반기로 들면서 양과 질 모든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기타를 좀 더 심도 있게 연주하고 싶었는데 이 또한 말잔치로 끝나 버렸고 외국어 공부도 흐지부지 해졌다. 그럼에도 올 한 해의 성과라 할.. 2021. 12. 31.
대기번호 1088번 정확히 한 시간이 지났고 25명이었던 대기 인원은 10명으로 줄었다. 1시간 동안 15명이 줄어든 것이니 1명 당 4분이 소요된 셈인데 기다리다 포기하고 자리를 뜬 이들을 감안하면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이 오랜 기다림은 월요일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은행을 찾은 내 탓이다. OTP의 만기일이 다가와서 오랜만에 은행을 찾은 건데, 아무리 스마트폰으로 대부분의 금융 업무를 볼 수 있다고 해도 은행이라는 공간은 여전히 사람들로 분주했다. 잠깐 일 보고 들어갈 요량이었지만 대기 시간만 한 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다. 기다리며 보내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뭐 읽을 거 없나 폰을 뒤지다가 오래전 친구가 선물해 준 e북이 눈에 들어왔다. 김재완 작가의 ‘나 아직 안 죽었다’라는 제목의 에세이인데 40페.. 2021. 8. 24.
시간 마른장마와 폭염 때문에 매일 같이 돌던 호암지를 2주째 못 가고 있다. 습관이라는 게 무서운 것이, 평일이면 항상 하던 운동 겸 산책을 못하게 되니 몸이 아픈 것 같고 (많지도 않지만) 모든 근육이 지방으로 변해가는 느낌이다.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40분간 호암지를 돌았던 건 운동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하루라는 시간을 알차게 쓰고 싶은 욕망 때문이기도 했다. 나이를 먹어서인지 요즘은 시간을 잘 활용하고 싶은 욕구가 높다. 군대 있을 때 통제된 공간과 시간 속에서 더 많은 책을 읽고, 자격증 공부를 했던 것과 비슷한 현상이랄까? 군대와 비교할 만큼 지금의 삶이 통제되고 제한된 건 아니지만, 회사와 나를 분리시켜 생각해 보면 '회사의 일'을 하는 속에서 짬을 내 '나를 위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삶에.. 2021. 7. 21.
대상포진이라니... 생애 첫 대상포진 진단을 받았다. 내 나이 마흔넷의 일이다. 일주일 전부터 명치를 기준으로 왼쪽 부위에 찌릿한 통증이 불규칙적으로 발생했다. 그러다 말겠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시간이 흘러도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무릇 모든 병은 '밥 먹으면 낫는다'는 확고한 신념의 소유자로, 여간해서는 병원을 찾지 않는 걸로 (아내한테만) 유명한데 지난 월요일에는 자진해서 병원을 찾았다(나는 겁이 많다). 진료실로 들어가 증상을 이야기했는데, 설명하면 할수록 의사 선생님의 갸우뚱한 고개는 더욱 기울어졌다.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의사 선생님은 이것저것 물어왔고 나는 경찰서에서 조서 쓰는 사람처럼 성실하게 답했다. 한참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간 후, 의사 선생님은 두 가지 .. 2021. 6. 30.
[책] 어린이라는 세계 사실 이 책은 처제가 아내에게 선물한 건데, 아내는 며칠 들고 다니는가 싶더니 언제부턴가 같은 자리에 방치하기 시작했다. 몇 번을 지나다가 호기심에 집어 들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는데 오늘 마지막 장을 덮었다. 작가인 김소영 선생님은 어린이책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다가 지금은 어린이 독서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독서교실을 운영하며 겪은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느낌과 의견을 더한 에세이다 보니 사례가 구체적이고 이해가 쉬웠다. 책을 읽어 가며 든 느낌은 (이런 표현은 처음 써보는 것 같아 다소 쑥스럽지만) 몽글몽글했다. 진심으로 어린이를 대하는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고, 사소한 일상 속 작가의 성찰과 만날 때면 예상치 못한 깨닮음에 무릎을 쳤다. 어린이에게 '착하다'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착한 마.. 2021. 6. 23.
하루 사람 마음이란 게 하루에도 열두 번 변한다더니 어제는 자존감이 떨어졌다며 그렇게 호들갑을 떨더니, 오늘은 비교적 평정심을 유지한 채 가끔은 콧노래도 부르며 하루를 보낸다(조울증인가). 오전에 진행된 회의 내용이 다소 짜증났지만, 점심 식사 후 기분 전환도 할 겸 호암지를 한 바퀴 돌며 직장인의 망중한을 즐기려 했다. 그러나 예상했던 그림과 달리, 코디를 잘못한 탓에 회색빛 니트 속으로 흘러내리는 뜨거운 땀줄기를 손수건을 훔치며 걸어야 했는데 그 꼴이 남 보기 우스웠다. 옷을 갈아입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보니 운동 후의 상쾌함보다 꿉꿉함이 더 컸다. 그럼에도 시간을 쪼개 운동했다는 사실이 큰 성취감으로 다가온다. 오후에는 회사 전체에 물이 끊겼다. 사전 공지 없이 이루어진 단수였기에 담당자에게 민원이 빗발.. 2021. 6. 1.
자존감 되도록 주말에는 아이들과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지난 주말은 내내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 출품 서류를 보내야 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물론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부랴부랴 일을 처리하는 못된 습관이 한몫한 건데, 그렇지 않은 사람 있다면 손 좀...쿨럭). 작년에 작업한 결과물로 계속 출품을 하고 있는데, 내는 족족 낙방의 고배를 마시고 있어 이젠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를 지경이다. 6개월 동안 이렇다 할 성과도 내지 못하다 보니 자존감도 떨어진 게 사실이다. 마음 고쳐 먹고 이름 뜻처럼 '시나브로 번창하리라' 마인드 컨트롤을 하곤 있지만, 문득문득 자괴감에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아무튼 '이번이 마지막이다'는 심정으로 작업해서 오늘 서류를 보냈다... 2021. 5. 31.
오랜만에 서울 마실 지난 주말, 정말 오랜만에 홀로 동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역시 모임은 철저한 계획보다 술 취해 던진 빈말로부터 시작한다는 옛말(그런 말이 있나?)이 하나 틀린 게 없다. 친구에게 던진 취중 공수표가 현실이 되었으니 말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선배형이 의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참치횟집이다. 회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의정부에서도 손꼽힌다고 하니 살짝 기대한 채 의정부역으로 향했다. 오랜만의 상경에 설렌 나머지 너무 일찍 도착해버렸다. 그건 친구 녀석도 마찬가지였고, 어디 가서 시간을 보낼까 고민하다가 우린 당구장으로 향했다. 당구는 거의 4, 5년 만에 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신기하게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친구는 최선을 다했지만 아쉽게도 3:0이라는 치욕적인 점수차로 지고 말았다. 미안한 일이지만 삼판.. 2021. 4. 20.
2021년 벚꽃놀이 뭐가 그리 바쁜지 정말 오랜만에 글을 적는다. 사실 끄적이다 만 글들이 임시 저장 폴더에 몇 개 있긴 한데, 벌려놓기만 했지 정리를 할 수 없는 낙서들이다. 2021년을 맞이하며 새해 다짐을 하던 기억이 아직 선명한데 어느새 1/4분기가 지났고 2/4분기를 시작한 지도 5일이나 지난 오늘이다. 올해는 유난히 꽃이 일찍 피었다. 이를 걱정하는 기후 전문가들의 경고도 있었지만, 걱정과 상관없이 만개한 꽃은 이뻤다. 지난 주말에 비가 온다기에, 빗방울에 꽃잎들이 떨어져 나가기 전에 구경이나 할 요량으로 금요일 오후에 반차를 냈다. 그리고는 충주의 유명한 벚꽃 명소 중 한 곳인 하방마을을 찾았다. 생각해 보니 벚꽃과 아이들을 함께 담은 영상이 없는 것 같아, 작정하고 카메라와 렌즈도 두 개(17-70mm/80-.. 2021.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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